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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2

*이 글은 가독성이 더 좋은 편집으로 슬로우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완벽한 공부법‘의 13장에도 포함되었으나, 해당 책의 영어 파트에 참여한 것은 2019년 현재의 저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급적 슬로우뉴스에서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6]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2-1. 멘털리즈 개념의 간략한 이해

그런데 문제가 있다. 영어 문장을 아무리 외운다고 해도, 우리의 사고 과정은 기본적으로 한국어를 ‘통해’ 이뤄진다. 통한다는 표현을 강조한 것은 ‘멘털리즈’라는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세계적 언어 인지학자 스티븐 핑커 등의 연구를 보면 사람의 생각 자체는 특정 모국어가 아니라 생각 나름의 언어로 이뤄진다. 이것이 바로 ‘사고의 언어'(Language of Thought)이고, 다른 말로 ‘멘털리즈'(Mentalese)라고 한다. 멘털리즈는 모든 언어 행위에 관여하지만, 이 글에서는 말하기에만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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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털리즈 개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위 그림 같은 모형을 상상할 수 있다. ‘위장이 비어있다는 신호를 뇌가 보내고, 실제로 위장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상황일 때, 멘털리즈는 한국어 단어인 ‘배고프다’를 통해 현실 세계로 전달된다. “야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없냐” 라는 말이 나온다.

위와 같이 한국어 회로가 튼튼한 한국인이 영어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그 머릿속에서 아래와 같은 과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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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이 비어있다는 신호를 뇌가 보내고, 실제로 위장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상황일 때, 멘털리즈는 한국어 단어인 ‘배고프다’를 통해 먼저 구체화된다. 그다음에야 한국인 영어 학습자는 ‘배고프다’를 ‘I’m hungry’로 변환한다. “야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없냐”가 “Hey, I feel hungry… Have you got anything to eat?”로 전환되어 현실 세계로 전달된다.

영어 읽기 편부터 계속 주장했던 ‘한국어로 사고한다’는 말은 바로 멘털리즈가 일차적으로 한국어로 변환된다는 뜻이다. 이는 웬만큼 열심히 영어를 연습하지 않고서는 넘어서기 몹시 어려운 현상이다. 멘털리즈에서 한국어로 넘어가는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것을 아예 바꾸겠다는 것은 도달하기 매우 어려운 목표다.

대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그림에서 빨간 화살표로 표시된 과정이다. 이 과정이 바로 한국어 화자인 우리가 영어를 바로바로 말하지 못하게 하는 큰 원인이다.

멘털리즈가 한국어를 통과한 뒤, 우리가 그 한국어에 맞는 영어 표현을 탐색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자원을 아무리 많이 확보했어도, ‘멘털리즈→한국어’ 연결이 밀착돼 있다면 영어 문장은 바로바로 생각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혹은 생각해낸 영어 문장이 겉모양만 영어지 사실상 표현 방식은 한국어의 방식일 수 있다. 카페에 앉아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내 옆자리에 앉는다고 상상해 보자. ‘낯선 사람이 내 옆에 마치 나를 안다는 듯이 다가와 앉았다. 불편하다’라는 멘털리즈가 한국어에선 “저를 아세요?”라고 표현되지만, 영어에선 “Do I know you?”라고 표현된다. 만약 한국인 영어 학습자가 영어식 표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면, 그의 멘털리즈는 “저를 아세요?”를 거쳐 빨간 화살표를 지나 “Do you know me?”로 출력될 수 있다.

[7]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2-2. 빨간 화살표 과정을 위한 순발력을 키우고, 정교함을 더하자

멘털리즈 개념과 그것에서 비롯하는 영어 말하기 문제를 다뤘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알아보자.

멘털리즈와 한국어의 밀착 관계를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가 집중할 부분은 ‘한국어영어’ 과정이다. 이 부분에서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보고 재빠르게 영어로 바꿔 말하는 훈련을 해보길 바란다.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읽는 것은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멘털리즈→한국어’ 변환을 대체해서 실제 대화에서처럼 말해야 할 내용을 떠올리는 과정이다. 이 훈련의 목표는 그다음 이뤄지는 ‘한국어영어’ 과정을 의도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먼저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읽고 곧장 영어로 말해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스스로 해봐야 한다. 문장 5~10개 정도를 연달아 바꿔본 후, 처음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2~3번 반복한다. 그러면 자신이 만들어낸 영어 문장이 대충 머릿속에 입력된다.

이어 교재에 쓰인 ‘올바른’ 영어 문장과 비교해 보자. 아마 자신이 말했던 문장과 꽤 다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올바른 영어 문장을 암기하자. 지독하게 암기해야 한다. 반드시 소리 내 말하면서 암기해야 한다. 다시 한국어 문장으로 돌아가자. 이젠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보자마자 올바른 영어 문장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빨간 화살표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 결과다.

이 방법은 순발력과 정교함을 모두 다듬을 수 있는 학습법이다. 본인이 만들어낸 영어 문장과 올바른 영어 문장의 차이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교정하면서, 겉모양만 영어가 아닌 표현 방식도 영어다운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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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책(위쪽)과 트레이닝북 구성-편집된 이미지. (출처=알라딘)

이런 훈련을 하려면 영어 문장과 한국어 문장이 따로 인쇄된 책이 필요하다. 다양한 교재가 있겠지만, 내가 아는 책 중에선 2012년 나온 ‘New English 900’ 시리즈가 이 학습법에 가장 알맞다.

표현의 정교함에 관해 한 가지만 더 얘기하고 마무리하겠다.

“Do you know me?” 식의 오류는 사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칠 수 있는 문제다. 그렇게 말하는 원어민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에 사는 한국인 영어 학습자다.

아무리 원어민 회화 학원을 등록해도, 강의실을 벗어나면 우리 일상 언어는 철저하게 한국어다. “Do you know me?”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선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정확하게 아는 강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이보영, 이근철, 문단열, 아이작 등이 단연 돋보인다.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한국인 영어 학습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장 잘 아는 분들이다.

위의 네 명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웬만한 한국인보다 한국어 지식이 해박한 미국인 강사가 있어 소개하고 싶다.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 맞다)

무료 영어 강의를 공유하는 미국인 강사 마이클 엘리엇이다. 유튜브페이스북, 트위터에 강의를 공유한다. 영어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팔로우·구독 추천한다.

이런 한국어-영어 변환 연습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래와 같은 상태에 도달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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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털리즈가 화자의 의도에 따라 한국어 혹은 영어를 통해 현실 세계로 출력되는 모형이다. 나도 아직 위의 단계로 완벽하게 들어서지 못했다. 여전히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 나를 당황케 하고, 대체 영어로 뭐라 말해야 할지 금방 떠오르지 않아 머릿속에서 미리 문장을 만들어보고 입을 여는 경우도 많다. 괜한 겸손 아니다. 진짜다.

순발력과 정교함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8]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3. 이야기를 만드는 서사 구성력

영어 문장을 상황에 맞게 재빠르게 말해보기를 3달 이상 꾸준히 훈련하면 영어 말하기 실력이 확실히 달라진다. 그런데 이 훈련에도 한계는 있다. 웬만큼 하고 싶은 말을 신속하게 영어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영어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 만한 능력이 조금 부족한 상태다.

한국어로 이뤄지는 생각의 단편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은 영어 자체로 이야기의 구조를 짜는 것과 다른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어만으로 이뤄진’ 이야기 덩어리를 많이 접하고, 그 이야기 전체를 실제 소리 내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서도 다시 암기가 중요하다. 부드러운 영어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충분한 자원 확보이기 때문이다. 자원 확보 측면에서, 이제는 영어 문장 단위가 아니라 영어 이야기를 축적해야 한다.

대개 많이 떠올리는 외국 뉴스나, 이전에 영어 듣기 편에서 소개한 국내 영어방송 그리고 TED와 각종 오디오북 등 기본적이고 올바른 소재가 많다. 그런데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재가 있다.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들이다. 유튜브에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Smosh부터 시작해서 Shimmy, Nigahiga, TheFineBros, Charlieissocoollike 등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제작자가 정말 많다. (스티브 잡스, 오바마가 말하는 것만 스피치가 아니다. 우리에게 쉽게 와 닿는 화법의 스피치가 유튜브에는 더 많다.)

TED에서든 유튜브에서든 마음에 드는 3~5분 분량의 영상이나 음성 자료를 선택하자. 스크립트가 없는 경우 자신이 직접 듣고 스크립트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오로지 영어 공부만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스크립트 혹은 자막이 준비된 자료를 고르도록 하자.

스크립트와 영상 혹은 음성 자료가 준비됐다면, 쉐도잉(따라 말하기)을 하면서 3~5분짜리 스피치를 외워 보자. 그들이 말하는 방식과 똑같이 말할 수 있도록 따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말했던  /r/과 /l/, /th/, /f/, /v/ 등의 발음을 특히 주의하고, 연음/강세/억양도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하도록 노력하자.

영어로만 구성된 이야기를 갖추기 위한 이런 연습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발음/연음/강세/억양을 따라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말하기 1편에서 언급한 발음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뉴스, TED, 유튜브 영상 속 원어민의 말하기 방식을 따라 하는 과정에서 영어 소리의 개별 발음과 연음, 강세, 억양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앞서 말한 발음 교정을 위한 귀납적 접근이다. 음성영어 특유의 연음과 억양은 그것만을 위해 따로 규칙을 공부하기보다, 이렇게 실제 문장을 따라 말하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익히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영어 문장을 어떻게 해야 잘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세 가지 중심축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보기 바란다. (자원 확보 필요성, ‘한국어영어’에서의 순발력과 정교함,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서사 구성력)

[9] 울타리 표현(hedge expressions)에 대해

‘울타리 표현’이란 대화에서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 사용을 피하려고 쓰는 각종 표현이다. 쉽게 말해 빠져나갈 구석을 미리 만들어 두는 말하기 방법이다. 우리말에서도 “돈 좀 줘”라고 말하기보다 “진짜 미안한데(1), 혹시(2) 돈 좀 빌려줄 수 있어(3)?”라고 말하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언어학자 레이코프(Lakoff)의 주장을 살펴보면 영어에서 actually, almost, basically, essentially, exceptionally, for the most part, in a manner of speaking, in a real sense, in a way, kind of, largely, literally, more or less, mostly, often, particularly, pretty much, principally, rather, really, relatively, roughly, so to say, somewhat, sort of, technically, typically, very, virtually 등은 모두 울타리 표현이다. 이런 표현은 대화를 원활하게 풀어가는 중요한 기술이다.

그러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몇몇 울타리 표현은 괜히 자주 쓸 경우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매력적’인 것은 그런 말을 사용했을 때 마치 유창한 영어를 말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고,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말하는 내용을 잘 들어보면 사실 알맹이 없는 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주의해야 하는 표현은 ‘sort of(sorta)’와 ‘kind of(kinda)’, ‘like’와 ‘you know’다.

영어 회화 모임이나 학원에 가 보면, 발음도 괜찮고 나름 끊임없이 말을 하지만 사실 별 내용이 없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That is ___”나 “I think that is ___” 정도로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을, 그런 분들은 굳이 이렇게 표현한다. “Well… I thought that was kind of ____.” 여기에 ‘you know’와 ‘like’를 적당히 넣어 주면 전형적인 빛 좋은 개살구 문장이 만만들어 진다. “Well… you know… I thought that was, like, kind of ____.”

다만 일상 회화에서 ‘like’의 쓰임새가 조금 특별하기에 이것에 관해서는 간략히 알아보자.

like의 구어적 용법은 세 가지다.

1. 인용 용법 – He’s like why did you do that? : 그가 “why did you do that?” 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2. 울타리 용법 – My parents like hate you. : 설명 생략

3. 구어체 보조어(청자의 관심 유도) – I’m like really struggling with this assignment. : 내가 “struggling with this assignment”했다는 사실을 강조.

사실 원어민다운 구어체 영어를 말하려면 위의 like 용법들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비격식 구어체’ 영어에 한정된다.

2000년 발표된 한 논문을 보면 위의 사례처럼 ‘like’를 자주 사용하는 화자는 긍정적 인상과 부정적 인상을 모두 풍긴다. 긍정적 인상으로는 ‘친근하다'(friendly), ‘출세한 사람 같다'(successful), ‘활발하다'(cheerful) 등이 있지만, 부정적 인상에는 ‘지적이지 않은 것 같다'(less intelligent), ‘별로 흥미롭지 않은 사람 같다'(less interesting)가 대다수였다.

일상의 편안한 언어생활에서는 울타리 표현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말하는 우리는 울타리 표현을 되도록 자제하는 게 좋다. 다양한 영어 표현들 사이의 세밀한 결을 감지할 때, 그럴 때 적절히 사용해도 늦지 않는다.

[10] 마무리, 추천

작년에 썼던 글을 수정하는 작업이기에 금방 끝날 줄 알았지만, 이게 웬걸 편집하다 보니 글의 짜임이 엉성한 곳이 보이고, 맘에 들지 않는 표현도 많아 수정하는 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예전 블로그에선 한 게시물에 모든 내용을 담았었지만, ‘스크롤 압박’이 심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두 편으로 나눴다.

이 글에서는 발음과 대화 자체의 본질을, 그리고 한국어 화자인 우리가 영어 문장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말할 수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울타리 표현을 다뤘다. 아래는 추천하는 책 목록이다. 

·발음 교정을 위해:

듣기 편에서도 언급했던 AAT(American Accent Training)를 추천한다.

 

·우리 문화를 영어로 표현하기 위해:

『우리나라 우리문화 영어로 소개하기』(민창기/넥서스)

『PR Korea, 우리문화 영어로 표현하기 』(김경훈, 류미정, 이미림/ 원타임즈)

 

·자원 축적을 위한 교재: New English 900 외에, ‘체험 영어회화 1000장면’이라는 교재의 편집이 우리 학습 방향과 맞다. 그 외에도 서점에 나가보시면 정말 많은 교재가 있으니 서점 나들이를 한 번…

만약 한국어 문장을 모두 타이핑할 여력이 있다면, ‘이보영의 영어회화사전’을 추천하다. 내가 직접 공부해본 건 아니지만, 내가 가장 존경하는 영어 선생님이 이 책을 항상 강력 추천하신다.

·혹시 언어학에 관심이 생겼다면:

고종석의 저서들은 비록 본격 언어학 서적이 아니지만 언어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한국어의 풍경’, ‘말들의 풍경’, ‘감염된 언어’ 세 권이 좋다. 본격 언어학 개론서로는 스티븐 핑커의 ‘언어 본능’을 추천한다.

* 이 글은 2013년 3월 31일 처음 작성됐으며, 2014년 3월 10일 1차 수정됐으며 높임말 표기가 생략됐다.

* 전체 내용은 수많은 영어학습 방법론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진리’가 아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고려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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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듣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이 글은 가독성이 더 좋은 편집으로 슬로우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완벽한 공부법‘의 13장에도 포함되었으나, 해당 책의 영어 파트에 참여한 것은 2019년 현재의 저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급적 슬로우뉴스에서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Steven Shorrock, Listen (CC BY-NC-SA 2.0)
Steven Shorrock, Listen (CC BY-NC-SA 2.0)

[1] 들어가며

영어 읽기 편에 이어 쓰는 글이다. (바로 가기) 가장 중요한 내용 복습을 한 번 하고 시작하겠다.

나는 한국어로 사고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며, 한국어로 세계를 인식한다. 이런 상황은 최소 10년 넘게 유지된 나의 ‘기본값’이다. 

이 간단하면서도 치명적인 사실은 우리가 영어를 학습하면서 꼭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언어 사용에 쓰는 시간을 돈으로 비유하자면 한국어로 의사소통해온 세월은 매몰 비용이다.

매몰 비용은 합리적 선택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이제 우리의 기본 사고방식은 ‘한국어의 기본값 위에 어떻게 영어의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영어 듣기 편은 ‘귀가 트이지 않는’ 상태를 단어, 실제 내용, 발음, 문장 이해력 등 4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끝으로 국내 거주 한국인에게 적합한 영어 듣기 소스를 추천하며 마무리하겠다.

[2]  ‘언어’를 분리해보자

영어도 어쨌든 언어다. 그러니 언어 일반의 속성을 공유한다. 평소 ‘영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우리는 그것이 ‘소리 언어’로서의 영어인지, ‘글’로서의 영어인지 혹은 알파벳만을 가리키는 ‘문자 자체’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이제 그것들을 구분해 보자. 소리 언어로서의 영어는 ‘음성 영어’, 글로서의 영어는 ‘영문’, 문자로서의 영어는 ‘로마자 알파벳’으로 불러 보자. (마찬가지로 ‘음성 한국어’-‘한국어 문장’-‘한글’이 있다) 물론 이번 글에서 우리는 음성 영어에 집중할 것이다.

음성 영어는 또다시 분리된다. ‘소리 자체’와 그것이 담은 ‘의미’이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도 소리고, 자동차 경적 소리도 소리고, 음성 영어도 기본적으로는 소리다. 그러나, 음성 영어는 시냇물 소리 등과는 달리 특정한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언어’로 불릴 수 있다.

영어 듣기에 관해 얘기하다 보면 흔히 ‘귀가 뚫렸다’ 혹은 ‘귀가 트였다’라는 경험담을 접하게 된다. 영어를 듣고,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용어로 표현하자면, ‘음성 영어의 소리’가 ‘의미’로 전환됐다는 뜻이다. 이 상태가 되기 전까지 음성 영어의 소리는 시냇물 소리와 같이 의미 없는 ‘소리 자체’에 불과하다.

[3]  귀가 트이지 않는 이유 1. 단어

많은 분이 간과하지만, 어휘가 또 문제다. 우리가 접하는 음성 영어는 특정 상황 혹은 맥락이 있게 마련이다. 수능 영어 듣기 문제도, 토익 LC도, 영어 오디오북도, CNN 뉴스도 모두 맥락이 존재한다. 토익의 경우 문제와 보기를 볼 수 있고, 오디오북은 그 음성파일 혹은 cd를 선택한 순간 이미 맥락이 형성된다. 뉴스 역시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배경지식 등이 맥락을 형성합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내용을 예상하면서 그와 관련된 어휘들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준비한다. 토익 LC 파트1 사진 속 남자가 기둥에 못을 박고 있다면 당연히 nail, pillar 등을 떠올릴 테고, ‘해리 포터’ 1권 오디오북을 듣고 있다면 당연히 각종 주문과 유명한 캐릭터 이름들을 상상할 것이다.

그런데 머릿속에 준비된 어휘의 양과 수준이 실제 우리에게 주어지는 음성 영어 소리를 의미로 변환하기 위한 수준보다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우리는 아무리 들어도 그 음성 영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거의 이해할 수가 없다. 단어는 영어 학습의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하다.

[4] 귀가 트이지 않는 이유 2. 배경 지식

이해하고자 하는 그 음성 영어가 대체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와 우리가 그 내용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가 중요하다. 쉽게 말해 ‘배경지식’의 수준이다. 짧은 한국어 글 두 편을 살펴보자.

1. 『자기만의 방』에서 울프는 소설과 비소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의식의 흐름 기법을 마음껏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화자의 서술은 옥스브리지 도서관의 사소한 관찰에서부터 시작해, 융의 아니마/아니무스 개념을 상기시키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로운 일치와 1년 500파운드의 경제적 독립을 주장하기까지, 독자들을 지루하지 않게 이끈다.
2. 따라서 외각이 크면 평면각은 뾰족해지고 반대로 외각이 작으면 평면각은 무뎌진다. 이러한 결과를 입체각을 결정하는 부족각과 의미를 연결하면, 평면에서 외각은 결국 부족각과 동일한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는 20세기 영국 문학 대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자기만의 방』에 대한 글 가운데 한 토막이고 둘째는 대한수학교육학회지 수학교육연구 제 19권 제 4호에 포함된 「영재교육에서 유추를 통한 데카르트 정리의 도입가능성 고찰」(최남광, 유희찬)이라는 논문 일부다.

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누구인지, 『자기만의 방』이 어떤 작품인지, 20세기 초반 영국의 사회상이 어땠는지에 대해 알고 있기에 첫 번째 글은 대충 읽어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두 번째 글은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모두 ‘배경지식’의 수준에 따른 결과다.

학습자가 자신의 부족한 배경지식을 고려하지 않고 CNN 등 미국 뉴스를 본다면, 기대와 달리 영어 능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특히 성인 학습자가 쉽게 저지르는 실수다. ‘대학생이 된 이상 수능이나 토익 듣기에만 머무를 수 없다’며 미국 뉴스를 듣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당연히 미국 내 중요 이슈와 세계 각지 뉴스를 다룬다. 만약 미국 사회와 국제 이슈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면, 학습자의 영어 듣기 능력 자체가 쓸모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14년 3월 현재 가장 민감한 국제 이슈인 우크라이나 문제를 생각해 보자.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현재 국토, 이 나라를 둘러싼 국제 관계, 소비에트 시절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관계와 현재의 양국 관계 등에 관해 아는 내용이 없다면, CNN을 시청하든 NBC를 시청하든 그 내용을 피상적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나도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러시아군이 크림 반도에 진주했다는 보도는 쉽게 이해했지만, 그들이 현재 우크라이나군과 대치하고 있는 장면과 함께 흘러나오는 양국 군사관계 설명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배경지식 부족’ 문제를 깊게 생각하지 않는 학습자들을 홀리는 게 영어 학원 청취 강좌다. CNN, AP통신 등 미국 뉴스를 강의하는 많은 강사분들은 뉴스 영상과 관계된 배경지식을 함께 제공한다. 학습자들은 ‘알맞게 제공된’ 배경 지식 덕분에 음성 영어 소리의 의미 전환을 수월하게 해내고, 여기서 ‘실력이 늘었다’는 착각 아닌 착각을 하게 된다.

배경지식은 학원에서만 얻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끊임없이 독서를 해야 하고, 세상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기계발서와 기술서적을 읽는 만큼 인문사회과학 책에도 눈길을 주고, 네이버/다음 뉴스에서만 소식을 얻기보단 블로그 등 각종 정보원을 활용해야 한다. 국내/국제 소식을 종합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통로는 마지막에 덧붙이겠다.

[5] 귀가 트이지 않는 이유 3. 영어 발음의 이해

우리가 늘 사용하는 한국어와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영어는 각자 보유한 소리의 종류가 상당히 다르다. 이 글은 영어 발음을 모두 다루려는 설명이 아니기에, 한국어 화자인 우리가 음성 영어의 각기 다른 소리들을 구분해서 인식하지 못하는 큰 원리만 간략하게 살피고 넘어가겠다.

음성 한국어는 /ㅂ/, /ㅍ/, /ㅃ/의 세 가지 소리를 구분해 인식한다. 한국어 화자인 우리는 아주 쉽게 세 소리를 구분한다. ‘바’와 ‘파’와 ‘빠’는 분명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우는 영어 원어민들은 저 소리들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영어에서 /b/, /p/의 구분은 있지만 /ㅃ/에 해당하는 소리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영어의 /b/와 /p/는 한국어의 /ㅂ/, /ㅍ/과 상당히 다른 소리다.

반대로, 음성 한국어는 음성 영어의 /l/과 /r/소리를 구분하는 기준이 없다. 그 결과 많은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두 소리를 구분해서 듣지 못한다. 또한 구분해서 발음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한국어와 영어 소리들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더불어 음성 영어와 음성 한국어가 매우 다른 지점인 ‘유성음’과 ‘무성음’ 개념까지만 소개하겠다. 

유성/무성이란 소리를 낼 때 성대가 진동하는지를 가리는 개념이다. 뱀 소리를 흉내 낸다고 생각하고 ‘스-‘ 소리를 내 보자. 이때 목 위에 손을 대 보면 전혀 떨리지 않는다. 이젠 그냥 편하게 ‘아-‘ 소리를 내 보면서 똑같이 해 보자. 지속적인 떨림이 느껴진다.

한국어든 영어든 모든 모음은 성대가 진동하는 유성음이다. 문제는 자음이다. 한국어에는 영어보다 성대가 떨리지 않는 무성 자음이 더 많다. 위에서 언급한 ‘ㅂ’도 무성음이다. 한국어 ‘바’를 소리 낼 때, 맨 처음 [ㅂ] 구간에서는 성대가 울리지 않지만 [ㅏ] 소리로 넘어가면서 성대가 울린다.

이는 한국인들이 음성 영어 소리를 구분해서 듣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못하는 주요 원인이다. 영어에서 /b/와 /p/ 소리는 유-무성 차이를 제외하면 정확하게 똑같은 소리다. 그런데 한국어에서 /ㅂ/과 /ㅍ/은 둘 다 무성음이다. 무성음 /ㅂ/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영어 /b/를 발성하면서도 무성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으며 청취 능력에서도 /b/와 /p/를 가끔 혼동하게 된다.

여담으로, 이 차이가 바로 한국어 ‘밥’과 영어 ‘Bob’을 달라지게 하는 가장 큰 요소다. ‘밥’은 성대가 떨리지 않으며 시작하지만, ‘Bob’은 시작부터 목이 떨려야 한다. 영어 특유의 느끼한 발음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런 문제는 무작정 영어를 많이 듣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어 음성 체계가 확립된 우리는 영어 특유의 소리를 인지하는 감각 자체가 무뎌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어의 개별 소리들이 어떻게 발성되는지를 의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지난번 읽기 편에서 말했던 ‘자발적 학습’의 일종이다. (읽기 편 ‘[2] 영어 읽기를 위해 ‘공부’해야 할 것은?’ 참조)

각종 발음교정 교재와 수업이 이런 학습에 필요한 도구다. 특정 발음을 ‘듣지 못하는’ 현상과 영어답게 ‘발음하지 못하는’ 현상을 통합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듣기 능력은 말하기(세부적으로는 발음 구분) 능력과 관계가 깊다.

듣기 능력 향상에 관한 유명한 주장 하나가 ‘말할 수 없으면 들을 수도 없다’이다. 반기문 UN사무총장처럼 예외가 좀 있기에 100% 진리라고 말할 수 없으나, 내가 보기에 한국에서 영어를 학습하는 한국인이라면 ‘말할 수 없으면 들을 수도 없다’는 충고에 따라 영어 발음을 제대로 학습하는 게 좋고 생각한다.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서라면 교재를 사거나 오프라인/온라인 학원에 등록하는 게 좋지만, 학습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유튜브를 잘 활용하길 추천한다.

이처럼 훌륭한 자료가 유튜브에는 ‘무료로’ 정말 많이 공개돼 있다. 처음 세 영상은 부담 없이 보면 된다. 다음 두 영상은 분량이 조금 길지만 필기하며 한 번 공부하길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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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 대학에서 제작한 자료. 그림을 클릭하면 원본 페이지로 이동.

어느 정도 발음 원리를 이해한 분들은 아이오와 대학에서 만든 자료를 천천히 살펴보면 좋다. (바로 가기) stop, fricative 등 전문 용어가 등장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각 항목을 클릭해 보면 /p/, /b/ 등 익숙한 기호가 나오니 그것들만 신경 쓰면 된다.

이 자료에서는 영어의 각 소리가 발음될 때 입술과 혀 등 발성기관이 실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애니메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간략한 설명과 실제 영상, 실제 음성도 지원한다. 1시간 정도 자리 잡고 한 번 쭉 살펴보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음성 영어의 개별 소리를 공부한 뒤 연음 현상과 인토네이션 등을 더 공부하면 금상첨화다. 이것에 관해서는 말하기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6] 귀가 트이지 않는 이유 4. 문장 이해 능력(혹은 읽기 속도)

듣기에는 읽기 문제도 개입한다. 평범한 영어 화자는 보통 1분에 150~160단어를 말하는 속도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치열한 토론에서는 분당 350단어에서 500단어 수준까지 속도가 올라가기도 한다. (위키피디아)

한편 평범한 영어 원어민의 ‘읽기’ 속도는 말하기보다 조금 빠르다. 1분에 250단어를 읽는 게 평균적인 읽기 속도다. (위키피디아)

영어를 듣고 바로 이해하려면 적어도 상대방의 말하기와 비슷한 속도로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통역사에겐 기본 상식이라고 들은 내용인데, 통역사 지인이 없어서 직접 확인은 못 했다)

간단히 말해, 최소 ‘150단어/1분’ 속도로 글을 읽어야 기본적인 대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0wpm(1분 200단어)로 기사를 스크롤해주는 서비. 광고는 편집됨. 클릭하면 원본 페이지로 이동.
200wpm(1분 200단어)로 기사를 스크롤해주는 서비스. 광고는 삭제함. 클릭하면 원본 페이지로 이동.

다행히 이런 속도가 어떤 느낌인지 경험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브레이킹 뉴스 잉글리시'(Breaking News English)라는 곳이며 최신 영어 뉴스를 활용한 각종 학습 자료를 제공한다. 정말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 영어 선생님들이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꼭 수업에 활용해보셨으면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기능은 ‘스피드 리딩'(Speed Reading)이다. 위 그림이나 이 바로 가기를 클릭해 들어가 보면 ‘200단어/1분’ 속도로 기사 본문이 스크롤된다. 이 자료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아직 평범한 영어 화자의 말하기도 이해할 준비가 안 되었다는 뜻이다.

수월하게 읽히신 분들은 페이지 아래 NEXT: Try the same text at a reading speed of 300 words per minutes를 클릭해 더 빠른 속도에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다른 스피드 리딩 기사 목록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토익 등 보통 영어 시험 듣기 문제의 성우는 분당 200~250단어 정도로 말을 하는 것 같다. 일반적인 말하기보다 살짝 빠르지만 뉴스 앵커들보단 느리다.

이렇듯 읽기 실력은 듣기 능력도 좌우한다. 좋지 못한 소식이 있다면, 한국인을 비롯한 대부분 비영어권 영어학습자들의 평균 읽기 속도가 분당 50~100단어 사이라는 점이다. 잘 듣기 위해서는 읽기부터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7] 마무리

이번에도 ‘이것을 해라’ 식의 영어학습법이 아닌, 영어 듣기가 왜 어려운가를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공부 방법에만 몰두하지 않고, 언어 습득의 일반적인 원리를 다 같이 고민하는 분위기가 더 퍼졌으면 좋겠다.

약간의 추천 목록을 덧붙인다.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맞는 듣기 소스 : EBS 귀가 트이는 영어(귀트영)과 아리랑라디오·tbs 영어방송·부산영어방송·광주영어방송 그리고 코리아헤럴드 팟캐스트.

관심도 별로 없고 배경 지식도 부족한 해외 소식보다는 우리가 사는 곳의 이야기를 영어로 듣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EBS ‘귀트영’은 훌륭한 표현과 매월 당시 한국 상황과 어울리는 주제를 선별한다.

다음으로 언급한 4개 방송사는 모두 국내 소식을 영어로 다루는 곳이다. 나는 부산영어방송 애청자다. 특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오전 7~9시 방송하는 ‘모닝 웨이브 부산'(Morning Wave Busan)과 밤 10~12시의 ‘미드나이트 라이더'(Midnight Rider)이다. 흔히 ‘영어 방송’하면 아리랑과 tbs영어방송을 많이 떠올리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산영어방송이 훨씬 낫다고 본다. 각 방송사 홈페이지 바로 가기: 아리랑라디오, tbs 영어방송, 부산영어방송, 광주영어방송 

코리아헤럴드 팟캐스트는 자사 영어 신문과 함께 각종 국내 시사 상식을 다룬다. 한국 영어신문이니만큼 대부분 한국 시사를 다루기에 한국에 사는 고급 영어 학습자에게 아주 좋은 자료다. 가장 최근 세 업데이트의 주제는 각각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북한 인권 개선 요구 증가’, ‘김연아 선수 대항마는 러시아 신예?’였다. 바로 가기: 코리아헤럴드 팟캐스트

·발음 교정을 위해 : AAT(American Accent Training) 한국어판.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발음이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22살 때 이 책으로 발음 공부를 한 뒤로 영어 발음 이해도와 실제 발음이 훨씬 좋아졌다. EBSlang에서 동영상 강의도 수강할 수 있다.(바로 가기) —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스텝2 신청이 안된다.

·영어와 관련된 배경지식 확충을 위해: 빌 브라이슨 시리즈를 추천한다. 사실 나는 읽어본 적이 없지만, 주변 반응을 보니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다.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 포털 뉴스보다, 별도의 좋은 정보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슬로우뉴스(http://slownews.kr/), ㅍㅍㅅㅅ(http://ppss.kr/) 등 사람이 선별하는 곳이나 뉴스 고로케(http://news.coroke.net/), ‘나만을 위한 읽을거리'(http://www.4four.us/a41/) 등 자동화 서비스도 이용해볼만 하다.

이 외에도 한국인에게 필요한 외신을 번역해서 무료로 제공하는 뉴스페퍼민트 (http://newspeppermint.com/), 실리콘밸리 등 해외 IT 뉴스를 간략하게 소개해주는 테크니들(http://techneedle.com/) 등 정말 많은 곳이 있다.

* 이 글은 2013년 3월 14일 이전 블로그에 최초로 작성됐다. 2014년 3월3일 대폭 수정했으며 높임말 표기가 생략됐다. 2015년 1월 16일 추천 사이트 관련 작은 수정을 했다.

* 전체 내용은 수많은 영어학습 방법론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진리’가 아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고려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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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읽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이 글은 가독성이 더 좋은 편집으로 슬로우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완벽한 공부법‘의 13장에도 포함되었으나, 해당 책의 영어 파트에 참여한 것은 2019년 현재의 저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급적 슬로우뉴스에서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Erin Bowman, 'Keep calm and carry on'
Erin Bowman, ‘Keep calm and carry on

영어 읽기·듣기·말하기·쓰기 각각에 관해 정리하려 한다. 한 번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생각도 다듬어질 것이고, 평소 영어 공부 방향을 묻는 친구들이 가끔 있기에 그런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기 – 듣기  – 말하기 – 쓰기[note]쓰기편은 아직 수정 중이다[/note] 순서로 전개될 이 작업의 목표는 ‘이걸 공부해라’가 아니다. 이 연재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 대체 어떤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에 관해 같이 생각해보기를 제안하는 글이다. ‘해커스’, ‘시나공’, ‘토마토’, ‘그래머 인 유즈’ 가운데 무엇이 좋은지를 따지는 작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신 그런 책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공부할 것인지를 생각해보기를 권하는 작업이다.

[1] 목표 독자와 핵심 전제

목표 독자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만 15세 이상의 한국인’이다.

이들은 영어 학습을 하면서 언제나 핵심 전제 하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한국어로 사고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며, 한국어로 세계를 인식한다. 이런 상황은 최소 10년 넘게 유지된 나의 ‘기본값’이다. 

이 간단하면서도 치명적인 사실은 우리가 영어를 학습하면서 꼭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언어 사용에 쓰는 시간을 돈으로 비유하자면 한국어로 의사소통해온 세월은 매몰 비용이다. 

매몰 비용은 합리적 선택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이제 우리의 기본 사고방식은 ‘한국어의 기본값 위에 어떻게 영어의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가끔 영어 사교육계의 광고를 보다 보면 ‘아기가 언어를 습득할 때 문법을 공부하지 않는다’라며 자신들이 참된 외국어교육을 한다고 광고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아기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방식이다. 특정 언어의 간섭 없이 영어나 한국어라는 한 언어의 체계를 만드는 과정은, 이미 한국어 언어 체계를 단단하게 세운 한국인들이 영어라는 ‘외국어’를 습득하는 과정과 똑같을 수 없다.

그럼 위의 전제와 함께 ‘영어 읽기’에 관해 생각해보자.

[2] 영어 읽기를 위해 ‘공부’해야 할 것은?

영어 읽기를 잘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무조건 문법과 단어다. (‘공부’라고 특별히 강조한 것은 그 이후 필요한 과정이 더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 영어학습자들이 문법을 싫어하고, 교육 현장에는 ‘문법은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널리 퍼져있다. 구식 영어교육의 병폐인 ‘문법 문제를 위한 문법 교육’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훌륭하다. 그러나 영어를 이해하는 데 문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문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오해를 풀어보자. 우리는 ‘한국어 문법을 배운 적이 없다’고 생각하곤 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언어 습득 원리는 아주 거칠게 나눴을 때 2가지 방식으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는 어란아이의 모국어 습득 방식인 ‘비자발적 습득’이다. 출생 직후부터 온종일 듣게 되는 말소리는 아기들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체계화된다. 모국어(제1언어) 습득 과저이 아직 100% 과학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기들이 부모 등 양육자로부터 장기간 특정 언어를 들으면서 그 언어를 자기 모국어로 습득한다는 현상 자체는 매우 자명하다.

만 3세 이상 아이들은 모국어 체계를 거의 완전히 확립하고, 그 언어로 세상을 인식하며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은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듣기와 말하기를 배운다. 이런 과정은 학습자의 특별한 의도나 노력이 개입하지 않기에 ‘비자발적’ 습득이라 부를 수 있다.

둘째는 청소년기를 넘긴 사람들이 외국어를 배우는 방식인 ‘자발적 습득’이다. 특히 20세가 넘은 성인들은 여러 이유로 ‘의도적 학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각종 사회활동을 하는 성인들은 (1)온종일 특정 외국어를 듣고 있을만한 여유가 없으며 (2)돈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그 외국어가 쓰이는 해외에 건너가 2~3년간 편히 살 수도 없고 (3)혹시 목표하는 외국어의 원어민들과 함께 생활할 기회가 생긴다고 해도 그 원어민들이 ‘부모-아이’ 관계처럼 우리에게 온종일 말을 건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세 번째 요인은 많은 사람들이 어학연수에 실패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는 ‘비자발적 습득’을 통해 한국어 체계를 완벽하게 익혔다. 한국어 특유의 복잡한 존댓말 체계와 다양한 어미 변화, 미세한 의미 변화는 우리의 머릿속에 완벽하게 내재해 있다. 다만 그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용어가 동반되지 못했을 뿐이다. 책 한 권의 제목을 살펴보자.

파이트-야코부스 디터리히 지음, 이미선 옮김(홍성사)
파이트-야코부스 디터리히 지음, 이미선 옮김(홍성사)

한국어 대명사 ‘누구’와 ‘아무’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쓰임새가 조금 다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바로 가기) 설명을 보자.

아무(대명사): 어떤 사람을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르는 인칭 대명사. 흔히 부정의 뜻을 가진 서술어와 호응하나, ‘나’, ‘라도’와 같은 조사와 함께 쓰일 때는 긍정의 뜻을 가진 서술어와 호응하기도 한다.

누구(대명사): 특정한 사람이 아닌 막연한 사람을 가리키는 인칭 대명사 / 가리키는 대상을 굳이 밝혀서 말하지 않을 때 쓰는 인칭 대명사.

‘누구’가 부정 의미 문장에 잘 쓰이지 않는 것과 달리 ‘아무’는 대체로 부정의 뜻을 가진 서술어와 호응하고, 특정한 경우에만 긍정 서술어와 같이 쓰인다.

이는 한국어 화자인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내재된 지식이다.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언제나 이 두 단어를 구별해 사용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현상을 ‘설명’할 능력도 없다. 한국어 체계를 꿰뚫고는 있지만, 그것을 사전처럼 설명해낼 ‘용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 같은 질문이 올라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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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우리는 15년 넘게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그에 얽힌 미묘한 문법 규칙과 다양한 표현을 익혔다. 학술적 용어로 표현할 능력이 없을 뿐, 우리는 한국어 문법을 평생 공부해왔으며 죽는 날까지 이는 계속될 것이다. 한국어처럼, 우리는 영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문법을 공부해야만 한다. 대신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3] 문법 공부는 어떻게?

우리는 영어라는 언어가 ‘말이 되는 소리’가 되기 위해 어떤 규칙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겁주는 얘기 같아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앞서 말한 ‘전제’에 포함되는 분들이라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교나 학원에서 겪었던 ‘문제 맞추기’식 문법 공부는 피해야 한다. 문제 맞추기식 공부는 필연적으로 ‘틀림’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적극적인 학습에 걸림돌일 뿐이다.

우리의 목표는 두 가지다. (1) 해당 문법 내용의 설명을 듣고 제대로 이해하고 (2) 관련 예문을 확실하게 암기하기.

문법 규칙을 이해하는 것은 실제 문법 학습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문법규칙 완벽 정복’은 영어학 전공자나 영어교사에게만 필요한 일이다. ‘문법 공부’의 90%를 이뤄야 하는 것은 예문 암기다.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문법 공부’에서 효율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규칙 암기에만 몰두하면서 실제 규칙이 적용된 예문 암기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학습하기 가장 좋은 교재는 ‘좋은 예문’이 많은 책이다. (교재 추천은 글 말미에 덧붙임)

보통 영문법 교재에는 한 문법 규칙마다 적게는 1개부터 많게는 10개까지 예문이 제공된다.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이런 예문들을 큰 소리로 10번씩 읽는 게 좋다. 그리고 그렇게 읽은 예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문장을 암기하면 된다. 암기 지속시간은 그날 하루면 충분하다.

단, 하루면 충분하다는 조건은 이 공부를 꾸준히 할 때만이다. 꾸준히 예문 암기를 한 학습자라면 비록 암기했던 문장들이 의식적 기억에서 지워지더라도 그 흔적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새 영어의 기반이 단단하게 다져진다.

이렇게 문법과 연계된 예문 자원이 일정 정도를 넘어가면, 영문 읽기 과정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일정 정도’는 학습자의 기존 영어 성취도와 학습에 쏟는 시간·열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 경험상 4개월가량 매일 꾸준히 하면 자신이 느끼기에도 달라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문법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4] 단어 공부가 필요한 이유

문법만큼이나 ‘어휘력’은 어떻게 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어떤 글을 읽을 때 한 페이지마다 모르는 단어가 10개씩 꼬박꼬박 등장한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라. 그냥 짜증이 난다. 영어 글은 단어를 다 알 때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계속 발목을 잡는다면 어떨까… 우선 이 ‘짜증’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단어를 많이 알아둬야 한다.

보통 제시되는 영어 읽기 팁 하나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지나쳐라’인데, 이것은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1~2개에 불과한 학습자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이다. 명심하자.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한 개나 두 개.

보통 영어로 쓰인 페이퍼백 소설은 한 쪽에 200~350개 정도의 단어가 포함된다. 한 페이지 단어 수가 200개고 한 문장이 평균 20단어라고 가정해보자. 어떤 학습자가 이 한 페이지를 읽으며 단어 10개를 모른다면, 그는 평균 한 문장마다 모르는 단어 한 개를 마주치는 셈이다. 이 경우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지나치기’란 ‘무슨 말인지 읽으면서도 모르고 앞으로도 알게 될 가능성이 낮은’ 시간 보내기에 불과할 수 있다.

둘째, 단어를 알아야 문법 지식도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을 읽으면서 절대로 한 번에 한 단어만을 읽지 않는다. 사람의 눈은 끊임없이 초점을 조정한다. 이 과정은 부드럽게 이뤄지지 않는다. 조정 간격이 1초라고 가정한다면, 1초마다 초점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간단한 실험을 해보면 된다. 강렬한 태양이라면 7~8초 정도, 방에 있는 전구라면 20~30초 정도 정면으로 쳐다보면 눈앞에 보랏빛 혹은 초록빛 잔상이 생긴다. 이 잔상은 우리 눈의 초점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실제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아마 ‘순간이동’ 하는 초록색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읽기’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

그렇게 계속 이뤄지는 한 번 한 번의 시선 이동에서, 우리가 명확하게 뜻을 알고 있는 단어들은 여러 개가 뭉쳐서 하나의 의미로 인식된다. ‘I love you’는 세 단어로 이뤄진 문장이 아니다. 너무나 자주 보아왔기에 그 자체로 자명한 한 덩어리의 의미단위일 뿐이다. 단어의 의미를 몰라서 초점이 멈추는 일아 발생하지 않을 때, 비로소 문법 지식은 단어들의 의미를 연결해주는 장치로 부드럽게 기능할 수 있다. 

단어 공부법은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도록 하자. (일부 영어 교육자분들께서는 다양한 근거를 들어 단어장 공부를 비판하지만, 기초가 부족한 사람들이라면 단어장을 통해 단기간에 많은 단어를 익히는 것도 때론 효과적인 방법이다)

[5] 마무리 – ‘공부’를 넘어서

읽기라는 행동은 단순히 ‘글을 읽는다’라고 규정하기엔 여러 사항이 얽힌 복잡한 과정이다. 읽기는 모국어로도 쉽게 하기 힘든 일이다. 이것을 외국어로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정확한 문법 지식과 끊임없는 단어 습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무조건 다독‘이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도 많은 사람의 고민거리일 텐데, ‘읽고 싶은 것’을 읽으면 된다. 이에 관해서는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이창희 교수님의 글을 일부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전문 바로 가기)

우리의 언어생활이 외국어 환경에 얼마나 오래 드러나 있었는가, 그리고 그것은 언제 시작되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늦게 시작했고 너무 적게 노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딱 하나, 많이 읽는 것이다.

(…)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당장 향기 높은 문학작품들을 떠올릴 것이다. 좋다. 그런 데 우리의 과제는 “노출”이라는 데 착안해보자.

무슨 말인가 하면 같은 시간에 많은 페이지를 소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린이가 이청준이나 셰익스피어 말투부터 배우는가? 쉬운 글, 내 수준에 맞는 글이어야 하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내 취향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

그래서 쉬운 글을 읽으라는 것이다. 대형서점 외국서적부에 가 보라. 다른 외국어는 모르지만 일어와 영어로 된 통속소설은 서가에서 넘쳐 복도에 쌓아놓을 지경이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이 얘기에 아직도 저항감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하는 얘기는 문학이 아니고 “언어습득”임을 상기하기 바란다.

통속소설이 갖는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쉽게 쓰여졌다는 것, 그리고 따옴표 안에 들어간 대화체가 매우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건 그대로 “회화교재”가 될 수 있다.

끝으로 책 몇 권과 강의를 조금 추천한다.

· 정말 ‘쌩’기초부터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맞는 교재 :

‘영어기초확립'(안현필 저) : 알파벳부터 시작하는 정말 근본부터 시작하는 입문서

· 좀 알긴 아는데, 그래도 다시하번 쭉 공부해보고 싶으신 분들 :

박상효 강사의 그래머 인 유즈(Grammar in Use) 동영상 강의, 혹은 그가 쓴 ‘영문법 콘서트’ :  박상효 강사는 그래머 인 유즈 강의계에서 한때 가장 유명했던 분이다. ‘영문법 콘서트’에도 그 강의 내용이 충실히 담겼다.

· 수능 스타일이 좋으신 분들 :

이투스 김정호 강사(Tommy)를 강력 추천. 한국인으로서 문법을 공부할 때 어느 지점에 강조를 두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숨은 실력자로는 대성마이맥의 ‘유호석’ 강사가 있다. (지금 확인해보니 2006년에 비해서 정말 살을 많이 빼셨다…)[note]2014년 이 글을 쓰던 때는 몰랐으나 당시 선생님은 암 투병중이셨고, 2016년 3월 작고하셨다[/note]

· 문법 웬만큼 알고 있어서 또 문법책 공부하기는 싫으신 분들 :

1) ‘혼비 영문법'(A.S. Hornby 저, 김진만 번역) : 1980년에 출판된 오래된 책이다. 동사를 기준으로 문장의 형태를 25가지로 나누었다. 처음 볼 때는 내용도 생소하고 옛날 책이라 쭉 읽기도 불편하지만, 읽다 보면 ‘무릎을 치는’ 순간의 연속.

2) ‘굿바이 가정법'(최인호 저) : 시제와 가정법에 관해서라면 최고의 대중 영문법 교재.

· 나는 영어 잘하는데? :

이분들은 문법 교재가 아니라 ‘Usage’를 천천히 공부하면 좋다. 필자는 YBM에서 번역되어 나온 ‘실용어법사전’을 쓰고 있다. (원서명 Practical English Usage)

· 단어 확충을 위해 :

1) 기술 어휘에 관한 책은 지난번 글(바로 가기)에서 언급했다. ‘한국어 꺼라 영어가 켜진다’의 부록 ‘알파벳 에센스 느끼기’

2) 교양 어휘 확충을 위해 : ‘Word Power Made Easy’ (원서, 강주헌 번역본 모두 좋다)

3) 기술 어휘와 교양 어휘를 두루 다루며, 공부하기도 지겹지 않은 책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한호림 저)


* 이 글은 2013년 3월 1일 이전 블로그에 최초로 작성됐다. 2014년 3월2일 대폭 수정했으며 높임말 표기가 생략됐다.

* 전체 내용은 수많은 영어학습 방법론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진리’가 아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고려해주시기 바란다.

이어서:

영어 듣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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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관해

‘삼총사’의 번역 타당성, 그리고 그 쓰임새

‘삼총사’에서 ‘총사’의 뜻이 ‘총을 사용하는 병사’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새로 알게된 사실을 기념하며(?) ‘musketeers->총사’ 번역에 관한 이야기와, 현대 한국어에서 삼총사라는 단어가 쓰이는 모습에 관해 다뤄볼까 한다.

영어판 제목(The Three Musketeers)과 프랑스어 원 제목(Les Trois Mousquetaires) 모두 ‘머스켓(총기의 일종) 병사 세 명’이라는 뜻이고, 일본어와 한국어판 번역 제목도 ‘삼총사’다.

그런데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칼로 싸우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한다. 이런 사정에 관해 한국 위키피디아의 ‘삼총사'(바로 가기) 항목에는 ‘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우리말 뉘앙스 사전'(박영수 저)의 설명이 인용돼 있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칼을 잡고 싸우며 작품 속에는 머스켓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뒤마의 시대에는 머스켓이라는 단어가 ‘병사’라는 의미로도 쓰였는데 이를 모른 일본 번역자가 오역한 제목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머스켓이라는 단어의 뜻이 총사가 아닌 일반 병사로도 통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박영수씨가 삼총사 번역에 관해 제시한 설명이 틀린 게 아닐까 싶다.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Musketeers of the Guard’의 대표 인물 항목(바로 가기)에 따르면, 일단 소설 ‘삼총사’의 주인공들은 모두 ‘Musketeer’가 맞다.

그리고 위키피디아 ‘Musketeer’의 프랑스편 하위 항목(바로 가기)에 있는 이미지를 보면 그들은 언제나 총기를 든 모습으로 묘사된다. 

같은 항목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프랑스의 Musketeers는 “1622년 루이 13세[note]루이 8세라고 잘못 썼던 부분입니다[/note]가 경기병(Light Cavalry) 중대에 머스킷을 공급하면서 창설”됐다는 설명이 있다.(They were created in 1622 when Louis XIII furnished a company of light cavalry with muskets)

그리고 “말, 총, 의복, 하인과 각종 장비를 직접 준비해야 했다. 머스켓과 그들 고유의 파란 옷만 국왕에게서 제공받았다”라는 말도 나온다.(These included the provision of horses, swords, clothing, a servant and equipment. Only the muskets and the distinctive blue cassock were provided by the monarch)

위키미디아 커먼스 (CC BY 2.0)
위키미디아 커먼스, (CC BY 2.0)

영어권 질답 페이지들을 검색해본 결과,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이 머스켓보다 주로 칼을 이용해 싸우는 것은 당시까지 머스켓이 그리 간편한 무기가 아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참고 1, 2, 3)

프랑스 총사 방위대(Musketeers of the Guard) 소속이었을지라도, 병사들은 평소엔 총 대신 칼을 소지하고 다녔을 가능성이 크다. 머스켓은 장전도 느렸고 휴대하기에 무거운 총이었기 때문이다. 평상시 호신용 무기로는 머스켓보다 칼이 훨씬 유용했다는 말이다.

결국 ‘머스켓’이라는 단어가 당시엔 그냥 병사를 뜻했지만 그 사실을 몰라 ‘총사’라고 잘못 번역했다는 설명은,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믿을만한 얘기도 아닌 것 같다.

달타냥은 분명 머스켓을 지급받는 ‘총사’였다. 용어 번역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사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소설 2권 4장 ‘라로셸 포위전’에서 머스켓을 들고 싸우기도 한다.


번역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자.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간단한 인상이다.

‘삼총사’는 현대 한국어에서 사람 세 명이 모이면 어디에나 쓸 수 있는 말이 된 것 같다. 실제 네이버 국어사전에도 삼총사의 두 번째 뜻으로 “친하게 지내는 세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제시돼 있다.

일본에서 탄생한 번역어 ‘삼총사’는 한국에서 ‘총사’의 원래 의미를 거의 잃어버린 모양새다. 나만 해도 ‘총사’라는 말이 ‘총을 든 병사’라는 걸 최근에 알았으니까(나만 몰랐나?)

그냥 세 명이 몰려 다닌다면, 그들은 보통 삼총사라고 불리게 된다.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에서는 사정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 결과로…

yg

이런 경우가 있고…(1991년 작)

미녀 삼총사

‘Charlie’s Angels’는 하필 세 명인데다 그들이 각종 임무에 싸움까지 벌이니 미녀 ‘삼총사’가 됐고
(사실 ‘찰리의 천사들’보다 훨씬 괜찮은 제목 같다)

조선 미녀 삼총사

이런 영화 제목도 나오고…

빙속

이렇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한테도 쓰이는 말이 됐다.

또 흥미로운 건, 이렇게 세 명이 모였을 때를 설명하는 말로 ‘삼총사’가 워낙 많이 쓰이다 보니 네 명, 다섯 명이 모였을 경우에도 ‘사총사’나 ‘오총사’라는 말이 쓰인다는 사실이다.

‘총사’는 원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렸고, 여러 명이 모인 경우라면 대부분 가져다 쓸 수 있는 접미사처럼 변해 버렸다.

quiz

KBS2 아침 프로그램 제목 ‘퀴즈쇼 사총사’.

오총사

한경닷컴 기사(바로 가기)

오총사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오총사’ 검색 결과

검색해보면 육총사, 칠총사, 팔총사, 구총사 그리고 십총사까지도 그 쓰임새가 넓어진 걸 확인할 수 있다.

언어 변이는 정말 흥미로운 현상이다.
나중에 이 문제에 관해 다시 글을 쓰게 된다면 그땐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사정도 좀 알아봐야겠다.

* 혹시 위에서 언급한 ‘삼총사’ 번역 문제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아는 분이 계시다면… 트위터나 이메일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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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자연스러운 영어 말하기를 위해 알아야 할 영단어의 4가지 결

*이 글은 가독성이 더 좋은 편집으로 슬로우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완벽한 공부법‘의 13장에도 포함되었으나, 해당 책의 영어 파트에 참여한 것은 2019년 현재의 저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급적 슬로우뉴스에서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영어는 전 세계 언어 가운데 어휘를 가장 많이 보유한 언어이다. 이번 포스팅은 그러한 영어의 특성에 얽힌 역사적 배경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영어 학습자인 우리가 ‘말하기'(혹은 스피킹 혹은 프리 토킹)를 제대로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각종 영어 시험에서는 고득점을 올리지만, 실제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대화를 원활하게 풀어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1] 영어의 역사 – 개방의 아이콘, 영어

이전에 작성했던 글에서 역사 부분이 지나치게 길다는 판단이 들어, 역사 부분을 대폭 축소하고 원본을 다른 글로 옮겼다. (바로 가기)

영어는 발달과정에서 많은 어휘를 받아들여 ‘포섭’했다. 앵글로 색슨족의 고대 게르만어에서 시작한 영어는 브리튼섬 원주민이었던 켈트족의 ‘켈트어’,  로마 지배 흔적이자 597년 잉글랜드의 기독교 개종 후 광범위하게 확산된 ‘라틴어’, 8세기 후반부터 11세기 중반 지속된 바이킹 침략으로 유입된 ‘스칸디나비아어’, 그리고 11세기 발생한 ‘노르만 정복’ 이후 ‘프랑스어’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대영제국 시기의 영국 정부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말들에 대해 정책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도 영어 어휘가 풍성해지는 데 한 몫을 했다. 또한 20세기 중반 이후의 국제 질서에서 사실상 가장 광범위한 공용어로서, 영어는 전 세계 언어들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그러한 언어들로부터 쉬지 않고 단어들을 흡수하고 있다.

영어 어휘의 출신 언어/국가별 분포도, wikimedia commons
영어 어휘의 출신 언어/국가별 분포도, wikimedia commons

[2] 영어의 ‘잡스러움’을 대하는 어휘책/대다수 영어 교육자들의 자세

그런데  이런 영어의 ‘잡스러움’을 두고 우리나라 시중 어휘 교재들과 국내 영어 공부 담론이 제시하는 대응책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절대 다수의 어휘집과 영어 교육자들은 그리스어와 라틴어 출신 단어들을 강조한다. 라틴어 기반 단어가 뭔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분들은 ‘어근’과 ‘접사’를 떠올려 보시라. 어근과 접사로 분리가 가능한 단어는 십중팔구 라틴어 기반 단어다.  우리가 ‘시험’을 위해 암기한 대부분의 단어는 라틴어에 기반을 둔 단어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 출신 성분을 수치로 봐도 ‘영어 시험’의 고득점을 위해서는 그런 단어를 중점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이건 당연한 전략이다. 

그런데… 라틴어 출신 단어를 중점적으로 학습하는 이 전략은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에 정말 필요한 단어를 놓치게 하는 심각한 원인이다. 무슨 소리인지 궁금한 분들은 아래 설명에 집중하시길 부탁한다.

[3] 영어 단어를 나누는 새로운 틀

이제부터 영어 단어의 종류를 나누는 틀을 하나 더 제시할까 한다. 내 독창적인 분류는 절대 아니다. 신촌 한겨레교욕문화센터에서 ‘레토리컬 라이팅'(번역/외국어->Rhetorical Writing)을 강의하시는 라성일 선생님에게서 배운 내용이다. (바로 가기)

영어 단어는 대략 4가지 층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 4가지 분류는 영어뿐만 아니라 대다수 언어에 적용되리라 생각한다.

1. 태어나서 유아기에 습득하는, 생존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 어휘’

– go, come, have 등이 있으며, 이는 한국에서 교육받더라도 중학교를 졸업할 때면 거의 익히게 된다.

2. 아동-청소년기를 거치며 습득하는,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묘사하기 위한 ‘기술(descriptive) 어휘’

– spurn, befuddled, itchy 등이 있다.

– 영미권 화자들은 청소년기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이 단어들을 습득한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단어는 바로 이 단어들. “너 어제 고백했는데 차였다며?”, “어제 폭탄주 왕창 마셨다가 완전 뻗었어”, “일본 여행 갈 생각에 벌써 발이 근질근질하다” 등의 말들을 하기 위한 단어가 바로 기술 어휘이다.

– 이런 단어들은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출신이 아니라 고대 게르만어에 뿌리를 두고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경우가 절대다수. 우리말의 상황과도 매우 유사하다. ‘오늘’과 ‘금일(今日)’은 사전적으로 동의어지만, 일상 대화에서 훨씬 자연스러운 단어는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 ‘오늘’이다.

3. 지성을 갖춘 개인으로서, 수준 있는 글을 읽거나 쓸 때 혹은 진지한 토론을 할 때 꼭 필요한 ‘교양 어휘’

– conform, disambiguation, federation 등이 있다.

– 대체로 그리스어와 라틴어 어원을 간직하고 있는 단어들이 여기에 속한다. 고교 영단어집으로 유명한 능률 보카 어원편이 바로 이러한 어휘들을 수록한 교재다. 능률 보카뿐 아니라 시중 대부분의 영단어 교재들은 바로 이 교양 어휘를 표제어로 삼는다.

– 영미권 화자들의 ‘일상생활’에서 이 어휘들의 빈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이 역시 한국어의 상황과 유사하다. 우리의 평소 대화를 잘 생각해보면… 일상적인 대화에서 “엄격한 규칙을 준수했다는 사실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명확성을 보장하는 언어사용을 추구해야 합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과의 연합을 구성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라는 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대중적인 소설에도 저런 문장들은 자주 나오지 않는다.

4. 각종 전문 분야에서 (혹은 오로지 해당 분야에서만) 쓰이는 ‘전문 어휘’

– hexameter, chiasmus, parallel 등이 있다.

– 내 전공인 영문학과 영어 문체에 관한 단어들이다. 전문 어휘 층은, 해당 분야 구성원이 아닐 경우는 알 필요조차 없는 단어들이 대부분이다. 혹은 평범한 단어지만 해당 분야에서만 특별한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parallel의 경우, 대체로 ‘평행’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문체 분야에서는 ‘문장 구조의 의도적인 반복을 통해 길고 복잡한 내용의 원활한 전달을 달성한 글쓰기 기법’을 두고 parallel이라 지칭한다.

한국인 영어 학습자로서 토익 RC 450을 받아도 영어 소설은 버겁고, LC 450을 넘어도 미드는 안 들리고, 그 외 시험에서 고득점을 올려도 말하기(혹은 스피킹 혹은 프리토킹)이 여의치 않은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단어들의 성격 차이이다.

한국인 영어 학습자 대부분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며 기본 어휘를 습득한 후, 고등학교에 진학해 ‘교육에 적합하도록 선별된’ 지문을 읽으며 영어 공부를 계속한다. 이러한 지문들은 대부분 약간의 기본 어휘와 다수의 교양 어휘로 이루어져 있다. 성인이 되어서는 토익을 공부하느라 또 다른 교양 어휘와 약간의 비즈니스 분야 전문 어휘를 익히게 된다.

이러한 일반적인 영어공부 과정만을 소화한 평범한 한국인에게, 영미권의 대중 소설과 드라마 그리고 그들의 일상 대화에서 자주 쓰이는 ‘기술 어휘’를 접할 기회는 별로 없다. 교양 어휘만을 공부해온 학습자라면, 듣도 보도 못한 기술 어휘가 대량으로 사용되는 보통의 영어 소설과 미국 드라마를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이는 ‘미국 유치원생 수준’의 영어라는 것이 사실 한국인에게 얼마나 어려운 목표인지도 깨닫게 해 준다. 이에 대해서는 고수민님의 ‘뉴욕에서 의사하기’ 블로그의 글을 읽어보면 좋다. (바로 가기)

[4] 그럼 이제 남은 건?

영어 원서 읽기와 미국 드라마 시청을 방해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한 가지가 명확해졌다. 원인을 찾았으니 이제 그 해결책도 함께 고민해보자.

1. 영미권의 영유아용 동화책과 청소년용 통속 소설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들을 정리한다.

– 오랜 시간이 들고, 다소 금전적 지출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영미권 화자들이 기술 어휘를 습득하는 방법을 문자로나마 똑같이 따라 하는 과정이다. 어느 정도 단어를 확보하셨다면, 수준 있는 대중 소설로 천천히 옮겨가면 좋다.

2. 기술 어휘 단어집을 공부한다.

– ‘단어 교재 공부’이기 때문에 지겹다는 단점이 있으며, 시중에는 이러한 단어 교재도 거의 없다. 다행히도 괜찮은 기술 어휘 모음 단어집이 있다. 하나는 영국 케임브리지 출판사의 English Vocabulary in Use 시리즈이다. 워낙 유명한 출판사의 유명한 책이니 따로 설명을 곁들이지 않겠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책이다. 박인수씨가 지은『한국어 꺼라 영어가 켜진다』(구판 제목: 『잉글리쉬 마인드 트레이닝』)이다. 본문은 읽어보지 않아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잘 모르겠지만, 부록의 ‘알파벳 에센스 느끼기’에는 알짜배기 기술 어휘가 집약적으로 담겨 있다. 다소 불필요한 단어가 수록되기도 했지만, 국내 시중 어느 단어집보다도 ‘기술 어휘’를 중점적으로 모아놓은 교재다.

사실 위의 두 과정을 병행하는 게 가장 좋다. 우리는 단어 몇 개를 습득하기 위해서 쉬운 책을 한 권 한 권 읽을 만큼 마냥 여유롭지 않으며, 어휘집 단순 암기는 맥락 없는 ‘영단어-한국어 뜻’의 나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단어집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단어를 확보하고, 동시에 문맥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단어의 실제 사용 예시를 직접 느끼는 과정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5] 끝

아무쪼록 이 글이 높은 영어시험 성적에도 불구하고 영어 원서를 읽거나 영어 회화를 할 때 부족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2013년 3월 2일 이전 블로그에 최초로 작성된 후 4월 20일 1차 수정됐다. 그리고 2014년 2월20일 2차 수정과 함께 많은 내용이 추가됐고 경어가 생략됐다.

* 2014년 3월 8일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으면서 세 번째로 수정됐다.

* 2015년 1월 4일 역사 부분을 축소하고, 기존 서술을 별도 글로 분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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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영어

글쓰기는 생각쓰기 – 영어에 관해 쓰자.

블로그를 만든 이유에 관해 거창하게 쓴 뒤로, 이곳에는 뭔가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이거나 혹은 IT에 관련된 중요한 이야기만 쓰는 게 좋겠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러나 글쓰기란 곧 생각쓰기라는 평범한 진리(링크1)와, ‘멋진 글’을 쓰려는 노력은 대개 실제로 읽기 좋은 글보다는 글쓴이에게만 만족스러운 글로 끝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링크2) 마주했다.

일단 내가 아는 것들부터라도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어와 한국어에 관해…

예전 블로그에 썼던 영어 공부 관련 글을 조금씩 다듬어서 이곳에 올리고, 톨레레게에 올렸던 강좌들을 다듬어서 그곳에도 업로드하고 여기에도 차례로 가져올 계획이다. 그리고 몇 달째 머릿속에만 머물고 있는 한국어와 영어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공손함을 위한 문법파괴’, 한국어와 영어의 역사적 변화를 통해 주장하고 싶은 언어규제 무용론 등을 차근차근 쓰고 싶다.

글의 흐름과 간결함은 놓치지 않되, 항상 기교보다는 내용에 충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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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인종 차별에 대한 둔감함

개그콘서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너가 ‘놈놈놈’이다. 매주 개콘 방송시간에 다른 일을 하다가도 ‘놈놈놈’이 시작하면 일단 TV 앞에 앉는다.

지난주 방송(2일)에서 “우리 소미는 아메리카노만 마시거든”이라는 송필근의 말에 유인석은 “원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최고급 원두커피에요!”라며 자판기 문을 열었다. 그리고 등장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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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기분이 싹 가라앉았다. 무엇을 패러디하고자 했는지 바로 이해할 수는 있었다. 다만 나는 공중파 방송이 이렇게나 인종 문제에 둔감하다는 사실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국내에서 많은 사람이 인종 차별 문제에 둔감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우리나라 인기 개그 코너 중 하나는 ‘시커먼스’였다.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이 코너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덕분에 폐지됐다(누군가는 올림픽 ‘때문에’ 폐지됐다고 아쉬워했으리라). 지난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국내 거주 혼혈인의 42.2%가 피부색 등으로 인한 교육, 고용, 혼인에 있어서의 지속적인 차별 등으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관련 기사 바로 가기)

2013년 KBS 2TV ‘안녕하세요’에는 흑인 두 명이 각각 7월과 10월 출연해 한국에서 겪는 인종차별 경험을 토로했다.

'안녕' 외국인출연자, 흑인편견 지적… 어떻게 보셨나요?
‘안녕’ 외국인출연자, 흑인편견 지적… 어떻게 보셨나요?

 

'안녕하세요' 흑인 남편…"한국인, 날 인간 이하 취급"
‘안녕하세요’ 흑인 남편…”한국인, 날 인간 이하 취급”

2014년으로 넘어와서는 이태원 모 주점의 ‘흑형 치킨’ 사건과 KBS 정인영 아나운서의 ‘깜둥이’ 트윗 사건이 발생했다.

어떤 사람들은 ‘흑형’과 ‘깜둥이’라는 말이 왜 인종 차별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에게는 “‘조센징’은 조선인을 뜻하는 의미인데 그럼 이것도 아무 문제 없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말에는 표면적 의미뿐만 아니라 감정과 역사가 뒤얽혀 있다. 특정 단어가 사회에서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지를 무시한 채 “피부가 검은색이니 깜둥이라고 부르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말하는 태도는, 나로서는 쉽게 수용할 수 없다.

다시 개콘으로 돌아가 보자. 국내 방송에서 흑인을 따라 하기 위해 흑인 분장을 한 것이 왜 문제일까. 첫째. 인종 특성으로 웃음을 유발하려 한 것 자체가 위험한 행동이다.

세 사람의 등장은 분명 ‘웃긴’ 상황이었다. 곽범, 홍예슬, 김정훈 세 사람은 인종적 특성을 개그콘서트라는 맥락에 녹여냈다. 다른 인종을 따라 하는 분장을 했을 때, 우리는 괜찮을 수 있지만 그들은 모욕을 느낄 수 있다.

2013년 2월 미국 뉴욕주 주의회 의원 도브 히킨드(Dov Hikind)는 유대교 부림절 파티에서 흑인 분장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공식 사과를 했다(관련 CNN 기사 바로 가기). 지난달에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미국 시트콤 ‘하우 아이 멧 유어 마더'(How I Met Your Mother)가 중국 전통 의상을 ‘시트콤답게’ 따라 했다가 전 세계 팬들의 비판을 받고 역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관련 오마이뉴스 기사 바로 가기)

어떤 백인이 ‘웃기기 위해’ 한국인 분장을 하거나 (백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따라 한다면 과연 어떨까. 상상이 잘 안 가고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아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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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홀리스터 매장 개점 기념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던 모델이 경복궁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이 알려지면서 네티즌 대부분은 “동양인 혹은 한국인을 비하한다”며 홀리스터에 맹공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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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4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방송 직후 저 백인의 ‘동양인 비하’ 행동은 꽤 여러 번 기사화됐다. (enews24 기사 바로 가기)

웃음이 따라올 만한 상황에 다른 인종의 특성을 끌고 들어오는 행위는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잘못된 일이며,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차별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이런 행위는 해당 인종 사람들에게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흑인 분장이 위험한 것은 한국의 콘텐츠가 더는 한국에서만 소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내수용 한국’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렸다.

https://twitter.com/AskAKorean/statuses/364480664898256897

지드래곤이 얼굴을 새까맣게 칠한 뒤 올린 인스타그램 셀카는 순식간에 해외 웹으로 퍼져 나갔고 대차게 욕을 먹어야만 했다. 흑형치킨 논란이 일었을 때, 한 외국인 네티즌은 어떻게 알았는지 네이버 뉴스에까지 찾아 들어와 영어로 한국의 인종차별을 꼬집는 댓글을 남겼다(다만, 그 네티즌이 남긴 트위터 계정으로 들어가 보자, 그는 기본적으로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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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BANG

코리아뱅‘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한국의 각종 소식을 재빠르게 영어로 번역해서 소개하는 곳인데, 특이한 점으로 이곳은 국내 인터넷에서 생성되는 각종 댓글까지도 영어로 번역한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각종 막말은 지금 이 순간도 영어로 번역되고 있을 수 있다. 인터넷 막말 가운데 꽤 많은 경우는 백인을 제외한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 비아냥, 조롱 등이다.

인종 차별은 반론의 여지 없이 옳지 못한 행위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한 민감함이 부족한 것 같다.

인종 차별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한국 사회 핵심 문제의 중앙에 다다를 것이다. 우리는 과연 성숙한 자세로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룰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면 언제쯤 그 성숙함을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물리적으로나 비물리적으로나 세계화된 세상을 살고 있다. 늘어나는 교류 속에서 다른 인종에게 상처 주지 않는 태도는 언제쯤 우리 내면에 충분히 정착될지 고민이다.

인종 차별에 대한 둔감함을 극복하는 날은 언제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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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학 교수의 오바마 복지정책 실험’은 가짜 뉴스다

* 아래 글은 2014년 1월 최초로 작성된 후, 같은해 3월 ‘듀프리의 덧붙임 말’ 관련 내용이 보강되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1월 15일 해당 부분의 이미지가 깨진 것을 파악해, 한 차례 더 수정되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보니 다시 써버리고 싶을 정도로 글 짜임새가 엉성합니다..)

위의 변경사항은 ㅍㅍㅅㅅ에 실린 같은 게시물 말머리의 “주의: 현재 이 글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라는 부분이 지칭하는 ‘사실관계’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ㅍㅍㅅㅅ 게재 이후, 듀프리의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해당 덧붙임 내용이 유실되면서 문제가 발생했었습니다.

그리고 제목이 [루머는 인터넷을 타고… ‘미국 어느 대학 경제학 교수의 오바마 복지정책 실험’?’]에서 [‘미국 경제학 교수의 오바마 복지정책 실험’은 가짜 뉴스다]로 변경됐습니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정보의 생성과 전파가 말도 안 되게 빨라졌다.

[1]이젠 특정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만큼이나 눈앞에 펼쳐진 자료가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세상이다.
[2]또한 그 어느 때보다 영어 자료가 한국어로 금방 번역 후 소개되기 때문에 잘못된 번역에 대한 경계도 예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페이스북에서 이런 자료를 봤다. 

미국 어느 대학교 경제학 교수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경제학을 가르쳐 오면서 단 한명에게도 F 학점을 줘 본일이 없었는데 놀랍게도 이번 학기에 수강생 전원이 F를 받았다고 한다.

학기초에 학생들은 오바마의 복지정책이 올바른 선택이고 국민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가난하거나 지나친 부자로 살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평등한 사회에서는 누구나 다 평등한 부를 누릴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거지.

그러자 교수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렇다면 이번 학기에 이런 실험을 해 보면 어떨까? 수강생 전원이 클래스 평균점수로 똑같은 점수를 받으면 어떻겠냐?”고

학생들은 모두 동의를 했고 그 학기 수업이 진행되었다.
얼마 후 첫번째 시험을 보았는데, 전체 평균점이 B 가 나와서 학생들은 모두 첫시험 점수로 B 를 받았다. 공부를 열심히 한 애들은 불평했고 놀기만 했던 애들은 좋아했다.

그리고 얼마 후 두번째 시험을 쳤다.
공부 안하던 애들은 계속 안했고 전에 열심히 하던 애들도 이제는 자기들도 공차를 타고싶어 시험공부를 적게 했다.
놀랍게도 전체평균이 D 학점이 나왔고 모든 학생이 이 점수를 받게 되었다. 이번에는 모든 학생들이 학점에 대해 불평했지만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애들은 없었다.

그 결과 다음 3번째 시험은 모두가 F 를 받았으며 그후 학기말까지 모든 시험에서 F 학점을 받았다.
학생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욕하고 불평했지만 아무도 남을 위해 더 공부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결국 모든 학생들이 학기말 성적표에 F 를 받았다.

그제서야 교수가 말했다.

“이런 종류의 무상복지 정책은 필연적으로 망하게 되어있다. 사람들은 보상이 크면 노력도 많이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시민들의 결실을 정부가 빼앗아서 놀고먹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면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이런 상황에서 성공을 위해 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니까

이 글을 본 페이지는 ‘헐ㅋ‘이라는 곳이고, 해당 포스팅 바로 가기는 이곳이다. 

논리구조의 황당함(‘복지=무상’ 등식, ‘오바마 복지=공산주의’ 등식)을 다루려는 게 아니다. 위 이야기의 오류를 지적하는 의견은 이미 차고 넘친다.

[1]

그보다 내가 더 흥미롭게 지켜본 건, 너무나 많은 사람이 위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인 현상이다. 나는 글을 여는 첫 단어인 ‘미국 어느 대학교 경제학 교수’ 부분에서부터 이 이야기가 허술하다고 생각했다.

잠시 검색을 좀 해보니 스놉스닷컴에서 전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페이지 바로 가기 & 스놉스닷컴 관련 연합뉴스 기사 바로 가기)

이 이야기의 원형은 2009년 3월께 처음 만들어졌다. 2009년 3월판 이야기는 ‘텍사스테크대학 경제학 교수’가 ‘사회주의‘(socialism)를 언급하면서 저런 실험을 했다고 나온다.

텍사스테크대학교의 한 경제학 교수가 말하길, 그는 이제껏 학생을 낙제시킨 적이 없었지만 딱 한 번 수강 인원 전부를 낙제시킨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사회주의(socialism)가 제 몫을 다하고 있다고, 아무도 가난하지 않고 아무도 부유하지 않은 완벽한 평등을 이룬다고 주장했다.

An economics professor at Texas Tech said he had never failed a single student before but had, once, failed an entire class.

The class had insisted that socialism worked and that no one would be poor and no one would be rich, a great equalizer. 

물론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텍사스테크대학교는 실존하는 대학이긴 하다)

2009년 3월이면 오바마가 임기에 들어선 직후이다. 결국 4개월이 지나자 이야기가 조금 윤색된다. ‘사회주의‘가 ‘오바마의 사회주의‘로 변한 것이다.

학생들은 오바마의 사회주의(Obama’s socialism)가 제 몫을 다하고 있다고, 아무도 가난하지 않고 아무도 부유하지 않은 완벽한 평등을 이룬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교수는 말했다. “좋다. 이제 오바마의 계획으로 이 교실에서 실험을 진행해보자.”

That class had insisted that Obama’s socialism worked and that no one would be poor and no one would be rich, a great equalizer.

The professor then said, “OK, we will have an experiment in this class on Obama’s plan”.

(출처: 스놉스닷컴 해당 페이지 맨 마지막)

‘오바마의 사회주의’로 주제가 바뀐 이 이야기는 미국 인터넷을 휘저었다.

그리고 2013년 2월23일(현지시각), 웨인 듀프리라는 티파티 운동가의 홈페이지에 ‘이 선생 죽이는데! 오바마식 사회주의 실험 폭망, 수강생들도 전원 망함‘(THIS TEACHER ROCKS! Entire Class Fails when Obama’s Socialism Experiment Fails)이라는 식으로 또 게재됐다.

웨인 듀프리의 글은 지금까지 페이스북 공유 13만1000건을 돌파하는 등 미국 웹에 널리 퍼졌다.

그리고 2014년 1월9일, 드디어 듀프리의 글이 한국 웹에 상륙했다.

일베 유저 ‘김승규’는  웨인 듀프리의 글을 “읽고 직접 번역”해 일베에 올렸다. 제목은 경제학과목에서 전수강생이 F 받은 이야기.ssul

이 번역본이 바로 맨 위에서 소개한 글이다.

좋든 싫든 일베가 한국 인터넷에 끼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구글과 네이버에다가 위 제목에서 .ssul을 뺀 다음 검색해보면 일베와 ‘헐ㅋ’ 페북 페이지 외에도

큰믿음교회 다음카페, 뮬 게시판, 딴지일보 독투불패, 여의도 경희윤동학한의원, Here I Coming이라는 개인블로그, 포모스 등 매우 많은 곳에서 이 게시물이 발견된다.

아마 제목을 바꿔 퍼간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이 목록은 훨씬 더 길어질 것이다.

인터넷에는 값진 정보도 많지만, 근거 없는 ‘거짓’ 정보도 많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인터넷에서 접하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토론하기 전에,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데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2]

그리고 듀프리의 글을 한국 웹으로 가져온 ‘김승규’는 잘못된 번역을 했다.

그는 원문에 쓰인 ‘Obama’s socialism’을 ‘오바마의 복지정책’으로 번역했다.

이는 원문이 포함한 ‘사회주의'(Socialism) 개념과 ‘공산주의'(Communism) 개념의 혼동에다가 새로운 혼란을 더한 꼴이 됐다.(원문과 번역문이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공산주의 개념이다)

명백한 개념어인 ‘사회주의’를 두고, 어째서 번역문에다가 ‘복지’를 넣었는지 그에게 묻고 싶다.

한편 ‘김승규’는 듀프리의 덧붙임 말도 번역에서 제외했다. 듀프리는 원문 하단에 이런 말을 추가했다.

이 시나리오를 함께 접한 모든 분에게, 방문해주신 것과 이 이야기를 읽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여러분 대다수는 저와 생각이 비슷할 테고, 위 시나리오를 읽었을 테고, 그리고  이런 실험이 실제 교실에서 이뤄진다면 바로 이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점을 알고 계실 겁니다. 모두 낙제하겠죠. ‘만약’이나 ‘하지만’ 따위는 없습니다.

(…)

이 이야기는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닙니다만 개념 자체는 사실입니다! 결과 역시 사실입니다!

이 글을 공유하면서, 사회주의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분명히 일깨워준 데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For everyone that has joined into to this scenario, thanks for visiting and even reading it. Many of you are like-minded and have read through the story and know if this was enacted on a classroom this would be the outcome. Everyone would fail, no ifs, ands or buts.

(…)

This story is not TRUE but the idea is! The results are TRUE!

Thanks again for sharing this and keep doing so to people that can think clearly and understand that SOCIALISM DOESN’T WORK.

‘김승규’는 “This story is not TRUE”라는 원글 작성자의 말을 어째서 번역하지 않았을까.

만약 이걸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면, 이런 누락은 그 자체로 심각한 ‘오역’이다. (*글 하단의 추가 사항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오바마의 사회주의’를 ‘오바마의 복지정책’으로 번역하고, 원작자의 덧붙임말을 떼어내 버리는 사람은 온전한 의미의 번역자라고 인정하기 힘들다.

그가 생산해낸 오역은 아래 같은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초래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헐ㅋ'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페이지 ‘헐ㅋ’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 2014년 3월 27일 추가 사항-2017년 1월 15일 이미지 파일 복구

오늘 확인해 보니 페이스북 페이지 ‘헐ㅋ’이 없어졌다.

그리고 듀프리의 홈페이지에서 덧붙임 말(This story is not TRUE 부분)과 1000개 넘던 댓글도 사라졌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댓글 1274개가 달렸던 흔적은 이곳 (혹은 스크린샷)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듀프리가 남긴 글의 흔적은 이곳과 아래 스크린샷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1월 15일 현재 위의 글은 다시 찾을 수 없다.
2017년 1월 15일 현재 위의 글은 다시 찾을 수 없다.
2017년 1월 15일 현재 위의 글은 다시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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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씁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신간 소개 기사는 눈에 띄는 대로 읽어보는 편이다. 지난 2013년이 저물어갈 때 이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접했다. 소개 첫 문장을 읽자마자 바로 흥미가 돋았다. 대학생들이 스스로 자행하는 학벌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드는 책이었다.

“지방대는 저희 학교보다 대학서열이 낮아도 한참 낮은 곳인데, 제가 그쪽 학교의 학생들과 같은 급으로 취급을 받는 건 말이 안 되죠!” (111쪽)
“입사할 때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됐으면서 갑자기 정규직 하겠다고 떼쓰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인 것 같습니다” (18쪽)

소재와 문제의식도 마음에 들었지만, 논문을 기반으로 한 책인지라 깔끔한 논리 전개도 돋보였다.

저자는 현재 대학생들이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과 공동체적 사고방식이 결여되고, 편견을 맹목적으로 믿어버리는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진단한다.

괴물이 된 대학생은 대학 바깥 사회에 대해서도 차가운 시선을 보내지만, 대학 사회 내부에서도 서로에게 비수를 꽂는다.

현재 대학생들에게 ‘수능 점수’는 만인의 기준을 나누는 진리요 빛이고, 전국의 대학과 그 재학생은 ‘배치표’에 따라 철저하게 세분화된다. 그리고 극도로 세밀화된 이러한 ‘학력위계’에서 자신보다 한 층이라도 아래에 있는 대학과 그 재학생은 맘 놓고 무시해도 되는 존재로 전락한다.

널리 알려진 용어인 스카이서성한중경외시… 는 이제 상식일 뿐이다.

연세대는 서강대를, 서강대는 성균관대를, 성균관대는 중앙대를, 중앙대는 세종대를, 세종대는 서경대를, 서경대는 안양대를, 안양대는 성결대를 ‘무시’한다.(125쪽)

거기에 지잡대, 수시충, 편입충, 원세대, 조려대, 성수공, 경수공 등 갖가지 차별의 언어를 보태야 현 이십대가 대학 서열을 바라보는 시선을 이해할 수 있다.

4년제는 다시 2년제를, 2년제는 또 같은 기준에 근거해서 자기들 내부를 쪼개고 줄세운다. 모두가 이렇게 같은 논리를 가지고 가해자 역할을 하며, 또 그래서 당연히 피해자 신분이 되는 상황에도 매우 능동적으로 기여하는 셈이다.(125쪽)

이런 세계에서, 다른 대학이 쟐 되는 모습은 봐줄 래야 봐줄 수가 없다. 지난 4일 한 페이스북 유머 페이지성균관대의 위엄’이라는 제목을 달고 아래 사진을 올렸다.

성균관대 위엄 유머

이 아래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이화여자대학교 학생 한 명(논의의 사실성을 위해 학교명을 밝힙니다)이 아래와 같은 댓글을 달았다.

진짜 몰라서 그러는데 ㅜㅜ 성대는 명륜 전문학교 전신 아닌가요? 그리고 성균관 국립교육기관의 부지를 구매한거고. 성균관 국립교육기관을 되물려받은 학교라면 왜 국립대가 아니라 사립대인거에요?..ㅠㅠ

아무 인연도 없는 다른 사람이 뭐라 뭐라 댓글을 달자, 위 학생은 다시 아래 댓글을 달았다.

감사합니당:) 성격을 계승한다는 점과 연관성이 높은 점은 이해가 가는데요 ㅜㅜ음.. 계승과 전신은 다른 얘기 아닌가요? 고려가 고구려의 정신을 계승한것은 맞지만 전신은 아니듯요. 고려의 역사와 고구려의 역사가 별개이듯 말이에요~~

그리고 키보드 배틀이 시작됐다. 지금 이 글에서 성균관대의 600년 전통이 타당한지, 이화여대와 성균관대의 관계, 이화여대에 대한 사회적 시선 등은 전혀 언급하고 싶지 않다. 위에서 드러난 현상만 봤으면 좋겠다. 유머로라도 다른 대학이 좋게 소개되는 꼴을 참지 못하는 대학생이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것도 저렇게 정성을 들여 비아냥 섞인 댓글을 쓰면서까지.

글쓴이는 이런 사회 분위기의 원인으로 ‘자기계발’ 권하는 사회를 지목한다.

자기계발이 어떻게 한국 사회를 점령했는지, 얼마나 잠식했는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내는 과정은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물론 이 논지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읽기 불편할 따름이겠지만…

앞서 말한 ‘깔끔한 논리 전개’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 자기계발의 3가지 특징을 제시되는데, 그 특징 각각은 순환적으로 맞물려 서로를 강화한다.

이런 상호 강화 관계는 현 이십대가 ‘학력위계주의’와 자기계발 논리를 맹신하면서 빚어내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을 묘사하는 과정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십대는 이렇게 자기통제형 자기계발에 부화뇌동하게 되었고, 그 자기계발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십대들이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학력위계주의에 대한 집착은 자기계발의 논리와 공식을 그대로 따른 결과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자기계발서를 찾는 동력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 ‘사회적 문제’는 논의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184쪽)

‘사회적 문제’가 논의의 저편으로 사라진 사건을 불과 며칠 전에도 발생했다. 지난 15일 중앙대학교 총학생회는 “민주노총은 중앙대에서 철수해달라”고 요구했다. 자세한 내용은 노컷뉴스의 같은날 기사 ‘중앙대 손들어준 총학 “민주노총 나가라”‘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총학생회의 위 발언은 거센 역풍에 부닥치긴 했다. 기사1, 2)

이렇듯 책은 계속해서 현 이십대의 암울한 얼굴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는 학력위계주의가 묘사되는 부분은 ‘과잠의 사회학’ 등 현실감 넘치는 소재가 가득하다.

이쯤 되면 ‘그럼 대체 어쩌란 말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저자는 문제를 제기할 때 대안을 요구하는 태도가 문제 제기 자체를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대안 제시보다,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는 공감의 확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덧붙인 내용이 바로 현실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입증할 통계 자료다.

한국 대학들의 서열은 단지 수능점수만으로 구별되는 게 아니다. 경제적 지표로도 나뉘어진다. 각 대학에서 공시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학자금 대출현황을 확인해 보면 서울지역 주요 23개 대학의 학자금대출자 평균 비율이 재학생 대비 14.5%인데, 서울대와 연세대는 불과 5%대다. 하위 6개 대학은 상위 4개 대학보다 학자금대출자 비율이 11%가 더 높았다. (199쪽)

이렇게 문제는 대학교육을 받을 만한 경제력이 되느냐 마느냐를 이미 넘어서 있다. 대학등록금 자체도 비싼데다 어학연수나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한 사교육 그리고 고급문화를 즐길 수 있는 취향까지 이게 죄다 부모의 경제력에 달려 있는 일들인데 ‘기회는 공정했다. 그러나 너희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라는 식으로 결과만 평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208-209쪽)

그리고…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통계조사를 덧붙이며 마무리로 넘어가겠다. 아래 도표는 대구 지역 가난한 동네 초등학교와 부자 동네 초등학생들이 각자 경제 배경에 따라 장래희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는 213쪽에 실렸으며, 원 데이터로 지목된 기사는 오마이뉴스의 ‘“장래희망은?”… 대구 초등학교 설문조사 ‘경악’‘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 초등학생

책에서 갑자기 초등학생을 논의로 끌어들이는 바람에 처음엔 다소 튀는 느낌을 받았지만,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는 명제를 너무나 가슴 아프게 반박하는 자료였다. 그리고 이 현상은 이십대를 비롯한 한국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분명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글쓴이가 학교 간 존재하는 일정한 차이와, 대학생들의 학력위계주의를 묘사하면서 다소 감정에 치우친 서술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누구나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십대에게 ‘대학이름’이란 자신의 긴 인생에서 보면 한낱 최초의 자기계발 결과물일 뿐이다. (147쪽)

이런 강박감은 석준이의 ‘패션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단지 ‘옷’에 불과한 학교 야구잠바를 입고 안 입는 문제에서도 학력위계주의 세대의 예민한 특징을 십분 보여준다. (159쪽)

한국 사회가 지독한 학력위계주의를 보이긴 하지만,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현대 문명을 받아들인 곳이라면 ‘대학이름’은 절대 ‘한낱’ 최초의 결과물일 수 없고, 대학 이름이 쓰인 옷은 ‘단지’ 옷일 수 없다. 이 소재들을 지나치게 격하할 때마다 다소 아쉬웠다.

아쉬운 점이 있기는 했지만, 무리한 대안 제기를 하지 않은 채 마무리해서 더욱 읽는 맛이 좋았던 책이다. 부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개인에 모든 책임을 덧씌우는 지금의 풍조에서 공동체의 책임과 역할이 분명 존재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싹텄으면 좋겠다. 

 

읽은 기간: 2014.01.04 ~ 2014.01.08
정리 날짜:2014.01.19 (예약 발행일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