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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역사 – 개방의 아이콘, 영어

 

일단 영어는 ‘게르만계'(German) 언어다. 영어는 독일어와 출생의 비밀(!)을 공유한다. 역사언어학 자료를 보다 보면 고대~중세 독일 지방에서 쓰였던 언어와 당시 영국 땅에서 쓰였던 언어를 비교하는 자료를 계속 마주하게 된다. 그러니까 현대 독일어와 현대 영어는 같은 뿌리(고대 게르만어)에서 갈라져 나온 언어다.

게르만족의 일파인 앵글로족과 색슨족은 머나먼 섬나라(켈트족이 살던 브리튼 섬)를 침략했다. 브리튼 섬은 본래 로마의 지배 덕분에 외부 침략을 막을 수 있었지만, 410년 로마군 철수 이후 게르만족의 침략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6세기쯤 브리튼 섬은 사실상 앵글로-색슨족의 터전이 됐다. 그들의 언어는 자연스럽게 유럽 대륙의 고대 게르만어와 달라졌다. ‘고대 영어’의 시작이다.

한편 브리튼 섬을 정복하고 자신들의 이름(앵글로)에서 유래한 지명 ‘잉글랜드’까지 쓰기 시작했지만, 앵글로-색슨족도 계속 외부 영향을 받았다. 언어도 마찬가지였다. 영어는 크게 세 언어의 영향을 받았다. 브리튼 섬 원주민이었던 켈트족의 ‘켈트어’, 로마 지배 흔적이자 597년 잉글랜드의 기독교 개종 후 광범위하게 확산된 ‘라틴어’, 8세기 후반부터 11세기 중반 지속된 바이킹 침략으로 유입된 ‘스칸디나비아어’다.

특히 라틴어와 스칸디나비아어의 영향이 중요했다. 라틴어는 유럽 문명권이었기에 당연한 결과였고, 스칸디나비아어의 경우 잉글랜드가 덴마크 왕 크누트의 지배를 받기까지 했던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로마 지배 시기와 관련해 잘못 서술됐던 내용이 수정됨 )

한편 가장 중요한 침략은 1066년 일어났다. 그 해 프랑스 지역의 한 공국(그땐 프랑스라는 단일국가의 개념도 모호했고, 프랑스 왕이라는 지위보다 각 공국의 왕이나 지방 영주들의 힘이 더 강했다)이었던 노르망디 공국이 잉글랜드 영토를 점령한 것이다. 이것을 ‘노르만 정복'(Norman Conquest)이라고 부른다. 이후 노르망디 공국의 ‘정복자 윌리엄'(William the Conqueror)는 잉글랜드 영토와 노르망디 영토를 동시에 지배했다.

노르만 정복과 함께 잉글랜드 땅에는 프랑스어가 침투했다. 공국이니 뭐니 해도 어쨌든 노르망디는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이었으니까. 이 시기를 거치면서 영어는 ‘프랑스어’를 대거 받아들였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의 언어가 겪은 일과 유사) 또한 프랑스어를 타고 들어온 라틴어를 다시 한 번 흡수하게 됐다.

영어는 프랑스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천민의 언어’로 구박 받았지만(당시 영국 지배층은 프랑스어를 사용했으며 영어는 하층민의 언어였다), 소멸하지는 않았다. 이는 13세기 초 잉글랜드 왕실이 프랑스 왕실과의 전쟁에서 패배해 노르망디 영토를 잃어버린 것과 130여년 후 일어난 백년전쟁으로 ‘反프랑스 정서’ & ‘영국인이라는 자의식’이 생겨난 것이 큰 원인이었다.

그렇게 겨우 제 정체성을 지켜낸 영어는 14세기 영문학의 아버지 초서와 16세기 셰익스피어의 재능에 힘입어 당당하게 단일 언어로 자리 잡았다. 초서와 셰익스피어가 영어로 문학 작품을 쓰던 당시, 영어는 결코 세련된 언어가 아니었다. 사실 영국 자체가 16세기 이전까지는 ‘변방의 섬나라’ 취급을 받는 삼류 국가였다.

초서와 셰익스피어는 모국어로 문학 활동을 하기 위해 당시 일류 선진국이었던 이탈리아와 프랑스 문화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대학 시절 공부에 조금 게을렀던 터라 초서와 셰익스피어가 각각 이탈리아/프랑스에서 정확히 어떤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까지는 확실히 말하기가 힘들다. 다만 지금도 초서가 이탈리아와 프랑스 문학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고 있으며, 셰익스피어가 희곡 외에도 재능을 발휘했던 ‘소네트'(sonnet)는 장르 이름 자체가 이탈리아어 ‘소네토'(sonetto)에서 왔다는 점만 밝혀두겠다.

게다가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는 모두 라틴어에 뿌리를 둔 언어였다. 14세기 이후 영어는 프랑스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동시에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를 꾸준히 접했고 그 과정에서 라틴어의 흔적도 계속 받아들였다.  또한 비슷한 시기 세워지기 시작한 영국 ‘대학’ 등에서는 고전 라틴어와 고대 그리스어를 학술적인 이유로 직접 수입하고 있었다. 

이렇듯 단일 언어라고 명함을 겨우 내밀 수 있게 되기까지 다른 언어의 영향(주로 라틴어와 프랑스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영어는 제 힘이 강력해진 뒤에도 다른 나라 말을 흡수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미국 땅으로 건너간 영어는 원주민 언어를 대거 차용했고, 호주 땅에 스며든 영어는 역시 그곳 원주민들의 말을 상당수 흡수했다. 물론 그곳에서 영어가 원주민의 언어를 거의 말살했다는 어두운 면이 존재하지만, 영어가 그 언어들의 어휘를 차용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한편 영어는 외국어를 받아들였던 개방성만큼이나 자기 언어가 변하는 데 무심(?)했다. 우리나라의 국립국어원이나 프랑스의 아카데미 프랑세즈와 같이 자국 언어를 보호하면서 ‘바르고 고운말’을 권장하고, 동시에 그 힘이 상당한 국가적 언어 규범 기관이 영어권 국가엔 별로 없다. 다만 영국인과 미국인은 대중의 언어 습관을 추적하고 기록하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18세기 영국에선 사무엘 존슨의 사전이, 19세기 미국에선 노아 웹스터의 사전이 탄생했다.

그리고 영어는 지금도 세계 각국의 단어를 흡수하는 중이다. 영어는 무한증식하는 개방형 언어의 표본이다.

이상 평범한 영문학 학부생이 기억과 간단한 검색에 의존해서 쓴 영어의 역사다.  아무튼 위와 같은 역사를 지나온 결과 영어 어휘는 아래 그래프가 보이듯 다양한 출신 성분을 갖게 됐다.

 

영어 어휘의 출신 언어/국가별 분포도, wikimedia commons
영어 어휘의 출신 언어/국가별 분포도, wikimedia commons

함께 읽을 글: 자연스러운 영어 말하기를 위해 알아야 할 영단어의 4가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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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2

*이 글은 가독성이 더 좋은 편집으로 슬로우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완벽한 공부법‘의 13장에도 포함되었으나, 해당 책의 영어 파트에 참여한 것은 2019년 현재의 저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급적 슬로우뉴스에서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6]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2-1. 멘털리즈 개념의 간략한 이해

그런데 문제가 있다. 영어 문장을 아무리 외운다고 해도, 우리의 사고 과정은 기본적으로 한국어를 ‘통해’ 이뤄진다. 통한다는 표현을 강조한 것은 ‘멘털리즈’라는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세계적 언어 인지학자 스티븐 핑커 등의 연구를 보면 사람의 생각 자체는 특정 모국어가 아니라 생각 나름의 언어로 이뤄진다. 이것이 바로 ‘사고의 언어'(Language of Thought)이고, 다른 말로 ‘멘털리즈'(Mentalese)라고 한다. 멘털리즈는 모든 언어 행위에 관여하지만, 이 글에서는 말하기에만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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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털리즈 개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위 그림 같은 모형을 상상할 수 있다. ‘위장이 비어있다는 신호를 뇌가 보내고, 실제로 위장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상황일 때, 멘털리즈는 한국어 단어인 ‘배고프다’를 통해 현실 세계로 전달된다. “야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없냐” 라는 말이 나온다.

위와 같이 한국어 회로가 튼튼한 한국인이 영어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그 머릿속에서 아래와 같은 과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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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이 비어있다는 신호를 뇌가 보내고, 실제로 위장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상황일 때, 멘털리즈는 한국어 단어인 ‘배고프다’를 통해 먼저 구체화된다. 그다음에야 한국인 영어 학습자는 ‘배고프다’를 ‘I’m hungry’로 변환한다. “야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없냐”가 “Hey, I feel hungry… Have you got anything to eat?”로 전환되어 현실 세계로 전달된다.

영어 읽기 편부터 계속 주장했던 ‘한국어로 사고한다’는 말은 바로 멘털리즈가 일차적으로 한국어로 변환된다는 뜻이다. 이는 웬만큼 열심히 영어를 연습하지 않고서는 넘어서기 몹시 어려운 현상이다. 멘털리즈에서 한국어로 넘어가는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것을 아예 바꾸겠다는 것은 도달하기 매우 어려운 목표다.

대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그림에서 빨간 화살표로 표시된 과정이다. 이 과정이 바로 한국어 화자인 우리가 영어를 바로바로 말하지 못하게 하는 큰 원인이다.

멘털리즈가 한국어를 통과한 뒤, 우리가 그 한국어에 맞는 영어 표현을 탐색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자원을 아무리 많이 확보했어도, ‘멘털리즈→한국어’ 연결이 밀착돼 있다면 영어 문장은 바로바로 생각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혹은 생각해낸 영어 문장이 겉모양만 영어지 사실상 표현 방식은 한국어의 방식일 수 있다. 카페에 앉아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내 옆자리에 앉는다고 상상해 보자. ‘낯선 사람이 내 옆에 마치 나를 안다는 듯이 다가와 앉았다. 불편하다’라는 멘털리즈가 한국어에선 “저를 아세요?”라고 표현되지만, 영어에선 “Do I know you?”라고 표현된다. 만약 한국인 영어 학습자가 영어식 표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면, 그의 멘털리즈는 “저를 아세요?”를 거쳐 빨간 화살표를 지나 “Do you know me?”로 출력될 수 있다.

[7]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2-2. 빨간 화살표 과정을 위한 순발력을 키우고, 정교함을 더하자

멘털리즈 개념과 그것에서 비롯하는 영어 말하기 문제를 다뤘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알아보자.

멘털리즈와 한국어의 밀착 관계를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가 집중할 부분은 ‘한국어영어’ 과정이다. 이 부분에서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보고 재빠르게 영어로 바꿔 말하는 훈련을 해보길 바란다.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읽는 것은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멘털리즈→한국어’ 변환을 대체해서 실제 대화에서처럼 말해야 할 내용을 떠올리는 과정이다. 이 훈련의 목표는 그다음 이뤄지는 ‘한국어영어’ 과정을 의도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먼저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읽고 곧장 영어로 말해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스스로 해봐야 한다. 문장 5~10개 정도를 연달아 바꿔본 후, 처음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2~3번 반복한다. 그러면 자신이 만들어낸 영어 문장이 대충 머릿속에 입력된다.

이어 교재에 쓰인 ‘올바른’ 영어 문장과 비교해 보자. 아마 자신이 말했던 문장과 꽤 다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올바른 영어 문장을 암기하자. 지독하게 암기해야 한다. 반드시 소리 내 말하면서 암기해야 한다. 다시 한국어 문장으로 돌아가자. 이젠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보자마자 올바른 영어 문장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빨간 화살표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 결과다.

이 방법은 순발력과 정교함을 모두 다듬을 수 있는 학습법이다. 본인이 만들어낸 영어 문장과 올바른 영어 문장의 차이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교정하면서, 겉모양만 영어가 아닌 표현 방식도 영어다운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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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책(위쪽)과 트레이닝북 구성-편집된 이미지. (출처=알라딘)

이런 훈련을 하려면 영어 문장과 한국어 문장이 따로 인쇄된 책이 필요하다. 다양한 교재가 있겠지만, 내가 아는 책 중에선 2012년 나온 ‘New English 900’ 시리즈가 이 학습법에 가장 알맞다.

표현의 정교함에 관해 한 가지만 더 얘기하고 마무리하겠다.

“Do you know me?” 식의 오류는 사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칠 수 있는 문제다. 그렇게 말하는 원어민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에 사는 한국인 영어 학습자다.

아무리 원어민 회화 학원을 등록해도, 강의실을 벗어나면 우리 일상 언어는 철저하게 한국어다. “Do you know me?”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선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정확하게 아는 강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이보영, 이근철, 문단열, 아이작 등이 단연 돋보인다.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한국인 영어 학습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장 잘 아는 분들이다.

위의 네 명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웬만한 한국인보다 한국어 지식이 해박한 미국인 강사가 있어 소개하고 싶다.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 맞다)

무료 영어 강의를 공유하는 미국인 강사 마이클 엘리엇이다. 유튜브페이스북, 트위터에 강의를 공유한다. 영어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팔로우·구독 추천한다.

이런 한국어-영어 변환 연습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래와 같은 상태에 도달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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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털리즈가 화자의 의도에 따라 한국어 혹은 영어를 통해 현실 세계로 출력되는 모형이다. 나도 아직 위의 단계로 완벽하게 들어서지 못했다. 여전히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 나를 당황케 하고, 대체 영어로 뭐라 말해야 할지 금방 떠오르지 않아 머릿속에서 미리 문장을 만들어보고 입을 여는 경우도 많다. 괜한 겸손 아니다. 진짜다.

순발력과 정교함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8]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3. 이야기를 만드는 서사 구성력

영어 문장을 상황에 맞게 재빠르게 말해보기를 3달 이상 꾸준히 훈련하면 영어 말하기 실력이 확실히 달라진다. 그런데 이 훈련에도 한계는 있다. 웬만큼 하고 싶은 말을 신속하게 영어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영어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 만한 능력이 조금 부족한 상태다.

한국어로 이뤄지는 생각의 단편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은 영어 자체로 이야기의 구조를 짜는 것과 다른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어만으로 이뤄진’ 이야기 덩어리를 많이 접하고, 그 이야기 전체를 실제 소리 내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서도 다시 암기가 중요하다. 부드러운 영어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충분한 자원 확보이기 때문이다. 자원 확보 측면에서, 이제는 영어 문장 단위가 아니라 영어 이야기를 축적해야 한다.

대개 많이 떠올리는 외국 뉴스나, 이전에 영어 듣기 편에서 소개한 국내 영어방송 그리고 TED와 각종 오디오북 등 기본적이고 올바른 소재가 많다. 그런데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재가 있다.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들이다. 유튜브에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Smosh부터 시작해서 Shimmy, Nigahiga, TheFineBros, Charlieissocoollike 등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제작자가 정말 많다. (스티브 잡스, 오바마가 말하는 것만 스피치가 아니다. 우리에게 쉽게 와 닿는 화법의 스피치가 유튜브에는 더 많다.)

TED에서든 유튜브에서든 마음에 드는 3~5분 분량의 영상이나 음성 자료를 선택하자. 스크립트가 없는 경우 자신이 직접 듣고 스크립트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오로지 영어 공부만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스크립트 혹은 자막이 준비된 자료를 고르도록 하자.

스크립트와 영상 혹은 음성 자료가 준비됐다면, 쉐도잉(따라 말하기)을 하면서 3~5분짜리 스피치를 외워 보자. 그들이 말하는 방식과 똑같이 말할 수 있도록 따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말했던  /r/과 /l/, /th/, /f/, /v/ 등의 발음을 특히 주의하고, 연음/강세/억양도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하도록 노력하자.

영어로만 구성된 이야기를 갖추기 위한 이런 연습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발음/연음/강세/억양을 따라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말하기 1편에서 언급한 발음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뉴스, TED, 유튜브 영상 속 원어민의 말하기 방식을 따라 하는 과정에서 영어 소리의 개별 발음과 연음, 강세, 억양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앞서 말한 발음 교정을 위한 귀납적 접근이다. 음성영어 특유의 연음과 억양은 그것만을 위해 따로 규칙을 공부하기보다, 이렇게 실제 문장을 따라 말하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익히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영어 문장을 어떻게 해야 잘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세 가지 중심축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보기 바란다. (자원 확보 필요성, ‘한국어영어’에서의 순발력과 정교함,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서사 구성력)

[9] 울타리 표현(hedge expressions)에 대해

‘울타리 표현’이란 대화에서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 사용을 피하려고 쓰는 각종 표현이다. 쉽게 말해 빠져나갈 구석을 미리 만들어 두는 말하기 방법이다. 우리말에서도 “돈 좀 줘”라고 말하기보다 “진짜 미안한데(1), 혹시(2) 돈 좀 빌려줄 수 있어(3)?”라고 말하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언어학자 레이코프(Lakoff)의 주장을 살펴보면 영어에서 actually, almost, basically, essentially, exceptionally, for the most part, in a manner of speaking, in a real sense, in a way, kind of, largely, literally, more or less, mostly, often, particularly, pretty much, principally, rather, really, relatively, roughly, so to say, somewhat, sort of, technically, typically, very, virtually 등은 모두 울타리 표현이다. 이런 표현은 대화를 원활하게 풀어가는 중요한 기술이다.

그러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몇몇 울타리 표현은 괜히 자주 쓸 경우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매력적’인 것은 그런 말을 사용했을 때 마치 유창한 영어를 말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고,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말하는 내용을 잘 들어보면 사실 알맹이 없는 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주의해야 하는 표현은 ‘sort of(sorta)’와 ‘kind of(kinda)’, ‘like’와 ‘you know’다.

영어 회화 모임이나 학원에 가 보면, 발음도 괜찮고 나름 끊임없이 말을 하지만 사실 별 내용이 없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That is ___”나 “I think that is ___” 정도로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을, 그런 분들은 굳이 이렇게 표현한다. “Well… I thought that was kind of ____.” 여기에 ‘you know’와 ‘like’를 적당히 넣어 주면 전형적인 빛 좋은 개살구 문장이 만만들어 진다. “Well… you know… I thought that was, like, kind of ____.”

다만 일상 회화에서 ‘like’의 쓰임새가 조금 특별하기에 이것에 관해서는 간략히 알아보자.

like의 구어적 용법은 세 가지다.

1. 인용 용법 – He’s like why did you do that? : 그가 “why did you do that?” 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2. 울타리 용법 – My parents like hate you. : 설명 생략

3. 구어체 보조어(청자의 관심 유도) – I’m like really struggling with this assignment. : 내가 “struggling with this assignment”했다는 사실을 강조.

사실 원어민다운 구어체 영어를 말하려면 위의 like 용법들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비격식 구어체’ 영어에 한정된다.

2000년 발표된 한 논문을 보면 위의 사례처럼 ‘like’를 자주 사용하는 화자는 긍정적 인상과 부정적 인상을 모두 풍긴다. 긍정적 인상으로는 ‘친근하다'(friendly), ‘출세한 사람 같다'(successful), ‘활발하다'(cheerful) 등이 있지만, 부정적 인상에는 ‘지적이지 않은 것 같다'(less intelligent), ‘별로 흥미롭지 않은 사람 같다'(less interesting)가 대다수였다.

일상의 편안한 언어생활에서는 울타리 표현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말하는 우리는 울타리 표현을 되도록 자제하는 게 좋다. 다양한 영어 표현들 사이의 세밀한 결을 감지할 때, 그럴 때 적절히 사용해도 늦지 않는다.

[10] 마무리, 추천

작년에 썼던 글을 수정하는 작업이기에 금방 끝날 줄 알았지만, 이게 웬걸 편집하다 보니 글의 짜임이 엉성한 곳이 보이고, 맘에 들지 않는 표현도 많아 수정하는 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예전 블로그에선 한 게시물에 모든 내용을 담았었지만, ‘스크롤 압박’이 심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두 편으로 나눴다.

이 글에서는 발음과 대화 자체의 본질을, 그리고 한국어 화자인 우리가 영어 문장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말할 수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울타리 표현을 다뤘다. 아래는 추천하는 책 목록이다. 

·발음 교정을 위해:

듣기 편에서도 언급했던 AAT(American Accent Training)를 추천한다.

 

·우리 문화를 영어로 표현하기 위해:

『우리나라 우리문화 영어로 소개하기』(민창기/넥서스)

『PR Korea, 우리문화 영어로 표현하기 』(김경훈, 류미정, 이미림/ 원타임즈)

 

·자원 축적을 위한 교재: New English 900 외에, ‘체험 영어회화 1000장면’이라는 교재의 편집이 우리 학습 방향과 맞다. 그 외에도 서점에 나가보시면 정말 많은 교재가 있으니 서점 나들이를 한 번…

만약 한국어 문장을 모두 타이핑할 여력이 있다면, ‘이보영의 영어회화사전’을 추천하다. 내가 직접 공부해본 건 아니지만, 내가 가장 존경하는 영어 선생님이 이 책을 항상 강력 추천하신다.

·혹시 언어학에 관심이 생겼다면:

고종석의 저서들은 비록 본격 언어학 서적이 아니지만 언어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한국어의 풍경’, ‘말들의 풍경’, ‘감염된 언어’ 세 권이 좋다. 본격 언어학 개론서로는 스티븐 핑커의 ‘언어 본능’을 추천한다.

* 이 글은 2013년 3월 31일 처음 작성됐으며, 2014년 3월 10일 1차 수정됐으며 높임말 표기가 생략됐다.

* 전체 내용은 수많은 영어학습 방법론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진리’가 아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고려해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