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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관해

허큘리스와 닌자터틀: 역시 대세는 영어식 표현?

지난 4월에 한 기사를 읽고 나서 페북에 짧은 생각을 좀 끄적거린 적이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monious51/posts/701817703210785:0

네 달이 지난 지금 둘러보니, 셀피가 셀카를 몰아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셀피가 셀카와 같은 뜻이라는 사실 정도가 많이 퍼진 듯하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은 비슷한 변화에 관한 다른 관찰을 간단하게 기록할까 합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두편의 제목과 함께요.

허큘리스

우선 ‘허큘리스’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 간판 영웅인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엄청난 괴력의 전사’ 이야기는 아니라고 하네요.

아무튼, 처음 이 영화 포스터를 보고는 꽤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개봉하는 헤라클레스 영화의 제목이 영어식 발음인 ‘허큘리스’ 였다는 데 놀란 것입니다.

외국어의 한국어 표기방식이라는 게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지만, 수십년간 ‘헤라클레스’였던 이 영웅의 이름이 갑자기 영어식 발음으로 적힌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찾아보니 1965년 경향신문 기사에도 ‘헤라클레스’라는 표기가 나오네요.

오른쪽 맨 끝에 '헤라클레스'가 보입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오른쪽 맨 끝에 ‘헤라클레스’가 보입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물론 지난 4월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기도 합니다. 저 영화의 흥행이 영 신통치 않았으니, ‘허큘리스’ 수입 배급사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겠지요.

어쨌거나 수십년간 ‘헤라클레스’였던 영웅은 이제 한국에서도 영어식 발음에 따라 ‘허큘리스’가 됐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불릴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ninjaturtle

다음으로는 ‘닌자터틀’이 있습니다. 한국인 대다수에게 친숙한 이름인 ‘닌자 거북이’를 버리고 왜 굳이 ‘닌자터틀’이란 제목으로 개봉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배급사 내부에서 나름의 논의 끝에 결정한 제목이겠지만…어색한 느낌은 가시지 않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사실 영화뿐 아니라 가요를 비롯한 대중문화 전반에 영어식 제목이 대세를 이룬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언어 민족주의에 심취했던 4년~5년 전쯤엔 그런 변화들이 못마땅했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대중의 언어 사용을 제약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는 시도를 더 반대합니다. 언어는 변하게 마련이니까요. (다만 제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의 언어’생활’이 계층화될 가능성입니다. 이것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다뤄봐야겠습니다.)

아무튼 이젠 위와 같이 영어식으로 바뀌어가는 각종 제목들을 볼 때면 그저 관찰을 합니다. 놀라워하기도 하고, 어색해하기도 하면서요. 뭐 가끔은 옛날 감수성이 되살아나서는 영어식 이름이 못마땅하게 느껴질 때도 있긴 합니다^^;

아마 저 말고는 별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아래 같은 신문기사도 잘 나오지 않으니까요.

일간스포츠 1999년 1월 16일 지면 기사. 예전에 어느 음식점 화장실에 걸려 있던 신문스크랩입니다. 그 식당이 소개된 지면이었지만, 저는 맛집소개 기사보다는 '뜻모를 외국영화 제목'이란 기사에 더 눈길이 갔지요.
일간스포츠 1999년 1월 16일 지면 기사. 예전에 어느 음식점 화장실에 걸려 있던 신문스크랩입니다. 그 식당이 소개된 지면이었지만, 저는 맛집소개 기사보다는 ‘뜻모를 외국영화 제목’이란 기사에 더 눈길이 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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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씁니다

애플vs구글, 누가 ‘창세기’의 주인공으로 남을 것인가-下

google-play
(구글 플레이가 지원하는 다양한 콘텐츠 종류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 venturebeat.com)

 

(‘애플vs구글, 누가 ‘창세기’의 주인공으로 남을 것인가-上‘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플랫폼 제작과 관리에 성공한 애플

지난번 글을 마무리하면서 애플과 구글의 싸움은 한쪽이 완전히 패배하기 전까지 끝나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많은 분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그건 이 싸움이 플랫폼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잡스는 안드로이드와의 싸움이 1980년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싸움과 비슷한 점을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애플 안팎의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은 플랫폼 전쟁 중이었다. 플랫폼 전쟁은 대개 승자독식 구조다. 승자는 시장점유율의 75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패자는 명맥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처지가 된다.(193쪽)

애플은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의 플랫폼 싸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인텔 연합에 완전히 자리를 내준 적이 있습니다. 실패에서도 뭔가를 배울 수 있다고 했을 때, 애플은 이때 플랫폼 장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입니다. (정보기술 업계에서 주도권 싸움의 간략하면서도 정확한 흐름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이 글을 읽어보세요^^)

애플의 플랫폼 정책은 명확합니다. 철저하게 통제된 생태계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지요. 이건 애플 창립 이래 스티브잡스의 확고한 의지와 그에 합당한 능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런 경향은 2003년 이후 더욱 공고해졌지요.  ‘아이튠즈 스토어’의 성공 덕분이었습니다.

(apple.com)

처음 소비자들에게 공개될 당시엔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음악을 구매하고 듣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렸습니다.

그전까진 아무리 mp3플레이어가 있더라도 그 안에 넣을 음악 파일은 CD를 사서 리핑을 하거나 불법 다운로드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게 상식이었죠. 그런데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는 ‘노래 한 곡을 99센트에 산다’는 개념을 제시했고, 이것을 아주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시켰습니다.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이 손쉬운 음악 구입 방법에 매료됐습니다. 듣고 싶은 음악을 한 곡씩 (불법이라는 찜찜함 없이) 다운받을 수 있는데, 그걸 누가 마다했을까요. ‘음원’ 구입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은 것도 아이튠즈 뮤직스토어 덕분이죠. 애플은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 출시 후 몇년만에 세계 음악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 사업자로 완벽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이후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는 TV프로그램과 영화 판매까지 담당하면서 이름이 ‘아이튠즈 스토어’로 바뀌게 됩니다. 이름이 바뀌었지만 2014년 지금도 여전히 아이튠즈 스토어는 음원을 구입하는 가장 거대한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외하구요^^;)

아이튠즈 스토어라는 ‘플랫폼’의 힘을 받으면서 아이팟 시리즈가 잘 팔리기 시작했습니다(물론 아이팟 자체도 좋은 제품이죠). 아이팟 시리즈가 널리 보급되자 아이튠즈 스토어를 쓰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플랫폼이 전자제품 보급을 촉진하고, 촉진된 전자제품은 또 다시 플랫폼 확산에 힘을 더하는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입니다.

iPod Market Share
(stratechery.com)

결국 아이팟은 2004년 이후 미국 mp3플레이어 시장의 70% 이상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애플은 이 과정을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아이폰을 위한 플랫폼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사고팔 수 있는 ‘앱스토어’를 개장한 것이지요. 앱스토어는 별도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튠즈를 통해 제공됐습니다. 새로운 거래 장소인 앱스토어를 아이튠즈 스토어라는 기존 플랫폼에 얹어 제공하기, 당연한 결정이었겠죠.

(speak.com)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 자체의 매력도 상당했지만, 아이폰의 사용성을 극대화한 것은 앱스토어였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아이튠즈 스토어가 아이팟 확산에 기여했던 것과 똑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이폰 보급과 앱스토어 성장이 서로를 촉진하며 ‘스마트폰’ 하면 당연히 아이폰을 떠올리는 수준에 이르렀죠. 이렇게 애플은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음원과 스마트폰 앱의 플랫폼을 꽉 쥐어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무서운 성장

그런데 그 사이 안드로이드 진영이 성장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되겠죠.

2010년쯤이 되면 안드로이드는 놀라울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2008년 출시된 HTC의 G1이 ‘상용화된 첫 안드로이드폰’이라는 특징을 제외하곤 사용자들의 이목을 전혀 끌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었죠.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출시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2010년 하반기의 일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 블로그)

당시 앤디 루빈은 한국에서 진행된 갤럭시 S 발표행사에 직접 찾아왔고,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갤럭시S는 내가 아는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톱(TOP)“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갤럭시 S 외에도 안드로이드의 성과는 상당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사용자 수 700만명이라는 실적으로 2010년을 시작했다. 연말에는 사용자가 6700만명으로 증가한 데다 날마다 30만 명씩 늘어났다. 아직 안드로이드 자체로는 수익이 나지 않앗지만, 빠른 속도로 손익분기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덕분에 검색과 유튜브 등 다른 애플리케이션의 매출과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구글에 가입해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했다. 안드로이드를 쓰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구글 검색 사용량과 광고 클릭 건수도 증가했다. (180쪽)

이런 안드로이드의 성장세가 애플은 무척 거슬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안드로이드를 도와주게 된 사건이 애플 내부에서 발생합니다. 바로 아이폰 4 유출과 이후 애플의 반응이었습니다.

2010년 4월, 애플 엔지니어가 아이폰4 시제품을  한 술집에 실수로 놓고 나갑니다. 술집 직원은 해당 제품을 IT전문 인터넷매체 기즈모도에 5000달러에 넘겼고, 기즈모도는 이것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게 2010년 4월 올라온 영상입니다. 아이폰4의 공식 공개일은 2010년 6월 7일이었죠)

아이폰4의 유출보도 이후 해당 지역 경찰은 기즈모도의 장물 불법 취득 여부를 두고 수사를 펼쳤습니다. 기자의 집을 수색하고 컴퓨터 장비를 압수하기도 했죠. 이때 잡스는 수사 진행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잡스는 마치 수사를 의뢰한 배후인물처럼 보이게 됐죠. 그런데 기즈모도의 기자는 기소되지 않고 컴퓨터도 그냥 돌려받았습니다.

기자들은 바로 앤디 루빈에게 달려가 이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루빈은 애플을 깎아내리면서 안드로이드를 돋보이게 할 만한 재치있는 대답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루빈은 이렇게 말했죠. “그런 일이 있어서 누가 기사를 썼다면 좋아했을 겁니다. 개방하면 비밀이 줄어드는 법이죠”. 이건 대중을 향한 명백한 광고 메시지였습니다. ‘아이폰을 쓰면서 전제주의 국가의 국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그건 아이폰을 만드는 회사가 폭군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를 써보세요.’ (187쪽) 게다가 아이폰4는 데스그립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더욱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지요.

(bgr.com)

안드로이드는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2011년 4월 기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들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해 버립니다. 이후 안드로이드 진영에선 더욱 강력해진 갤럭시S2, HTC와 소니 등 다른 제조사에서도 나온 디자이어나 엑스페리아 시리즈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사용자들의 구미를 자극했습니다.

아이패드, 가장 파괴적인 혁신의 등장

안드로이드의 확산 앞에서 애플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2012년이 되기 전까지 애플은 스마트폰 보급 수에서만 밀렸지, 안드로이드보다 여전히 훨씬 멋진 제품과 플랫폼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2010년 등장한 제품 덕분이었죠. 바로 아이패드였습니다.

처음 아이패드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애플의 혁신이 끝났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아이폰에서 액정 크기만 키운 제품 정도로 아이패드를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비난이 쏟아졌고, 잡스는 상당히 기운이 빠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젠테이션 다음 날 저녁에 그는 아이작슨에게 이렇게 털어놨다. “지난 24시간 동안 메일이 800통 정도 왔어요. 거의 다 불평불만이었죠. USB코드가 없다. 이게 없다. 저게 없다. 개중에는 ‘엿 먹어라’ 같은 메일도 있었어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하죠? 웬만해선 답장을 안 하는데, 이렇게 보냈습니다. ‘당신이 이렇게 자란 걸 보면 부모님이 퍽도 좋아하시겠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아이패드의 이름이 마음에 안 드나나 어쩐다나. 오늘은 약간 우울하네요. 충격을 좀 받았어요.(208쪽)

그러나  이건 아이패드가 너무나 새로운 제품이라 사람들이 미처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지 못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애플 직원들도 처음엔 아이패드의 진가를 알지 못했을 정도니까요. 아이패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엔지니어 제레미 와일드는 처음 아이패드를 접했을 때 “참 한심한 물건”이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그랬던 그가 막상 실제 제품을 잡아보고는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됩니다.

“하나 만져보라고 주길래 그걸로 메일을 확인하고 이것저것 해봤더니…… 바로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그래. 이제 알았어. 아침마다 노트북으로 메일을 확인하는 건 딱 질색이야. 이건 노트북보다 훨씬 매력있어. 노트북은 너무 차갑잖아. 커피 한 잔 하면서 아이패드로 메일을 읽으면 훨씬 따뜻한 기분이야.'”(208쪽)

애플의 꽉 막힌 앱스토어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던 프로그래머 조 휴이트 역시 아이패드 공개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아이패드는 내가 그동안 기대했던 바로 그 제품”이라며 극찬을 했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아이패드가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이었을까요?

그건 바로 애플이 제공하는 콘텐츠 플랫폼의 범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아이팟은 음악 소비 방식을 바꿨고 아이폰은 핸드폰의 개념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는 그뿐 아니라 책, 신문, 잡지 그리고 영화와 방송 콘텐츠의 소비 방식을 모두 바꿔버렸습니다. 아이패드를 공격하는 주요 이유였던  ‘액정만 크다’는 점은 사실 알고 보니 아이패드가 가장 파괴적인 혁신이 될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cultofmac.com 1 2
cultofmac.com 1 2

이제 개발자, 콘텐츠 공급자들은 더 이상 자사의 앱이나 콘텐츠를 3.5인치나 4인치라는 작은 화면(안드로이드 폰이라고 해도 5인치대)에 쑤셔넣기 위해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이패드의 액정 크기는 책과 잡지를 읽기에 최적이었고, 영화나 드라마 감상하기에도 적절했습니다.

잡스가 희대의 천재인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콘텐츠의 소비 통로, 다시 말해 ‘미디어’를 장악하는 사람이 패권을 쥐게 된다는 것을 잡스는 일찍이 간파했습니다.

아이팟은 외양도 출중했지만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음원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폰도 잡스가 앱스토어를 도입하기 전에는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아이패드가 대중화된 시기도 잡스가 미디어 대기업들을 설득해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책, 신문, 잡지, 영화, TV 프로그램이 무궁무진하게 공급되도록 한 이후였다.(252쪽)

잡스가 숨을 거둔 2011년 10월 즈음 사용자들은 아이패드로 거의 모든 콘텐츠를 읽거나 볼 수 있었다. 아이튠즈와 앱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책, 잡지, 신문, 영화, TV프로그램, 그릐고 케이블업체의 실시간 방송, 거기에 아마존, 넷플릭스, 훌루, HBO 등 여타 온라인 서비스 콘텐츠까지 더해져서 아이패드는 TV 이후 가장 중요한 미디어 소비기기가 되었다. 아이튠스로 수백 종의 잡지를 구독할 수 있었고, 아마존 킨들 앱이나 아이튠스 북스토어를 통해 백만 종 이상의 전자책을 즉시 다운로드할 수도 있었다. 거의 모든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에서 찾을 수 있었다. (255쪽)

이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출판 업계의 이권까지 얽힌 엄청난 시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전에 없던 움직임이었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능도 목표도 서로 닮아가는 중

애플 진영의 플랫폼 확대를 보면서 구글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애플의 앱스토어를 뒤따라 출시했던 안드로이드 마켓을 ‘구글 플레이’라는 서비스로 확대·개편했습니다. 애플리케이션뿐만이 아니라 도서, 음악, 영화, 게임 등 모든 콘텐츠를 취급하는 장터를 연 것입니다. 또한 부진했던 초반 모습을 털어내고, 상당히 쓸만한 태블릿 PC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아이패드로 촉발된 콘텐츠 소비 혁명에 안드로이드가 무사히 안착한 것이지요.

냉정히 말하자면 안드로이드는 꽤 오랜 기간 애플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앱 장터 출시도, 제대로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출시도,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태블릿PC 운영체제의 안정적인 통합도 모두 애플보다 늦었습니다.

애플이 iOS7에서 안드로이드를 베낀 7가지 것들(businessinsider.com)
애플이 iOS7에서 안드로이드를 베낀 7가지 것들(businessinsider.com)

그런데 이젠 아이폰과 인드로이드 둘 다 일반적인 사용자들의 웬만한 요구는 모두 들어주고 남을 만큼 발전했습니다. 게다가 몇몇 부분에선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을 앞서기도 했죠. 특히 iOS 7의 상태알림 바(notification bar)는 안드로이드를 참고(혹은 모방)했다는 게 국내외 모두의 여론입니다.

두 플랫폼의 지향성 자체도 거의 비슷해졌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콘텐츠 소비를 위한 플랫폼을 장악한 애플과 구글은 이제 삶의 구석구석을 지배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나름 시장화에 성공한 스마트워치 제품군을 비롯, 한국 언론에서도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구글 글래스와 각종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모두 이런 미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두 회사의 치열한 전투입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이 경쟁하면서도 서로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구글과 애플 두 회사의 목표가 같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장악’ 말입니다. 콘텐츠 유통 혁명에 이어 일상생활의 변화까지, 이 모든 것이 소비되는 핵심 통로를 쥐어잡기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것입니다.

이제 ‘아이폰이냐 안드로이드냐’의 문제는 단순히 스마트폰 하나만을 위한 고민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어떤 스마트폰을 선택하느냐는 곧 어느 플랫폼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됩니다. 두 회사는 건강관리 소프트웨어와 스마트카 시장에 이미 발을 들여놨습니다. 애플의 ‘헬스킷‘은 구글의 ‘구글 핏’이고, 구글의 ‘개방형 자동차 연합‘은 애플의 ‘카플레이‘입니다. 양측 회사는 모두 해당 시장의 생태계를 자사 플랫폼 위에 만들어두려고 싶어합니다.

아래 영상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L’ 발표와 함께 공개한 영상입니다만, 애플 역시 이와 같은 미래를 구상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활동과 콘텐츠를 여러 기계에서 소비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이뤄지는 진정한 공간은 안드로이드 혹은 iOS가 되는 미래 말입니다.

아직까진 애플과 구글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플랫폼이라는 것의 특성상 어느 순간 한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확립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1990년대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MS의 윈도 시리즈가 그랬고, 2010년대 SNS 시장에서 페이스북이 그랬던 것처럼요.

아이폰과 인드로이드, 당신은 어느쪽 교인이십니까

이제 이 글도 마무리할 때가 왔네요.

지금까지 살펴봤듯, 아이폰에서 시작된 ‘스마트’ 혁명은 이제 우리가 사는 방식의 기본적인 방식을 바꿔버릴 준비를 마쳤습니다. 눈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우리의 일상은 각종 기계를 통해 유기적으로 관리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상세히 소개한 책인  ‘도그파이트’의 서평을 쓰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던 중, 기막힌 제목의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아이폰 혹은 안드로이드:당신의 종교를선택해야 할 순간“이라는 버지의 기사였습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진영이 각각 자기만의 상태계를 공고히 하고, 상호간의 교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내용의 분석이었습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종교에 빗댄 그 표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애플과(정확히 말해 스티브 잡스) 구글(정확히는 구글 검색)을 종교와 연관짓는 발상은 이미 넘쳐 흘렀었습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스마트폰 제품 선택을 종교 선택이라는 차원으로 확실하게 못박은 것으로는 버지의 기사가 가장 깔끔하고 정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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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은 아이패드 공개 당시 이코노미스트의 표지 사진입니다. ‘잡스기(記):희망과 기망, 그리고 아이패드’라는 제목 아래 종교 지도자의 모습을 한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들고 서있습니다. 우측은 출처 불명의 사진입니다. 예수 그림 위에 “나는 모든 문제에 답해줄 수 없어. 구글에서 찾아봐”라는 말이 적혀있습니다.

기독교 신자가 일상 생활을 교회에 맞추듯, 아이폰 사용자와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자신이 선택한 플랫폼에 일상 생활을 맞출 것입니다.

아이폰 알람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은 아이워치로 그날 날씨와 스케줄을 체크할 것이고, 카플레이가 적용된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겠지요. 일터에선 맥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퇴근하고 나선 아이패드로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할 것입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도 마찬가지겠죠. 스마트폰 알람으로 아침에 눈을 뜨고, 구글글래스나 LG G워치 등으로 스케줄과 건강 관리를 할 것입니다. 게방형 자동차 연합의 결과물이 적용된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면서 그날의 중요 업무내용을 보고받고, 직장에선 크롬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한 뒤 결과물을 구글드라이브로 동료들과 공유할 것입니다.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 디바이스 중심 사회의 창세기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과연 두 회사 가운데 이 창세기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결과는 어쩌면 우리 손에 달려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중 어느쪽 교인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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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vs구글, 누가 ‘창세기’의 주인공으로 남을 것인가-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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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현재 모습은 어느 쪽인가요? (Powered by Placeit)

기독교 세계관에서 ‘창세기’는 아마 제일로 중요한 책일 것 같습니다. 창세기 1장 3절의 “빛이 있으라”라는 말은 기독교 신자가 아닌 제가 보더라도 이성과 감성 모두를 자극합니다. 마치 영화나 연극의 명대사처럼요. 물론 창세기가 기독교 세계관에서 각별한 것은 문장이 멋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기독교 관점에서 이 세상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초기 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은 여러모로 창세기와 비슷합니다. 창세기가 기독교 세계의 출발과 초기 역사를 기록했듯, 책 ‘도그파이트’는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와 스마트폰 기기의 출발과 초기 역사를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재편될 우리 삶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스마트폰 세상의 창세기’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구글과 애플 중에서 누가 창세기의 진짜 주인공이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요.

아이폰, iOS와 안드로이드의 탄생

이 창세기는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책에는 애플과 구글에 관해 널리 알려진 사실뿐 아니라, 글쓴이 프레드 보겔스타인이 20여년간 IT분야 취재를 하며 쌓은 인맥과 취재력이 총동원된 뒷이야기도 풍성합니다.

아이폰이 처음부터 애플의 ‘차세대 혁신 제품’은 아니었다. 일단 잡스를 설득해야 했다.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한 순간부터 잡스와 최측근들 사이에서는 휴대폰 개발이 화제로 떠올랐다. 이유야 분명했다. 이메일, 통화, 음악 감상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기가 있는데, 이를 위해 굳이 두세 대의 기기를 가지고 다닐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35쪽)

(…)
그래서 사나흘 후에 스티브, 나, 조니, 사코먼이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아이폰 프로젝트의 서막을 연 거죠(43쪽)

한 드라마의 시놉시스라고 해도 괜찮을 만큼 읽는 재미가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애플이 지금처럼 거대 기업이 된 2014년의 눈으로 당시를 되돌아보니까 재밌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도그파이트’는 이렇게 멋진 부분만 소개하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죠? “뒷이야기도 풍성”하다구요.

아이폰의 문제점은 명약관화했다. 노래나 동영상을 일부분만 재생할 수 있을 뿐, 전체를 재생하려면 무조건 충돌이 일어났다. 이메일을 보낸 후 웹을 탐색하면 문제가 없지만 순서를 바꾸면 작동되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아이폰 팀은 어떤 작업을 어떤 순서로 하면 아이폰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엔지니어들의 용어로 ‘황금 경로’를 알아냈다.

그러나 잡스가 황금 경로를 따를 때조차도 말썽이 생겨서 막바지까지 온갖 우회로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뇬의 무선 송수신기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는 발표 당일에도 버그가 발견됐다. 

(…)잡스는 무대 위에서 통화할 계획이었는데, 그쪽으로는 손쓸 수 있는 방법이 훨씬 적었다. 그저 신호가 잘 잡히게 한 후에 기도나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 화면에 뜨는 무선 신호 알림 막대가 실제 강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다섯 개가 되도록 사전에 프로그래밍했다. 잡스가 통화하는 몇 분 동안이야 무선 송수신기가 다운될 확률이 낮았지만, 전체 90분의 프레젠테이션 시간 중 다운될 확률은 높았기 때문이다. 

(…)잡스는 음악을 틀고, 전화를 받고, 통화 중 대기 상태에서 다른 전화를 받고, 사진을 찾아서 두 번째 통화 상대에게 메일로 보내고, 첫 번째 통화 상대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다시 음악을 틀 계획이었다. “우리는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시연 제품의 메모리는 120메가바이트밖에 안 되는데, 앱들은 모두 다 미완성이라 메모리를 많이 잡아먹었거든요”(30~33쪽)

이런 어마무시한 산고 끝에 세상에 나온 제품이 바로 최초의 아이폰이었습니다. 이처럼 처절한, 가끔은 찌질한(ㅜㅜ) 노력 끝에 나온 것이 아이폰1 키노트였습니다. 영상 두 개를 소개할까 합니다. 한글 자막이 있는 ‘최초의 아이폰 소개 장면’과, 잡스가 “음악을 틀고 전화를 받고 ~ 다시 음악을 트는” 영상이요. 지금 당장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두 번째 영상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다음 벌어진 일은 정말 마법같았죠. 세상이 변했습니다. 미국보다 한참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변했습니다.

S모 전자의 전지전능한 스마트폰 광고. 한때 우리나라에선 이게 스마트폰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죠.

이제 구글과 안드로이드 얘기도 좀 해볼까요.

안드로이드의 탄생을 둘러싼 이야기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 독자들에겐 아무래도 안드로이드가 구글에 인수되기 전 삼성전자와 먼저 미팅을 했었다는 내용이 가장 흥미로울 것 같네요. (지금이야 안드로이드가 당연히 구글 제품으로 보이지만, 안드로이드도 처음엔 구글 외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고, 나중에 구글에 인수됐습니다)  아래는 안드로이드를 처음 설계한 앤디 루빈의 말입니다.

우리 팀 전원, 나를 포함한 총 일곱 명이 회의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스무명의 중역이 들어와 탁자 반대편에 섰어요. 당시 우리는 동양 문화를 잘 몰랐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있었죠. 그쪽 CEO가 들어오더군요. 그 사람이 앉으니까 그제야 다들 따라 앉는데 무슨 군사재판소 같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내가 프레젠테이션에 들어갔죠. 그 사람들을 벤처투자자라고 생각하고 안드로이드의 비전을 빠짐없이 설명했어요. 마침내 할 말을 다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조용한 겁니다. 침묵 그 자체였어요.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고 할까요. 그리고 낯선 언어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중역 한 명이 CEO와 나직이 무슨 말인가 주고받고는 말했습니다. “무슨 꿈같은 소립니까” 내가 전한 비전에 그들이 보인 반응은, 간단히 말하자면 “도대체 무슨 수로 그런 걸 만들겠다는 겁니까? 사람도 여섯 명밖에 없잖아요 약이라도 했습니까?”였어요 나는 비웃음을 뒤로하고 회의실을 빠져나왔습니다. 구글에 인수되기 2주 전 일입니다. (인수 발표가 있고) 이튿날 그쪽 CEO를 보좌하는 중역이 전화를 해서는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당장 만납시다. (지난번에 서울에서) 우리에게 했던 아주 흥미로운 제안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75쪽)

한국인 독자에겐 여러모로 씁쓸한 일화입니다ㅜㅜ.

아무튼,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는 저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뒤로하고 본격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구글 내부에서도 견제와 반발이 심했나봅니다. 상용화 가망성도 없어 보이는 이상한 프로젝트에 동료 개발자들이 차출되는 것을 구글 직원들은 못마땅하게 여겼더군요.

게다가 구글은 잡스가 위의 동영상처럼 아이폰이라는 신제품을 소개할 때까지만 해도 애플과 아주 사이가 좋은 회사였습니다. 둘에게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으니까요. 데스크톱, 노트북, 모바일 세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독점 거대악을 무찌를 연합군이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구글과 애플의 이사회와 사외고문 중에는 겹치는 사람까지 많았기에 누가 봐도 두 회사는 돈독한 사이였습니다. 단적인 예로 “장기간 애플의 이사로 있었으며 잡스의 절친한 친구였던 빌 캠벨은 슈미트, 브린, 페이지의 최측근 고문”(132쪽)이었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구글 고문과 애플 이사직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두 회사의 관계는 구글이 모바일 세상의 잠재력을 꿰뚤어보고는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에 힘을 쏟기 시작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안드로이드가 공개될 때만 해도 잡스는 구글의 세 리더(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를 철썩같이 믿었던 것 같습니다.

잡스가 구글과 싸움을 시작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인 데 있었던 것 같다. 잡스는 브린과 페이지를 친구로 여겼다. 잡스는 오래전부터 그들의 멘토였고, 세 사람이 주말이면 팰로앨토 시내를, 주중에는 애플 사옥을 함께 거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 잡스 밑에서 일한 중역은 이렇게 전했다. “잡스에게 듣자 하니, 그쪽(브린과 페이지)에 전화를 거니까 그냥 안드로이드를 대단찮게 여기더랍니다. 그때 내가 들은 말을 간단히 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친구들이 나랑 어떤 사이인데, 지금 하는 일을 놓고 거짓말을 하겠어.'”(133쪽)

세기의 아이콘 잡스도 우정 앞에선 분별력이 약해졌었나봅니다. 달리 보면 브린과 페이지, 슈미트가 굉장히 얍삽(ㅡㅡㅋ)했다고 볼 수도 있구요. 안드로이드가 ‘별 거 아닌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던 잡스의 입장과 달리, 구글에선 모바일 시장을 휘어잡기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죠. 다만 모바일 전략의 중심이 처음부터 안드로이드였던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구글 내 안드로이드에 대한 반발도 심했구요. 자세한 사정은 책을 읽어보시면 되겠죠^^?

어찌됐든 안드로이드는 결국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이폰의 iOS와 무척 흡사한 모습으로요.

구글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디렉터 스티브 호로위츠가 안드로이드 탑재 휴대폰을 최초로 공개한 영상 캡처.
구글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디렉터 스티브 호로위츠가 안드로이드 탑재 휴대폰을 최초로 공개한 영상 캡처. (바로 가기)

잡스는 이걸 보고 무척 화를 냈다고 합니다. “동영상 봤어? 그 빌어먹을 게 죄다 우리가 하고 있는 걸 도용한 거잖아”(130쪽)라고 말할 정도였다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안드로이드는 저런 시연 동영상 단계를 넘어 실제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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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가 제조한 T-mobile G1

처음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G1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딱 봐도 알 수 있듯 디자인도 별로였고 성능도 뛰어나지 못했거든요.

대신 이 제품으로 인해 확실하게 변한 것이 있었습니다. 애플과 구글은 이 제품 출시 즈음엔 대놓고 서로를 공격하는 는 관계로 들어섰습니다. 안드로이드가 별 대단하지 않은 프로젝트인것 처럼 말하던 구글은 2009년에 접어들면서 완전히 태도를 바꾸고 공격적으로 안드로이드 확산에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벌어진 일은 우리 모두 알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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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엔하위키 ‘애플 삼성 소송전‘)
 다행히 최근 삼성과 애플이 미국 외 지역 법정분쟁을 끝내겠다는 발표를 하긴 했습니다.(관련 뉴스)

그렇지만 과연 안드로이드 진영과 애플의 싸움이 끝난 것일까요? 이 싸움은 한쪽이 완전히 패배하기 전까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싸움이 계속되어야만 하는 이유, 그리고 제가 왜 굳이 이 글에서 ‘창세기’라는 종교적 비유를 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편에서 마무리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애플vs구글, 누가 ‘창세기’의 주인공으로 남을 것인가-下‘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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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낙성대 헌책방 ‘흙서점’

취재차 신림동 근처에 갔다가, 예전에 자주 갔던 헌책방을 다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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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학기에 학점교류생으로 일주일에 이틀씩 서울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캠퍼스로 가는 마을버스에 타기 전 10분 정도씩 이 서점을 둘러본 적이 많았구요.

예전 글에서 언급한 ‘혼비 영문법’을 4000원에 산 곳이기도 합니다.

이날에도 영어 관련 책과 언어학 입문서를 한 권씩 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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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영어의 허점과 오류’, 1991년 8월 20일 증보판으로 발행된 무척 오래된 책입니다. 그래도 내용은 꽤 튼실하고 흥미롭습니다. 이곳에서 샘플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언어-이론과 그 응용’, 대학에서 영어학 입문 강의 부교재로 처음 알게 됐던 책입니다. 당시 교수님께서 수업에 꼭 필요하진 않다고 하셔서 구입하지 않았지요. 그래도 사서 스스로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항상 했던 만큼 이번 기회에 장만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막상 사긴 했지만 구입한 당일을 빼곤 제대로 들춰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짤막한 글과 함께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