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영어

영어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이 글은 가독성이 더 좋은 편집으로 슬로우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으며, 책 ‘완벽한 공부법‘의 13장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완벽한 공부법‘의 13장에도 포함되었으나, 해당 책의 영어 파트에 참여한 것은 2019년 현재의 저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급적 슬로우뉴스에서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Jeffrey James Pacres, Writing (CC BY-NC-ND 2.0)
Jeffrey James Pacres, Writing (CC BY-NC-ND 2.0)

드디어 단어/읽기/듣기/말하기편에 이어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다. 쓰기는 일반적인 언어습득에서도 가장 나중에 도달하는 지점이고, 외국어 학습자들에겐 당연히 제일 어려운 과정이다. 나의 경우에도 친구들의 영문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에세이 등을 교정해준 적이 많지만, 여전히 영어 글쓰기는 무척 까다롭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오늘은 영어로 ‘문장 쓰기’ 자체가 아니라,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해야할 것들에 관해 말하려고 한다. 문장 수준의 영작문이 어느 정도 가능하신 분들이 목표 독자인 셈이다.

사실 글쓰기는 한두가지의 방법 소개나 강좌로 제대로 배우기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달해야 할 내용이 방대하고, 또 그 내용이 학습자의 머리속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글은 영어 글쓰기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몇 가지 내용을 알려드리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세밀한 설명보다는 ‘이런 내용이 있다’라는걸 드러내는 정도의 글이 될 것이고, 이런 내용에 관해 진지하게 공부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마지막에 책과 강의 추천을 덧붙였다.

목차:

[1] 영어 문장의 힘은 뒷부분에. 문미비중과 문미초점의 원리(End-weight & End-focus)

[2] 문장의 정보 배열을 조절하라. 구정보-신정보 배열 (Given-New Contract)

[3] 읽기 쉬운 글의 미덕. 글의 응집성(Cohesion)과 통일성(Coherence)

[4] 수동태

[5] 독자의 독해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하자. 문장부호의 사용 (Punctuation)

[6] 글을 쓰는 절차

[7] 마무리. 책 & 강의 추천


[1] 영어 문장의 힘은 뒷부분에. 문미비중과 문미초점의 원리(End-weight & End-focus)

영어 문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틀을 먼저 소개하고 시작하겠다.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문장을 분석할 때, 동사를 기준으로 그 앞부분의 모든 내용은 주제부(Topic Position)라고 부른다. 같은 기준으로 그 다음부분은 강조부(Stress Position)다. 이 구분은 앞으로 계속 유효하다.

(1) 길고 복잡한 정보를 문장의 뒤로 보내자. 문미비중의 원리 (End-weight)

우선은 문장 하나를 살펴보는 단계에서 출발한다. 영어로 글을 쓸 때, ‘길고 복잡한 내용’은 문장(혹은 절)의 뒷부분으로 보내야 한다. 무거운 정보(weight)를 뒷부분(end), 즉 강조부(Stress Position) 쪽으로 보내라는 의미다.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는 차이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복잡하고 긴 정보를 어디에 배치하는가에 있어 아주 극명한 차이가 있다. 문장(혹은 절) 수준에서, 한국어는 복잡하고 긴 정보를 주로 앞에, 영어는 복잡하고 긴 정보를 주로 뒤에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은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이한정 교수님의 수업 자료를 발췌한 것이며, 앨빈 토플러의 글 한토막을 한국인 학생 A가 한국어로 번역한 뒤 그것을 다시 학생 B가 영어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밑줄친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자.

1. 앨빈 토플러의 원문(출처: ‘Revolutionary Wealth’)

The economic ascent of China, India and, less noticeably, Brazil helped derive oil prices to record levels in 2005; prices were twice as high as in 2002. That makes alternatives to oil more competitive. It also calls into question how long present oil reserves can last. No one can predict when the last barrel of crude will be pumped.

2. A의 한국어 번역

중국과 인도 그리고 부분적으로 브라질의 경제적 성장으로 2005년 유가는 2002년에 비해 유례없는 상승을 경험했다. 그 결과 석유 대체 자원들이 더욱 경쟁력을 얻고, 현재 지구상에 얼마나 원유가 남아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마지막 한 방울의 원유가 채취되는 날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소 오역이 있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이다.)

3. B의 영어 번역

Due to the economical growth of China, India and some parts of Brazil, the oil price of the year 2005 has increased compared to the price of it in the year 2002. As a result of it, the resources that substitute oil has gained more competition, and the question of how much oil has left on earth has emerged. When the last drop of oil will be found cannot be predicted by anyone.

밑줄 친 부분이 각각의 문장과 절 내에서 어느 지점에 위치하는지 다시 살펴보자. 길고 복잡한 정보가 문장(혹은 절)의 뒷 부분(강조부)에 위치해야하는 영어와 달리, 한국어는 길고 복잡한 정보를 문장의 앞부분에 배치한다.

A학생은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한국인 B학생이 그러한 한국어의 정보 배치 방식을 영어 문장에 그대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문미비중의 원칙을 위배한 결과, ‘문법적으로 틀린 점은 없지만 영어답지 않은’ 영어 문장이 나왔다.

(2) 중요한 정보를 문장의 뒤로 보내자. 문미초점의 원리(End-focus)

길고 복잡한 정보는 대개 의미적으로도 ‘중요한’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문미비중의 원리를 지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중요한 정보’를 뒷부분으로 보내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문미비중의 원리와 구분해서 생각해야할 또 다른 규칙이다. 영어 문장에서 ‘중요한 정보’일수록 문장의 뒷부분에 위치해야 한다는, 문미초점의 원리(End-focus)이다.

A1) In America I studied linguistics.
B1) I studied linguistics in America.

아주 간단한 문장이지만, 위의 두 문장은 완전히 쓰임새가 다르다. 두 문장의 강조점이 ‘공부한 학문’과 ‘공부한 장소’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각각의 문장은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A2) What did you study in America?
B2) Where did you study linguistics?

문미초점(End-Focus) 구문에 관하여'(한양대 영어영문학과 이기정 교수)

대체로 문미비중과 문미초점이 원리는 걸음걸이의 왼발과 오른발처럼 한쪽을 맞추면 다른 한쪽이 저절로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길고 복잡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익숙해서 이해하기 쉬운 내용일 수 있고, 짧은 한두 단어일지라도 상대적으로 생소한 정보일 수 있다. 또한 길이가 비슷하더라도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다를 수 있다. 이런 경우 두 원칙 가운데 우선적으로 따라야할 것은 문미초점의 원칙이다. ‘생소하거나 중요한’ 정보일수록 문장의 뒷편으로 가야 한다. 예문을 살펴보자.

A) Although they were not completely happy with it, the committee members adopted her wording of the resolution.

B) The committee members adopted her wording of the resolution, although they were not completely happy with it.

An Introduction to English Grammar (3rd ed.), p.149

although 절의 위치를 조절했을 뿐이지만, 두 문장은 서로 초점이 다른 문장이 되었다. A문장이 위원회 행동에 초점을 맞췄다면, B문장은 그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문장이다.

이러한 문미비중/문미초점의 원칙이 적용되는 또 다른 부분이 바로 가주어/가목적어 그리고 도치 등 각종 특수구문이다. 보통 중고등학생 시절 ‘영어는 주어가 긴 걸 싫어한다’고 단순하게 배우고 넘어가지만, 이 같은 가주어/가목적어 사용 등에는 길고 복잡한 정보가 문장 뒷부분에 있어야 한다는 문미비중과 문미초점의 원칙이이 숨어 있다. 예문과 함께 보자.

The fact that many doctors who came to Finland in the 1960’s had to start their medical studies over from the beginning in order to be licensed to practice here is unfortunate.

It is unfortunate that many doctors who came to Finland in the 1960’s had to start their medical studies over from the beginning in order to be licensed to practice here.

[2] 문장의 정보 배열을 조절하라. 구정보-신정보 배열 (Given-New Contract)

영어든 한국어든, 글에 쓰이는 하나의 문장은 ‘독자에게 친숙한 정보’에서 시작해, ‘생소한 혹은 새로운 정보’로 끝맺음하는 것이 효율적인 정보 전달을 가능케 한다. 이제부터는 문장 하나의 수준이 아니라, 그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도 생각해야하는 단계다.

하나의 문장을 쓸 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이나 이전에 언급했던 정보라면 굳이 신경써서 소개할 필요가 없다. 이런 내용·정보는 이미 드러난 정보라는 점에서, ‘구정보(Given, Old Information)’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구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으로는 △정황상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만한 사실 △직접적으로 언급했던 내용을 다시 말하기 △앞서 말했던 진술상 누구든지 추론 가능할만한 내용 등이 있으며, 가급적 문장의 앞부분(주제부)에 위치해야 한다.

구정보에 이어 ‘동사’를 지난 후, 문장 후반부(강조부)에 ‘신정보(New Information)’을 배치해야 한다. 독자들이 알고 있지 못할 법한 내용이야말로 글쓰는 사람이 진정 전달해야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들이 실질적으로 문장을 이끌어나가는 ‘힘’ 있는 내용이다. 독자로 하여금 ‘이미 친숙한 것들’에서 읽기를 시작해, ‘새로운 사실’에 도달하게 이끄는 것은 글쓰는 사람의 기본적인 자세 아닐까.

다시 한 번, 앨빈 토플러의 글과 한국인 학생 B의 문장을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문장의 앞 부분(주제부)에 구정보를 배치했는지, 신정보를 배치했는지 함께 살펴보자.

1. 앨빈 토플러의 원문

The economic ascent of China, India and, less noticeably, Brazil helped derive oil prices to record levels in 2005; prices(1) were twice as high as in 2002. That(2) makes alternatives to oil more competitive. It(3) also calls into question how long present oil reserves can last. No one can predict when the last barrel of crude will be pumped.

(1) 앞 절에서 언급된 prices를 그대로 반복하며 새로운 절을 시작했다.
(2) 앞서 소개된 내용을 대명사 That으로 지칭하며 새로운 문장을 시작했다.
(3) 앞서 언급된 내용을 다시 한 번 대명사 It으로 받아 새로운 문장을 시작했다.

2. B의 영어 번역

Due to the economical growth of China, India and some parts of Brazil, the oil price of the year 2005(1) has increased compared to the price of it in the year 2002. As a result of it(2), the resources(3) that substitute oil has gained more competition, and the question of how much oil has left on earth has emerged. When the last drop of oil will be found cannot be predicted by anyone.

(1) Due to~부분은 전치사구로서, 영어 독자는 이 같은 전치사구를 비교적 덜 중요한 내용으로 인식한다. 그에 이어지는 the oil prices가 해당 문장을 실질적으로 여는 부분인데, 전혀 언급된 바 없는 ‘유가’로 절을 시작했다.
(2) 앞서 소개된 내용을 처리하는 대명사 it이 As a result of라는 전치사구 뒤로 밀려났다.
(3) ‘prices’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새로운 절을 갑작스레 ‘resources’로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자. 독자가 알 법한 내용(구정보)은 문장의 앞에! 독자가 알지 못할 법한 내용(신정보)은 문장의 뒤에!

이것을 앞서 배운 문미비중, 문미초점의 원리와 함께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영어 문장은 동사를 기준으로,

앞부분엔 짧고 단순하고 친숙한 정보를 / 뒷부분엔 길고 복잡하고 새로운 정보를 담아야 한다.

[3] 글의 응집성(Cohesion)과 통일성(Coherence)

cohesion과 coherence의 한국어 번역어가 아직 통일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이 글에선 각각 ‘응집성’과 ‘통일성’으로 표기하겠다.

(1) ‘응집성’, 문장과 문장 사이의 긴밀한 결합

Patrik Nygren, Raindrop on a leaf (CC BY-SA 2.0)
Patrik Nygren, Raindrop on a leaf (CC BY-SA 2.0)

‘응집성’이라는 단어는 화학 용어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위 그림에서 보이듯 동일한 분자끼리 단단하게 결합하는 성질이 응집성이다. 힘으로 표현하자면 ‘응집력’일 것이다.

‘글의 응집성’도 이와 유사한 개념이다. 하나의 문장과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이 의미상 긴밀하면 긴밀할수록 글의 응집성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 영어 글에서 응집성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살펴보자.

A) Light rock-and-roll can be as comforting to a college student as classical music can be to a professor. Most radio stations play light rock-and-roll. Themes about sex, alcohol, and violence come up in the lyrics of light rock-and-roll. But country music deals with sex, alcohol, and violence too.

B) Light rock-and-roll can be as comforting to a college student as classical music can be to a professor. Light rock-and-roll(1) is played by most radio stations. The lyrics of light rock-and-roll(2) bring up themes about sex, alcohol, and violence. But these themes(3) come up in country music too.

출처: 루이빌 대학교

글 A의 경우, 모든 문장이 그 앞의 문장과 무관한 단어로 시작한다. 응집성이 크게 떨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반명 글 B의 경우 모든 문장이 앞선 문장의 내용과 매우 밀접한 단어로 시작한다.

(1)부분에서 ‘Light rock-and-roll’이라는 소재를 반복하고, (2)에선 록큰롤의 당연한 구성 요소인 ‘가사’라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3)에선 앞서 나열한 것들을 감싸안는 ‘these themes’라는 단어로 새 문장을 시작한다.

눈치채신 분도 있을 것 같다. 글의 응집성은 앞서 다룬 ‘구정보-신정보 배열’과 사실상 비슷한 내용이다. 하나의 문장을 시작할 때, 이전 문장과 관련 있는 내용으로 시작해야 글의 응집성이 높아진다. 이전 문장과 관련 있는 말은 다름이 아니라 ‘구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모든 문장을 구정보로 시작한다고 해서 글이 깔끔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살펴야 할 개념이 바로 ‘통일성’이다.

(2)’통일성’, 여러 문장을 하나의 주제로 꿰는 힘

글의 통일성이란, 하나의 문단을 구성하는 모든 문장이 그 문단의 핵심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문장과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된다는 점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상적인 글이라면, 하나의 문단은 철저하게 하나의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의 주제를 다루며 여러 문장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장들의 주제부(Topic Position)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극단적인 사례를 함께 보고 넘어가겠다. 한국어 문장인데다 글의 전체적인 어조에 맞지 않는 사례지만(현아 덕분에 더욱…) ‘통일성이 없는’ 문장을 이해하기에는 꽤 유용하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응집성을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통일성은 전혀 발견할 수 없는 동요 가사다. 응집성 자체는 아주 훌륭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문장이 서로 전혀 관련없는 주제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제 영어 문장으로 돌아가, 응집성과 더불어 통일성까지 지키는 글에 대해 알아보겠다. 조셉 윌리엄스의 명저 ‘스타일’의 한 부분이다.

A. Consistent ideas toward the beginnings of sentences, especially in their subjects, help readers understand what a passage is generally about. A sense of coherence(1) arises when a sequence of topics comprises a narrow set of related ideas. But the context of each sentence(2) is lost by seemingly random shifts of topics. Unfocused, even disorganized paragraphs(3) result when that happens.

B. Readers understand what a passage is generally about when they see consistent ideas toward the beginnings of sentences, especially in their subjects. They feel a passage is coherent when they read a sequence of topics that focuses on a narrow set of related ideas. But when topics seem to shift randomly, readers lose the context of each sentence. When that happens, they feel they are reading paragraphs that are unfocused and even disorganized.

‘Style : Lessons in Clarity and Grace'(11th ed.), p.83~84.

글 A의 경우, 문장들의 주제부를 봤을 때 응집성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다. (1)은 그 전 문장의 consistent ideas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며, (2)의 경우 역시 글과 문장에 대해 말하고 있는 문단이기 때문에 친숙한 내용일 수 있다. (3)의 경우는 다소 응집성이 떨어지는 경우다. 그러나 글 A는 통일성이 형편없는 글이다. 주제부에 들어간 내용들이 제각각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면 글 B는 후반부의 topics와 that을 제외하면, 모든 문장의 주제부가 같은 대상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도입부를 평이한 단어로 시작해 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까지 한다. 문단을 이렇게 구성할 경우, 응집성이 높아 독자가 글을 읽기도 편하며, 통일성이 높아 독자는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을 명확하게 인지하며 따라갈 수 있다.

응집성과 통일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래 두 문단 또한 ‘스타일’에서 발췌한 글이다. 글 A와 B 가운데 어떤 글이 더 읽기 수월한지, 판단을 여러분에게 맡겨보겠다.

A) The basis of our American democracy—equal opportunity for all— is being threatened by college costs that have been rising fast for the last several years. Increases in family income have been significantly outpaced by increases in tuition at our colleges and universities during that period. Only the children of the wealthiest families in our society will be able to afford a college education if this trend continues. Knowledge and intellectual skills, in addition to wealth, will divide us as a people, when that happens. Equal opportunity and the egalitarian basis of our democratic society could be eroded by such a divide.

B) In the last several years, college costs have been rising so fast that they are now threatening the basis of our American democracy—equal opportunity for all. During that period, tuition has significantly outpaced increases in family income. If this trend continues, a college education will soon be affordable only by the children of the wealthiest families in our society. When that happens, we will be divided as a people not only by wealth, but by knowledge and intellectual skills. Such a divide will erode equal opportunity and the egalitarian basis of our democratic society.

‘Style : Lessons in Clarity and Grace'(11th ed), p.77

[4] 수동태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토대로 한국에서 너무나 무성의하게 교육되는 내용 하나를 바로잡으려 한다. 바로 수동태의 ‘기능’이다

보통 중고등학교과 대부분 영어학원에서는 수동태를 ‘능동태의 변환’ 형태로 가르치는 동시에 ‘행동주체가 중요하지 않을 때’ 정도의 사용 이유만을 가르친다. 또한 ‘영작문’ 수업에선 “가급적 능동태를 쓸 것”이라는 원칙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수동태의 진정한 쓰임새는 문장의 흐름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데 있다. ‘구정보/신정보’에 따라, ‘문미초점’에 따라, ‘응집성과 통일성’에 따라 문장을 다듬을 때 능동태와 수동태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문으로 살펴보자,

Almost all entrants to teaching in maintained and special schools in England and Wales complete a recognised course of initial teacher training.
→이 문장 다음에 올 것으로 자연스러운 문장 아래에서 A와 B 가운데 무엇일까?

A) Such courses are offered by university departments of education as well as by many polytechnics and colleges.

B) University departments of education as well as many polytechnics and colleges offer such courses.

랭카스터대학 리처드 샤오 교수의 강의자료

정답은 A이다. 앞선 문장에 나온 정보인 ‘course’를 자연스럽게 이어받고 있으며(구정보/신정보), 복잡하고 길고 중요한 정보가 뒤에 나온다는 문미비중/문미초점 원리까지 충족하고 있다. 대부분 영작문 수업이 피하라고 강조하는 수동태가 여기에선 능동태보다 글의 흐름을 훨씬 부드럽게 한다.

아래의 경우는 능동태와 수동태 사용에 따라 달라지는 ‘통일성’이다.

A) The town is a major centre for the timber industry and <the town> is surrounded by large industrial and shipping complexes in the river Dvina, <the town> stretching away to the White Sea about thirty kilometers to the north.

B) The town is a major centre for the timber industry and large industrial and shipping complexes in the river Dvina surrounded it, <the town> stretching away to the White Sea about thirty kilometers to the north.

랭카스터대학 ‘리처드 샤오’ 교수 강의자료

A에선 the town이라는 주제의 통일성이 지켜졌지만, B의 경우 ‘능동태’를 사용한 탓에 그 통일성이 깨져버렸다.

[5] 독자의 읽기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하자. 문장부호의 사용 (Punctuation)

우리는 말로 대화를 할 때, 특정한 내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억양 조절을 하거나 말의 속도를 조절한다. 소리 언어의 그러한 기능을 글자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문장 부호이다.

한국어의 경우 글쓰기에서 문장 부호의 체계적인 사용 방법이 아직 일반 대중의 언어생활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영어 글쓰기의 경우 문장 부호의 기능과 규칙이 상당히 규칙적으로 정립돼 있다.

여기선 문장 부호에도 규칙이 있다는 사실과 예시 두 가지만 보여드리고 마무리하겠다. 문장부호의 자세한 쓰임새를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글 하단의 추천 목록을 참고하기 바란다.

우선 문장 부호들이 각기 다른 기능을 내포하고 있으며, 상호간의 ‘위계질서’ 혹은 ‘서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음은 문장 부호의 기능과 상호간의 위계를 설명하는 도표다. 클릭해서 크게 볼 수 있다.

문장부호
(보이시주립대 라이팅 센터 자료 번역)

문장을 완전히 마무리짓는 . ? ! 세 종류의 부호는 의미 단절(Seperation)을 가장 크게 가져오며, 이는 문장 부호들 사이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그 아래로는 점차 단절의 효과가 줄어들고,앞선 부호들보다 서열이 낮은 부호가 된다.

길고 복잡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 문장 부호의 조절은 필수적이다. 사례 두 가지를 함께 살펴보자.

첫 번째 사례는 시카고 스타일가이드에서 발췌한 문장부호 쓰임새의 오류와 그 해결책이다.

The defendant, in an attempt to mitigate his sentence, pleaded that he had recently, and quite unexpectedly, lost his job, that his landlady—whom, incidentally, he had once saved from attack—had threatened him with eviction, and that he had not eaten for several days.

(The Chicago Manual of Style, 15th Editi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3)

세 개의 that절을 모두 콤마(,)로 나열했다. 이것 자체만으로는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여러 개의 that절을 쉼표로 나열하는 것은 아주 흔한 경우다. 그러나 위의 문장은 문장 부호 사이의 ‘위계 질서’가 무너졌다는 것이 문제다.

두 번째 that절 안에서 landlady를 강조하기 위해 대시(—)를 사용했는데, 대시는 쉽표보다 위계 질서가 높은 부호다. 쉼표로 나열되는 절 내부에 쉼표보다 위계질서가 높은 대시가 들어가면 어색한 구조가 되어버린다. 한국인인 우리가 읽을 때는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영어 원어민 혹은 영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비원어민이 읽었을 때는 독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윗글의 밑줄 친 부분에서 쉽표는 ‘The defendant pleaded’ 사이에 들어간 삽입구 표시다. 그 결과, 위의 글은 ‘삽입구를 위한 쉼표’와 ‘that절 나열을 위한 쉽표’가 산재된 엉성한 글이 되어버렸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이 해결할 수 있다.

The defendant, in an attempt to mitigate his sentence, pleaded that he had recently, and quite unexpectedly, lost his job; that his landlady—whom, incidentally, he had once saved from attack—had threatened him with eviction; and that he had not eaten for several days.

that절을 나열하는 문장부호를 세미콜론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대시(—)와 위계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삽입구를 위한 쉼표와도 혼동을 야기하지 않는다.

두 번째 사례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버밍엄 감옥에서의 편지’ 일부분이다. 세미콜론을 이용한 when 절의 나열, 나열하는 when절의 내용들이 일상적인 것에서 점차 사회적인 것으로 확장하는 점증적 구조, 그렇게 쌓아올린 긴장을 ‘대시’를 통해 강렬하게 매듭짓는 기교 등이 극적으로 나타나는 스타일이다. 다소 긴 분량이지만, 아름다운 영어 글쓰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꼭 정독해봐야 할 글이다.

USINFO Photo Gallery
USINFO Photo Gallery

Perhaps it is easy for those who have never felt the stinging darts of segregation to say, “Wait.” But when you have seen vicious mobs lynch your mothers and fathers at will and drown your sisters and brothers at whim; when you have seen hate filled policemen curse, kick and even kill your black brothers and sisters; when you see the vast majority of your twenty million Negro brothers smothering in an airtight cage of poverty in the midst of an affluent society; when you suddenly find your tongue twisted and your speech stammering as you seek to explain to your six year old daughter why she can’t go to the public amusement park that has just been advertised on television, and see tears welling up in her eyes when she is told that Funtown is closed to colored children, and see ominous clouds of inferiority beginning to form in her little mental sky, and see her beginning to distort her personality by developing an unconscious bitterness toward white people; when you have to concoct an answer for a five year old son who is asking: “Daddy, why do white people treat colored people so mean?”; when you take a cross county drive and find it necessary to sleep night after night in the uncomfortable corners of your automobile because no motel will accept you; when you are humiliated day in and day out by nagging signs reading “white” and “colored”; when your first name becomes “nigger,” your middle name becomes “boy” (however old you are) and your last name becomes “John,” and your wife and mother are never given the respected title “Mrs.”; when you are harried by day and haunted by night by the fact that you are a Negro, living constantly at tiptoe stance, never quite knowing what to expect next, and are plagued with inner fears and outer resentments; when you are forever fighting a degenerating sense of “nobodiness”then you will understand why we find it difficult to wait.

(펜실베이니아 대학 아프리카학 홈페이지)

[6] 글을 쓰는 절차

지금까지 문장 하나를 쓰는 방법과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방법을 다루었다면, 글 한 편을 어떻게 써야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글쓰기의 ‘절차적 지식’에 관한 부분인 셈이다. 다만 여기에서 그 모든것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절차적 지식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에 소개해드릴 책과 강의에서 배울 수 있다. 여기선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1) 글을 쓰면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먼저 꺼내어 써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는 영어 문장을 효율적으로 작성하는 방식에 위배된다.

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 머릿속 ‘사고의 흐름’은 효율적인 글의 정보 배열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글 고치기’가 필요한 이유가 된다. 초고를 쓰는 동안 중요한 정보들이 문장의 앞부분에 계속해서 나타나게 마련이지만, 그것들을 차후 편집 과정에서 다시 다듬어야 하는 것이다. 초안이 어느 정도 잡힌 이후에는, 끊임없는 고치기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2) 오류를 기록한 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틀리는 문제는 꼭 다시 틀린다’는 것은 학창시절 누구에게나 상식이었을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인지과정의 산물인 ‘글’은 각자 자신의 두뇌 사용 패턴에 따라 특징과 실수가 비슷하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 글 전체가 의도하는 내용과 관련된 특정 부사를 남발하는 글쓰기 버릇이 있다. ‘여전히 ~한 문제가 있다’는 요지의 글을 쓸 때는 ‘still’을 지나치게 많이 쓴다. 자신이 작성한 초고에서 나타난 오류의 종류와 해결책을 따로 기록해 보관하면, 나중에 글을 쓸 때 참고하기 아주 좋은 자료가 된다.

[7] 마무리. 책 & 강의 추천

Style: Lessons in Clarity and Grace (11th Edition)
Style: Lessons in Clarity and Grace (11th Edition)

영어 글쓰기에 이러이러한 원칙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효과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번 글을 썼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명확한 도구다. 뛰어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글쓰기에서 만큼은 자신의 연장을 계속해서 갈고 닦아야 하며 한 편의 글을 쓴 후에도 끊임없이 보살피고 어디 흠결은 없나 신경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다만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분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오르지 못할 나무가 아니다.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정상의 절경을 선사해주는 높은 산과 같다. 영어로 하는 작업은 그 산의 높이가 조금 더 높을 뿐이다. 이상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며 약간의 책과 강의 추천을 덧붙이겠다.

1. 베이직 잉글리쉬 라이팅 Basic English Writing- 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거침없이 써지는 (하명옥)

아직 기초적인 영작 수준에서 문제를 느끼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분들은 이 책으로 첫 걸음을 떼길 추천한다. 시중의 기초 영작문 안내서들 가운데 가장 알찬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2. 원서 잡아먹는 영작문 (최용섭)

위의 경우보다는 영어 문장을 잘 만들어내지만, 그래도 문장 구성력이 약하신 분들을 위한 책이다. 한국어와 영어 문장 간의 대조 분석을 통한 자기 교정이 가능하다. 아주 효율적인 방식의 영작 교재라고 생각한다.

3. Style: Lessons in Clarity and Grace (Joseph Williams, Joseph Bizup)

영어 문장 작성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명저. 인생의 목표로 영어를 공부하던 시절, 평생을 두고 계속해서 공부하겠다고 다짐한 책이다. 한국어 번역본도 있다: [STYLE(문체) 명확하고 우아한 영어글쓰기의 원칙]

그러나 영어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탐구할 만한 영어 실력을 갖추신 분들이 굳이 한국어 번역본이 필요할지는 잘 모르겠다. 국어 문체를 다듬기 위해 영어 문체 이론서를 탐구하는 용도로 더 적절하지 않을까.

4. On Writing Well (William Zinsser)
번역서: 『글쓰기 생각쓰기』 이한중 역.

여타 다른 문체, 스타일 안내서와는 달리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있다. 정말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쓴 글쓰기 안내서로 유명하다.

5. Writing for Social Scientists (Howard Becker)
번역서: 『사회과학자의 글쓰기』 이성용 역.

글쓰기의 절차적 지식에 관해 자세하게 안내한 책이다. 신변잡기적 글쓰기가 아닌, 논증을 구성하는 ‘제대로 된’ 글을 쓰고자 하는 분들이 읽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6. 먹고, 쏘고, 튄다 (린 트러스 지음, 장경렬 역)

문장부호의 사용에 관해 아주 자세하게 다룬 책이다. 원서보다 번역본을 추천한다. 영어 모국어 화자로서 알지 못하는 비원어민의 어려움을 번역자가 아주 성실한 각주로 메꿨기 때문이다.

7. 강의 추천

한겨레 신촌 교육문화센터의 Rhetorical Writing & Academic Writing. (라성일 선생님)

이 글 자체가 라성일 선생님 강의의 일부를 토대로 하여 재구성한 글이다. 10주 정도에 걸친 수업을 듣고 나면, 영어 문장을 바라보는 눈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예전에 썼던 단어 관련 글도 사실상 라성일 선생님의 수업 덕분에 쓸 수 있었던 글이었다.

*사족.

‘글의 응집성’은 한국어 글쓰기에 곧바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원리이다.

1. 나는 대학생이다. 영문과 학생이다. 다양한 것들을 영문과에서 배울 수 있다. 소설이 그것들 가운데 가장 좋다. 단어나 문장의 수준을 보면, 소설가들은 정말 대단하다.

2. 나는 대학생이다. 전공은 영문학이다. 영문학과에서는 다양한 것들을 배운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 소설 작가들은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두 글은 정확하게 똑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 글에 비해 첫 번째 글은 대학생의 글이라기보단 초등학생의 일기처럼 보인다.


이 글은 2013년 5월 4일 예전 블로그에 처음 작성됐으며, 2014년 3월 15일 수정을 시작해 2015년 1월 25일 다시 공개됐다. 영어 공부법에 관한 글의 마지막이다.

Categories
언어에 관해 영어

부정사는 부정적이지 않다 : 한국 영문법의 일본어 흔적 문제

완결성을 갖춘 글이 아니라는 걸 먼저 밝히겠다. 그리고 내 독창적 문제 제기도 아니다. 다음카페 ‘함께 영어를 배우자’의 ‘감각개념’이라는 분이 쓴 글이 시작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알길 바라며, ‘감각개념’님의 사실 언급에 몇 가지를 덧붙여서 내가 알고 있는 작은 부분을 공유하기 위해 기록하는 글이다. 글의 흐름에 신경쓰기보다는 간단한 사실만 나열한다.

1. 학교에서 배우는 영문법 용어, 어디서 왔을까

– 거의 100% 일본제 한자어를 수입했을 것으로 추정.

예) 아래 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문법 용어랑 거의 다 일치하는 것 같다. 내가 한자에 워낙 약해서 조금 비교해 보다 말았다 ㅡㅡ

日本語 ふりがな ROMA-JI ENGLISH
品詞 ひんし hinshi part of speech / word class
名詞 めいし meishi noun
代名詞 だいめいし daimeishi pronoun
動詞 どうし doushi verb
他動詞 たどうし tadoushi transitive verb
自動詞 じどうし jidoushi intransitive verb
助動詞 じょどうし jodoushi auxiliary verb
形容詞 けいようし keiyoushi adjective

출처: English grammar terms in Japanese kanji, hiragana, and Roma-ji.

2. 이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수많은 개념어는 대부분 일본제 한자어의 차용이다. 

예)

◦ 철학 용어: 관념(觀念), 시간(時間), 선천(先天), 원리(原理), 의무(義務), 이상(理想), 철학(哲學), 추상(抽象), 현상(現想), 후천(後天)

◦논리학 용어: 귀납법(歸納法), 긍정(肯定), 내포(內包), 명제(命題), 부정(否定), 연역법(演繹法), 외연(外延)

◦심리학 용어: 능력(能力), 본능(本能), 의식(意識), 정서(情緖), 직각(直覺)

◦기타: 과학(科學), 관능(官能), 관찰(觀察), 기술(技術), 예술(藝術), 인상(印象), 지질학(地質學), 충동(衝動)

출처: 근대어 성립에서 번역어의 역할―일본의 사례 (pdf 바로 가기 & 새국어생활 홈페이지 바로 가기)

3. 문제는 무엇인가? 일본식 한자 읽기와 한국식 한자 읽기가 다르다. 일본어에선 의미 이해에 방해되지 않을 한자 개념어들이 한국어에선 의미 이해를 방해한다.

예)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영문법 용어에 쓰이는 ‘부정’이라는 단어: 부정관사와 부정사.

한국어에서 ‘부정’이라고 말하면 보통은 1)’올바르지 않음'(不正) 2)’그렇지 않다'(否定)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유독 영문법에서만 ‘부정’이 3)’정해지지 않음'(不定) 이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평소 언어 습관과 판이하게 다른 ‘부정’관사와 ‘부정’사의 뜻을 접하면서 혼동을 겪는다. 

일본에서 만든 한자 영문법 용어를 그대로 갖다 쓴 결과다. 일본어에서는 세 단어의 발음이 모두 달라서 이런 혼동이 없다.

1)’不正'(올바르지 않음)은 ‘ふせい fusei’라고 읽는다.

2)’否定'(그렇지 않다)은 ‘ひてい hitei’라고 읽는다.

3)’不定'(정해지지 않음)은 ‘ふていfutei’라고 읽는다.

4. 극복 방안은?

지금껏 해왔듯 영어 수업시간에 매번 한자 뜻 풀이를 한다.

새로운 한국식 번역어를 만든다.

문법 용어를 그냥 영어로 쓴다.

…?

* 한자를 거의 모르고 일본어를 완전 모르는 게 너무 안타깝다. 일본 논문을 직접 찾아보면 도움이 될 텐데…

* 본문에 링크한 것 외에 지금까지 찾아본 자료:

Japanese English Education and Learning:   A History of Adapting Foreign Cultures

The First English Grammars of the Edo Period :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Parts of Speech

한국 영어 교육 학습서의 역사

지금 막 찾았으며 앞으로 읽어보고 싶은 자료:

English Language Education in Korea Under Japanese Colonial

한국의 영어교육사 : 19세기 이후 한·영·미·일 비교연구

Categories
영어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1

*이 글은 가독성이 더 좋은 편집으로 슬로우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완벽한 공부법‘의 13장에도 포함되었으나, 해당 책의 영어 파트에 참여한 것은 2019년 현재의 저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급적 슬로우뉴스에서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1] 들어가며

이번에도 가장 중요한 사실을 먼저 복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나는 한국어로 사고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며, 한국어로 세계를 인식한다. 이런 상황은 최소 10년 넘게 유지된 나의 ‘기본값’이다. 

이 간단하면서도 치명적인 사실은 우리가 영어를 학습하면서 꼭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언어 사용에 쓰는 시간을 돈으로 비유하자면 한국어로 의사소통해온 세월은 매몰 비용이다.

매몰 비용은 합리적 선택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이제 우리의 기본 사고방식은 ‘한국어의 기본값 위에 어떻게 영어의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영어 말하기 편은 먼저 발음, 연음, 강세와 억양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다룰 것이다. ‘발음’이라면 개별 소리의 발음이고, 연음은 그 소리들이 이어질 때의 현상이고, 강세는 어느 음절에 힘을 주는가 문제고, 억양은 그러면서 발생하는 말의 흐름과 높낮이다. 본문에서는 간결함을 위해 ‘발음’으로 통칭하겠다. 특별한 언급이 없다면 ‘발음’은 이 4가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어서 ‘대화의 본질’에 대한 고찰을 하고 한국어 화자인 우리가 어떻게 해야 영어를 잘 말할 수 있는지를 얘기한 다음, 울타리 표현(hedge expressions)에 관한 설명 후 약간의 추천과 함께 마무리하겠다. 참고로 이번 편에서는 기존 글과 조금 다르게 특정 공부 방법을 설명할 예정이다.

[2] 발음 고민 해결 1. 심리적으로

많은 한국인 영어 학습자가 영화나 미국 드라마 속의 ‘원어민다운’ 발음을 추구한다. 미국식 발음이라는 이상향과 한국인 발음이라는 현실의 간극에서 그들은 자신의 영어 발음을 부끄러워한다. 이에 대한 심리적 해결책을 먼저 알아보자.

영어 발음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편안하게 바꿔야 한다. ‘원어민처럼’ 발음하기는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100% 원어민 같은 발음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15년 넘게 한국어 화자로 살면서 우리의 ‘발성 기관’은 음성 한국어에 최적화했다. 발성 기관은 우리 신체가 다 그렇듯 운동 기관이다. 말하기에 근육이 관여한다는 뜻이다. 최소 15년 이상 음성 한국어에 맞게 발달한 근육 구성을 단기간에 음성 영어에 맞도록 고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이어트나 몸 키우기를 시도해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평범한 생활인이 자기 신체를 완전히 바꿔 몸짱이 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식생활 조절을 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 충분하다. 근육에 빗대 설명하다 보니 [한국어 사용:영어 = 평소 몸:몸짱] 관계가 성립했는데, 영어가 한국어보다 권장 상태라고 오해될까 걱정이다. ‘근육 변화’에만 초점을 맞춰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일반인에겐 근육 운동이 ‘적당한 만큼’ 필요하듯 영어 발음도 보통 대부분 한국인에겐 ‘적정 수준’으로만 다듬으면 된다. 그 수준이란 영어 의사소통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몇 가지 난점만 바로잡는 정도다. 각각 반년 정도씩 거주해본 호주와 덴마크에서 영어로 대화할 때, 발음이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경우보다 표현력 자체의 부실함이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인 A와 B는 둘 다 영어 발음이 어눌했다. 하지만 대화 수준은 달랐다. A는 또박또박 자기 할 말을 다 했지만 B는 종종 프랑스어-영어 사전 앱을 확인해야만 했다. 

Marginal_Utility
x축 = 발음이 좋아지는 정도 / y축(Utility) = 대화에서의 실제 이득
(클릭하면 원본 페이지로 이동)

물론 발음이 좋을수록(1) 영어 말하기에는 이득(2)이다. 그러나 (1)이 (2)에 주는 영향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따른다고 생각한다. 갈증을 해소하는 물 한잔은 꿀맛이지만 두 잔 세 잔으로 넘어가면서 그만큼의 상쾌함을 느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이 심각하게 곤란한 수준을 해결하는 발음 교정은 영어 말하기에 바로 이익이지만 일정 정도를 지나면 영어 발음 향상 자체로는 영어 말하기에 큰 이득이 되지 못한다. 

결론은 ‘한국식 발음’을 너무 교정 대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콩글리시 발음’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것을 완전히 없애기는 사실상 불가능이며(근육!) 100% 극복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발음 얘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다룰 테지만, 대화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실제로 주고받는 내용이 어떤가이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영어를 모국어로 익히지 않은 세계 각지 사람들은 각각 자기 모국어가 반영된 영어 발음을 구사한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영어를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2분 40초부터 보기)

이 동영상은 세계 각지에서 말해지는 ‘실제 영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다. 과장이 조금 섞이긴 했지만, 이 정도면 대체로 각 언어 사용자들의 특징을 잘 잡아낸 편이다. (한국인 영어는 사실과 조금 다르지만, /th/ 발음에 약하다는 특징은 잘 잡아냈다)

이제 여러분은 자신의 영어 발음에 조금 더 관대해지길 바란다.

[3] 발음 고민 해결 2. 실질적으로

언어 학습의 중요한 이치를 하나 다뤄보자. 바로 ‘귀납’과 ‘연역’이다. 사례를 통해 일반적 원리를 도출하는 ‘귀납 과정’과 일반적 원리를 통해 사례에 적용해나가는 ‘연역 과정’은 논리학 교과서에만 다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 문법이나 발음 원리 등의 ‘공부’는 일반적 원리를 습득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연역의 기반을 다지면 영어 문장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연역 과정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면, 다양한 영어 문장을 경험하는 귀납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학습자는 자신의 익힌 원리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연역과 귀납의 상호작용이야말로 영어를 제대로 익히는 방법이다. 가장 마지막 단계에 다다른 학습자에게 그런 원리들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사실’, ‘당연한 사실’이 될 것이다.

영어 발음 학습에서는 의사소통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몇 가지 난점들만 바로잡기까지만 연역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번 듣기 편에서 소개했던 영상들(따로 모아 놓은 포스트 바로 가기) 정도까지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자음 가운데 /r/과 /l/, /th/, /f/, /v/를 주로 연습하길 추천한다. 이것들은 특히나 한국인에게 가장 어려운 발음이다. 모음의 경우 많은 분이 간과하는 장모음-단모음 차이를 더 신경 쓰면 좋다.

Feel과 Phil(남자 이름)….

장/단음도 가끔 의사소통의 오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맨 처음에 말했듯 지금까지 ‘발음’이라고 통칭해온 내용에는 발음뿐만 아니라 연음, 강세와 억양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 가운데 연역적으로 해결할 대상은 ‘발음’ 자체라고 생각한다.

연음과 강세, 억양은 귀납적으로 접근하길 바란다. 이것들은 연역적으로 접근해 그 내용을 학습하기엔 규칙이 너무 많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든 우린 ‘완벽’해질 필요가 없다. 연음과 강세, 억양을 개선하기 위한 귀납적 접근은 잠시 후 ‘서사 구성력’ 부분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몇 가지 자음 발음을 신경 쓰고, 장/단음의 차이를 이해하는 등 발음을 위한 연역 기반을 다졌다면, 발음 자체를 교정하겠다는 학습 목표는 내려놓는 게 좋다.

[4] 대화 자체의 본질에 관해

외국인 앞에 서면 말문이 막힌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야기를 우리는 주변에서 익숙하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영어 회화’나 ‘프리 토킹’이라고 불리는 행위는 결국 ‘대화’라는 사실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같다.

‘대화’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함께 일정한 내용을 주고받는 행위다. 대화를 다른 말로 하면 의사소통일 텐데, 소통에 앞서 우리에게는 특정한 의사, 즉 ‘뜻과 생각’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와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때, 그 어색함은 ‘딱히 할 말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소개팅에서 상대와 처음 마주했을 때 뻘쭘한 상황, 나이 많은 선배와 단둘이 남겨졌을 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 혹은 반대로 한참 어린 후배와 단둘이 남겨졌을 때 뻔하디뻔한 인생 교훈 말고는 해줄 말이 없는 경우 등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상대가 한국인일지라도 ‘대화’는 이처럼 어려운 행위다.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없을 때,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다시 영어 말하기로 돌아오자. 외국인과 하는 영어 대화가 어려운 건 단지 상대가 외국인이고 내가 영어를 수월하게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외국인 앞에서 말이 막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상대방이 나와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나와 그가 공유하는 기억 자체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를 파악했으니 해결책을 탐구해 보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친숙한 소재로는 유럽 축구와 할리우드 가십이 있다. 이런 대중문화부터 시작해 세계 각국의 문화와 역사 지식을 조금씩 넓혀야 한다.

tvN '꽃보다 할배'(왼쪽), EBS 세계테마기행(오른쪽 위), KBS1 '걸어서 세계속으로(오른쪽 아래).
tvN ‘꽃보다 할배’(왼쪽), EBS 세계테마기행(오른쪽 위), KBS1 ‘걸어서 세계속으로(오른쪽 아래).

여행 프로그램 시청하기도 좋은 방법이다. 친숙하게는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가 있고, EBS ‘세계테마기행’과 KBS1 ‘걸어서 세계속으로’도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꽃할배 시리즈야 워낙 유명하니 넘어가도록 하자. ‘세계테마기행’과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일반인들이 절대 가볼 일이 없을 만한 여행지도 소개하지만, 보통은 누구나 쉽게 떠올리고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곳을 많이 다룬다.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세계 각국 도시와 자연환경,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까지 제대로 접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세계 각국 문화와 역사를 폭넓게 공부할 만큼 우리는 한가하지 않다. 학생은 학생대로 바쁘고,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바쁘다. 도서관에 앉아서 세계사 책을 천천히 읽기도 어렵고, 아무 때나 여행 프로그램을 느긋하게 시청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너’에 관한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다면, ‘나’를 표현할 내용을 생각해볼 차례다. 자신의 취미나 추억부터 시작하면 좋다. 재미있게 본 영화가 무엇이었는지, 그 영화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무슨 이유로 그 영화를 좋아하는지에 관해 생각해 보자. 이런 내용은 오픽에만 써먹는 내용이 아니다. 풍요로운 인생을 위해 누구나 고민해볼 만한 이야기다.

대한민국을 영어로 설명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도 추천 방법이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로 한국을 해외에 알리긴 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니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특히 심한데, 이에 관해 이야깃거리를 생각해 두면 좋다. 아래 같은 대화는 내가 유럽 배낭여행때 몇 차례 경험한 평범한 일이다. 

“Hi, so… are you from China?”

“No.”

“Oh, then, Japan?”

“No but I’m from Korea, South Korea”

“Oh, Korea!!!!”

느낌표 세 개의 놀라움 뒤에는 (1) 중국, 일본을 먼저 꺼내서 살짝 미안한 마음과 (2) 이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걱정하는 마음이 숨어 있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도 나름의 능력이다. “동양인들이 다 비슷하게 보이는 거 이해한다. 나도 사실 네덜란드인이나 이탈리아인이나 뭐 그게 그거 같다” 등 이해한다는 식의 말도 좋고, 분위기 봐서는 한/중/일 3국을 비교하는 적당한 농담도 좋다.(수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잘못 하면 민족주의자로 욕먹거나 싸움날 수 있다)

너무 서양인들과의 대화만 가정한 것 같다. 사실 외국 나가면 동양인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경우도 많다. 아시아권 여자들은 한국 드라마 정말 좋아한다. 자아도취가 아니라 정말이다. 한국인도 모르는 드라마를 줄줄 꿰고 있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다. 그들과 재밌게 대화하고 싶다면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관해 알아두면 꽤 도움이 된다. 중국이나 대만 친구들은 상황에 맞는 한자를 한두 글자 써주면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들은 우리가 한자를 배운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한국에서는 당연히 한글만 쓰는 줄 아는 경우가 많다.

동양인을 만나든 서양인을 만나든, 그들과 대화하려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문학, 미술, 음악, 영화, 여행 등 누구라도 흥미로워할 만한 것들을 갖춰 보자. 대화 초반의 어색함은 이렇게 자신의 이야깃거리로 풀어야 한다. 이 과정이 어느 정도 지나야 친밀감이 생기고, 그 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가능해진다.

[5]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1. 자원 확보

이제 실질적으로 영어 말하기 연습을 하면서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자.

원활한 영어 말하기를 위해서는 다양한 문장 암기와 상황에 맞는 표현을 빠르게 선택하고 말할 수 있는 순발력,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서사 구성력 등 3가지가 중요하다. 우선 상황에 맞는 적절한 표현 선택부터 알아보자.

영어 대화에서, 상황에 맞는 표현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택 후보군 자체를 머릿속에 갖춰야 한다. 다양한 단어와 관용어 그리고 문장을 암기해 둬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암기를 이제부터는 ‘자원 확보’라고 부르자.

영어 회화를 학습하는 분 가운데 상당수는 교과서에서 흔히 보기 힘들었던 ‘구어, 관용어’에 신경을 쏟는 경향이 있다. ‘have it in for ~’가 ‘누군가를 싫어하다’라는 뜻이라고 확인한 뒤, 언젠가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에 ‘have it in for ~ = 싫어하다’ 이런 식으로 암기하는 경우다. 관용어 표현은 분명 중요한 학습 목표다. 하지만 영어 말하기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암기해야 할 대상은 바로 ‘문장’이다. 우리는 문장 자원을 확보해야만 한다.

많은 영어 학습자가 문장 암기를 등한시한다. 일단 이 작업이 부담스러운 게 일차 원인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공부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분들은 ‘입이 트이는 순간’이 오면 저절로 자기 생각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침 일찍 회화 학원에 다니거나 영어 회화 스터디에 참여하는 등 말이다. 모두 영어 사용 환경에 자신을 많이 노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수업과 스터디 참여만으로 영어 실력을 늘리기는 무척 힘들다.

영어 말하기 환경에서 쓸 만한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선택 후보군 자체가 얼마 없다는 뜻이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문장 종류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만 쉽게 말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익숙한 표현으로만 문장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업 과제든 프레젠테이션 대회든 여러 사람 앞에서 뭔가를 발표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발표에 앞서 내용을 제대로 숙지했다면, 그 발표는 알고 있는 내용을 청중에게 설명해 주거나 보여 주는 시간이 된다. 말을 만들어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이미 머릿속에 중요한 표현과 내가 해야 할 말이 정리돼 있기에 눈앞의 사람들과 호흡하며 발표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제대로 익히지 않았을 때는 어떤가? 우리는 계속해서 어떤 말을 할지 머릿속에서 고민해야 한다. 청중들과의 교류는 당연히 뒷전이다. 혹은 미리 작성해둔 발표문에 의존해 발표를 진행하게 된다. 심한 경우 발표 시간은 발표문 ‘읽기’ 시간으로 바뀌기도 한다.

발표에 앞서 내용을 숙지하듯, 영어 말하기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문장을 많이 암기해야 한다. 단어 두세 개의 관용어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대화를 구성할 수 있는 ‘문장’을 많이 암기해서 머릿속에 사용 가능한 자원을 풍부하게 확보해야 한다. 이는 회화 학원 수강이나 스터디 참여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혼자서 치열하게 암기해야 하고 직접 입으로 내뱉어 봐야 한다.

이어서 읽기: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2
통합 링크: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1·2

Categories
영어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2

*이 글은 가독성이 더 좋은 편집으로 슬로우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완벽한 공부법‘의 13장에도 포함되었으나, 해당 책의 영어 파트에 참여한 것은 2019년 현재의 저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급적 슬로우뉴스에서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6]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2-1. 멘털리즈 개념의 간략한 이해

그런데 문제가 있다. 영어 문장을 아무리 외운다고 해도, 우리의 사고 과정은 기본적으로 한국어를 ‘통해’ 이뤄진다. 통한다는 표현을 강조한 것은 ‘멘털리즈’라는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세계적 언어 인지학자 스티븐 핑커 등의 연구를 보면 사람의 생각 자체는 특정 모국어가 아니라 생각 나름의 언어로 이뤄진다. 이것이 바로 ‘사고의 언어'(Language of Thought)이고, 다른 말로 ‘멘털리즈'(Mentalese)라고 한다. 멘털리즈는 모든 언어 행위에 관여하지만, 이 글에서는 말하기에만 집중해보자.

슬라이드1

멘털리즈 개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위 그림 같은 모형을 상상할 수 있다. ‘위장이 비어있다는 신호를 뇌가 보내고, 실제로 위장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상황일 때, 멘털리즈는 한국어 단어인 ‘배고프다’를 통해 현실 세계로 전달된다. “야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없냐” 라는 말이 나온다.

위와 같이 한국어 회로가 튼튼한 한국인이 영어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그 머릿속에서 아래와 같은 과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슬라이드2

‘위장이 비어있다는 신호를 뇌가 보내고, 실제로 위장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상황일 때, 멘털리즈는 한국어 단어인 ‘배고프다’를 통해 먼저 구체화된다. 그다음에야 한국인 영어 학습자는 ‘배고프다’를 ‘I’m hungry’로 변환한다. “야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없냐”가 “Hey, I feel hungry… Have you got anything to eat?”로 전환되어 현실 세계로 전달된다.

영어 읽기 편부터 계속 주장했던 ‘한국어로 사고한다’는 말은 바로 멘털리즈가 일차적으로 한국어로 변환된다는 뜻이다. 이는 웬만큼 열심히 영어를 연습하지 않고서는 넘어서기 몹시 어려운 현상이다. 멘털리즈에서 한국어로 넘어가는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것을 아예 바꾸겠다는 것은 도달하기 매우 어려운 목표다.

대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그림에서 빨간 화살표로 표시된 과정이다. 이 과정이 바로 한국어 화자인 우리가 영어를 바로바로 말하지 못하게 하는 큰 원인이다.

멘털리즈가 한국어를 통과한 뒤, 우리가 그 한국어에 맞는 영어 표현을 탐색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자원을 아무리 많이 확보했어도, ‘멘털리즈→한국어’ 연결이 밀착돼 있다면 영어 문장은 바로바로 생각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혹은 생각해낸 영어 문장이 겉모양만 영어지 사실상 표현 방식은 한국어의 방식일 수 있다. 카페에 앉아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내 옆자리에 앉는다고 상상해 보자. ‘낯선 사람이 내 옆에 마치 나를 안다는 듯이 다가와 앉았다. 불편하다’라는 멘털리즈가 한국어에선 “저를 아세요?”라고 표현되지만, 영어에선 “Do I know you?”라고 표현된다. 만약 한국인 영어 학습자가 영어식 표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면, 그의 멘털리즈는 “저를 아세요?”를 거쳐 빨간 화살표를 지나 “Do you know me?”로 출력될 수 있다.

[7]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2-2. 빨간 화살표 과정을 위한 순발력을 키우고, 정교함을 더하자

멘털리즈 개념과 그것에서 비롯하는 영어 말하기 문제를 다뤘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알아보자.

멘털리즈와 한국어의 밀착 관계를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가 집중할 부분은 ‘한국어영어’ 과정이다. 이 부분에서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보고 재빠르게 영어로 바꿔 말하는 훈련을 해보길 바란다.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읽는 것은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멘털리즈→한국어’ 변환을 대체해서 실제 대화에서처럼 말해야 할 내용을 떠올리는 과정이다. 이 훈련의 목표는 그다음 이뤄지는 ‘한국어영어’ 과정을 의도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먼저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읽고 곧장 영어로 말해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스스로 해봐야 한다. 문장 5~10개 정도를 연달아 바꿔본 후, 처음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2~3번 반복한다. 그러면 자신이 만들어낸 영어 문장이 대충 머릿속에 입력된다.

이어 교재에 쓰인 ‘올바른’ 영어 문장과 비교해 보자. 아마 자신이 말했던 문장과 꽤 다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올바른 영어 문장을 암기하자. 지독하게 암기해야 한다. 반드시 소리 내 말하면서 암기해야 한다. 다시 한국어 문장으로 돌아가자. 이젠 한국어 문장을 눈으로 보자마자 올바른 영어 문장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빨간 화살표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 결과다.

이 방법은 순발력과 정교함을 모두 다듬을 수 있는 학습법이다. 본인이 만들어낸 영어 문장과 올바른 영어 문장의 차이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교정하면서, 겉모양만 영어가 아닌 표현 방식도 영어다운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8917945937_01
본책(위쪽)과 트레이닝북 구성-편집된 이미지. (출처=알라딘)

이런 훈련을 하려면 영어 문장과 한국어 문장이 따로 인쇄된 책이 필요하다. 다양한 교재가 있겠지만, 내가 아는 책 중에선 2012년 나온 ‘New English 900’ 시리즈가 이 학습법에 가장 알맞다.

표현의 정교함에 관해 한 가지만 더 얘기하고 마무리하겠다.

“Do you know me?” 식의 오류는 사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칠 수 있는 문제다. 그렇게 말하는 원어민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에 사는 한국인 영어 학습자다.

아무리 원어민 회화 학원을 등록해도, 강의실을 벗어나면 우리 일상 언어는 철저하게 한국어다. “Do you know me?”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선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정확하게 아는 강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이보영, 이근철, 문단열, 아이작 등이 단연 돋보인다.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한국인 영어 학습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장 잘 아는 분들이다.

위의 네 명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웬만한 한국인보다 한국어 지식이 해박한 미국인 강사가 있어 소개하고 싶다.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 맞다)

무료 영어 강의를 공유하는 미국인 강사 마이클 엘리엇이다. 유튜브페이스북, 트위터에 강의를 공유한다. 영어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팔로우·구독 추천한다.

이런 한국어-영어 변환 연습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래와 같은 상태에 도달하는 날이 올 것이다.

슬라이드3

멘털리즈가 화자의 의도에 따라 한국어 혹은 영어를 통해 현실 세계로 출력되는 모형이다. 나도 아직 위의 단계로 완벽하게 들어서지 못했다. 여전히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 나를 당황케 하고, 대체 영어로 뭐라 말해야 할지 금방 떠오르지 않아 머릿속에서 미리 문장을 만들어보고 입을 여는 경우도 많다. 괜한 겸손 아니다. 진짜다.

순발력과 정교함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8]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3. 이야기를 만드는 서사 구성력

영어 문장을 상황에 맞게 재빠르게 말해보기를 3달 이상 꾸준히 훈련하면 영어 말하기 실력이 확실히 달라진다. 그런데 이 훈련에도 한계는 있다. 웬만큼 하고 싶은 말을 신속하게 영어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영어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 만한 능력이 조금 부족한 상태다.

한국어로 이뤄지는 생각의 단편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은 영어 자체로 이야기의 구조를 짜는 것과 다른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어만으로 이뤄진’ 이야기 덩어리를 많이 접하고, 그 이야기 전체를 실제 소리 내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서도 다시 암기가 중요하다. 부드러운 영어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충분한 자원 확보이기 때문이다. 자원 확보 측면에서, 이제는 영어 문장 단위가 아니라 영어 이야기를 축적해야 한다.

대개 많이 떠올리는 외국 뉴스나, 이전에 영어 듣기 편에서 소개한 국내 영어방송 그리고 TED와 각종 오디오북 등 기본적이고 올바른 소재가 많다. 그런데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재가 있다.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들이다. 유튜브에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Smosh부터 시작해서 Shimmy, Nigahiga, TheFineBros, Charlieissocoollike 등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제작자가 정말 많다. (스티브 잡스, 오바마가 말하는 것만 스피치가 아니다. 우리에게 쉽게 와 닿는 화법의 스피치가 유튜브에는 더 많다.)

TED에서든 유튜브에서든 마음에 드는 3~5분 분량의 영상이나 음성 자료를 선택하자. 스크립트가 없는 경우 자신이 직접 듣고 스크립트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오로지 영어 공부만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스크립트 혹은 자막이 준비된 자료를 고르도록 하자.

스크립트와 영상 혹은 음성 자료가 준비됐다면, 쉐도잉(따라 말하기)을 하면서 3~5분짜리 스피치를 외워 보자. 그들이 말하는 방식과 똑같이 말할 수 있도록 따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말했던  /r/과 /l/, /th/, /f/, /v/ 등의 발음을 특히 주의하고, 연음/강세/억양도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하도록 노력하자.

영어로만 구성된 이야기를 갖추기 위한 이런 연습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발음/연음/강세/억양을 따라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말하기 1편에서 언급한 발음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뉴스, TED, 유튜브 영상 속 원어민의 말하기 방식을 따라 하는 과정에서 영어 소리의 개별 발음과 연음, 강세, 억양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앞서 말한 발음 교정을 위한 귀납적 접근이다. 음성영어 특유의 연음과 억양은 그것만을 위해 따로 규칙을 공부하기보다, 이렇게 실제 문장을 따라 말하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익히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영어 문장을 어떻게 해야 잘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세 가지 중심축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보기 바란다. (자원 확보 필요성, ‘한국어영어’에서의 순발력과 정교함,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서사 구성력)

[9] 울타리 표현(hedge expressions)에 대해

‘울타리 표현’이란 대화에서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 사용을 피하려고 쓰는 각종 표현이다. 쉽게 말해 빠져나갈 구석을 미리 만들어 두는 말하기 방법이다. 우리말에서도 “돈 좀 줘”라고 말하기보다 “진짜 미안한데(1), 혹시(2) 돈 좀 빌려줄 수 있어(3)?”라고 말하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언어학자 레이코프(Lakoff)의 주장을 살펴보면 영어에서 actually, almost, basically, essentially, exceptionally, for the most part, in a manner of speaking, in a real sense, in a way, kind of, largely, literally, more or less, mostly, often, particularly, pretty much, principally, rather, really, relatively, roughly, so to say, somewhat, sort of, technically, typically, very, virtually 등은 모두 울타리 표현이다. 이런 표현은 대화를 원활하게 풀어가는 중요한 기술이다.

그러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몇몇 울타리 표현은 괜히 자주 쓸 경우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매력적’인 것은 그런 말을 사용했을 때 마치 유창한 영어를 말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고,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말하는 내용을 잘 들어보면 사실 알맹이 없는 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주의해야 하는 표현은 ‘sort of(sorta)’와 ‘kind of(kinda)’, ‘like’와 ‘you know’다.

영어 회화 모임이나 학원에 가 보면, 발음도 괜찮고 나름 끊임없이 말을 하지만 사실 별 내용이 없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That is ___”나 “I think that is ___” 정도로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을, 그런 분들은 굳이 이렇게 표현한다. “Well… I thought that was kind of ____.” 여기에 ‘you know’와 ‘like’를 적당히 넣어 주면 전형적인 빛 좋은 개살구 문장이 만만들어 진다. “Well… you know… I thought that was, like, kind of ____.”

다만 일상 회화에서 ‘like’의 쓰임새가 조금 특별하기에 이것에 관해서는 간략히 알아보자.

like의 구어적 용법은 세 가지다.

1. 인용 용법 – He’s like why did you do that? : 그가 “why did you do that?” 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2. 울타리 용법 – My parents like hate you. : 설명 생략

3. 구어체 보조어(청자의 관심 유도) – I’m like really struggling with this assignment. : 내가 “struggling with this assignment”했다는 사실을 강조.

사실 원어민다운 구어체 영어를 말하려면 위의 like 용법들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비격식 구어체’ 영어에 한정된다.

2000년 발표된 한 논문을 보면 위의 사례처럼 ‘like’를 자주 사용하는 화자는 긍정적 인상과 부정적 인상을 모두 풍긴다. 긍정적 인상으로는 ‘친근하다'(friendly), ‘출세한 사람 같다'(successful), ‘활발하다'(cheerful) 등이 있지만, 부정적 인상에는 ‘지적이지 않은 것 같다'(less intelligent), ‘별로 흥미롭지 않은 사람 같다'(less interesting)가 대다수였다.

일상의 편안한 언어생활에서는 울타리 표현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말하는 우리는 울타리 표현을 되도록 자제하는 게 좋다. 다양한 영어 표현들 사이의 세밀한 결을 감지할 때, 그럴 때 적절히 사용해도 늦지 않는다.

[10] 마무리, 추천

작년에 썼던 글을 수정하는 작업이기에 금방 끝날 줄 알았지만, 이게 웬걸 편집하다 보니 글의 짜임이 엉성한 곳이 보이고, 맘에 들지 않는 표현도 많아 수정하는 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예전 블로그에선 한 게시물에 모든 내용을 담았었지만, ‘스크롤 압박’이 심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두 편으로 나눴다.

이 글에서는 발음과 대화 자체의 본질을, 그리고 한국어 화자인 우리가 영어 문장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말할 수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울타리 표현을 다뤘다. 아래는 추천하는 책 목록이다. 

·발음 교정을 위해:

듣기 편에서도 언급했던 AAT(American Accent Training)를 추천한다.

 

·우리 문화를 영어로 표현하기 위해:

『우리나라 우리문화 영어로 소개하기』(민창기/넥서스)

『PR Korea, 우리문화 영어로 표현하기 』(김경훈, 류미정, 이미림/ 원타임즈)

 

·자원 축적을 위한 교재: New English 900 외에, ‘체험 영어회화 1000장면’이라는 교재의 편집이 우리 학습 방향과 맞다. 그 외에도 서점에 나가보시면 정말 많은 교재가 있으니 서점 나들이를 한 번…

만약 한국어 문장을 모두 타이핑할 여력이 있다면, ‘이보영의 영어회화사전’을 추천하다. 내가 직접 공부해본 건 아니지만, 내가 가장 존경하는 영어 선생님이 이 책을 항상 강력 추천하신다.

·혹시 언어학에 관심이 생겼다면:

고종석의 저서들은 비록 본격 언어학 서적이 아니지만 언어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한국어의 풍경’, ‘말들의 풍경’, ‘감염된 언어’ 세 권이 좋다. 본격 언어학 개론서로는 스티븐 핑커의 ‘언어 본능’을 추천한다.

* 이 글은 2013년 3월 31일 처음 작성됐으며, 2014년 3월 10일 1차 수정됐으며 높임말 표기가 생략됐다.

* 전체 내용은 수많은 영어학습 방법론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진리’가 아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고려해주시기 바란다.

Categories
영어

영어 발음

Categories
영어

영어 듣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이 글은 가독성이 더 좋은 편집으로 슬로우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완벽한 공부법‘의 13장에도 포함되었으나, 해당 책의 영어 파트에 참여한 것은 2019년 현재의 저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급적 슬로우뉴스에서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Steven Shorrock, Listen (CC BY-NC-SA 2.0)
Steven Shorrock, Listen (CC BY-NC-SA 2.0)

[1] 들어가며

영어 읽기 편에 이어 쓰는 글이다. (바로 가기) 가장 중요한 내용 복습을 한 번 하고 시작하겠다.

나는 한국어로 사고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며, 한국어로 세계를 인식한다. 이런 상황은 최소 10년 넘게 유지된 나의 ‘기본값’이다. 

이 간단하면서도 치명적인 사실은 우리가 영어를 학습하면서 꼭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언어 사용에 쓰는 시간을 돈으로 비유하자면 한국어로 의사소통해온 세월은 매몰 비용이다.

매몰 비용은 합리적 선택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이제 우리의 기본 사고방식은 ‘한국어의 기본값 위에 어떻게 영어의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영어 듣기 편은 ‘귀가 트이지 않는’ 상태를 단어, 실제 내용, 발음, 문장 이해력 등 4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끝으로 국내 거주 한국인에게 적합한 영어 듣기 소스를 추천하며 마무리하겠다.

[2]  ‘언어’를 분리해보자

영어도 어쨌든 언어다. 그러니 언어 일반의 속성을 공유한다. 평소 ‘영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우리는 그것이 ‘소리 언어’로서의 영어인지, ‘글’로서의 영어인지 혹은 알파벳만을 가리키는 ‘문자 자체’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이제 그것들을 구분해 보자. 소리 언어로서의 영어는 ‘음성 영어’, 글로서의 영어는 ‘영문’, 문자로서의 영어는 ‘로마자 알파벳’으로 불러 보자. (마찬가지로 ‘음성 한국어’-‘한국어 문장’-‘한글’이 있다) 물론 이번 글에서 우리는 음성 영어에 집중할 것이다.

음성 영어는 또다시 분리된다. ‘소리 자체’와 그것이 담은 ‘의미’이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도 소리고, 자동차 경적 소리도 소리고, 음성 영어도 기본적으로는 소리다. 그러나, 음성 영어는 시냇물 소리 등과는 달리 특정한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언어’로 불릴 수 있다.

영어 듣기에 관해 얘기하다 보면 흔히 ‘귀가 뚫렸다’ 혹은 ‘귀가 트였다’라는 경험담을 접하게 된다. 영어를 듣고,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용어로 표현하자면, ‘음성 영어의 소리’가 ‘의미’로 전환됐다는 뜻이다. 이 상태가 되기 전까지 음성 영어의 소리는 시냇물 소리와 같이 의미 없는 ‘소리 자체’에 불과하다.

[3]  귀가 트이지 않는 이유 1. 단어

많은 분이 간과하지만, 어휘가 또 문제다. 우리가 접하는 음성 영어는 특정 상황 혹은 맥락이 있게 마련이다. 수능 영어 듣기 문제도, 토익 LC도, 영어 오디오북도, CNN 뉴스도 모두 맥락이 존재한다. 토익의 경우 문제와 보기를 볼 수 있고, 오디오북은 그 음성파일 혹은 cd를 선택한 순간 이미 맥락이 형성된다. 뉴스 역시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배경지식 등이 맥락을 형성합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내용을 예상하면서 그와 관련된 어휘들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준비한다. 토익 LC 파트1 사진 속 남자가 기둥에 못을 박고 있다면 당연히 nail, pillar 등을 떠올릴 테고, ‘해리 포터’ 1권 오디오북을 듣고 있다면 당연히 각종 주문과 유명한 캐릭터 이름들을 상상할 것이다.

그런데 머릿속에 준비된 어휘의 양과 수준이 실제 우리에게 주어지는 음성 영어 소리를 의미로 변환하기 위한 수준보다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우리는 아무리 들어도 그 음성 영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거의 이해할 수가 없다. 단어는 영어 학습의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하다.

[4] 귀가 트이지 않는 이유 2. 배경 지식

이해하고자 하는 그 음성 영어가 대체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와 우리가 그 내용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가 중요하다. 쉽게 말해 ‘배경지식’의 수준이다. 짧은 한국어 글 두 편을 살펴보자.

1. 『자기만의 방』에서 울프는 소설과 비소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의식의 흐름 기법을 마음껏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화자의 서술은 옥스브리지 도서관의 사소한 관찰에서부터 시작해, 융의 아니마/아니무스 개념을 상기시키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로운 일치와 1년 500파운드의 경제적 독립을 주장하기까지, 독자들을 지루하지 않게 이끈다.
2. 따라서 외각이 크면 평면각은 뾰족해지고 반대로 외각이 작으면 평면각은 무뎌진다. 이러한 결과를 입체각을 결정하는 부족각과 의미를 연결하면, 평면에서 외각은 결국 부족각과 동일한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는 20세기 영국 문학 대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자기만의 방』에 대한 글 가운데 한 토막이고 둘째는 대한수학교육학회지 수학교육연구 제 19권 제 4호에 포함된 「영재교육에서 유추를 통한 데카르트 정리의 도입가능성 고찰」(최남광, 유희찬)이라는 논문 일부다.

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누구인지, 『자기만의 방』이 어떤 작품인지, 20세기 초반 영국의 사회상이 어땠는지에 대해 알고 있기에 첫 번째 글은 대충 읽어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두 번째 글은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모두 ‘배경지식’의 수준에 따른 결과다.

학습자가 자신의 부족한 배경지식을 고려하지 않고 CNN 등 미국 뉴스를 본다면, 기대와 달리 영어 능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특히 성인 학습자가 쉽게 저지르는 실수다. ‘대학생이 된 이상 수능이나 토익 듣기에만 머무를 수 없다’며 미국 뉴스를 듣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당연히 미국 내 중요 이슈와 세계 각지 뉴스를 다룬다. 만약 미국 사회와 국제 이슈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면, 학습자의 영어 듣기 능력 자체가 쓸모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14년 3월 현재 가장 민감한 국제 이슈인 우크라이나 문제를 생각해 보자.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현재 국토, 이 나라를 둘러싼 국제 관계, 소비에트 시절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관계와 현재의 양국 관계 등에 관해 아는 내용이 없다면, CNN을 시청하든 NBC를 시청하든 그 내용을 피상적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나도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러시아군이 크림 반도에 진주했다는 보도는 쉽게 이해했지만, 그들이 현재 우크라이나군과 대치하고 있는 장면과 함께 흘러나오는 양국 군사관계 설명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배경지식 부족’ 문제를 깊게 생각하지 않는 학습자들을 홀리는 게 영어 학원 청취 강좌다. CNN, AP통신 등 미국 뉴스를 강의하는 많은 강사분들은 뉴스 영상과 관계된 배경지식을 함께 제공한다. 학습자들은 ‘알맞게 제공된’ 배경 지식 덕분에 음성 영어 소리의 의미 전환을 수월하게 해내고, 여기서 ‘실력이 늘었다’는 착각 아닌 착각을 하게 된다.

배경지식은 학원에서만 얻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끊임없이 독서를 해야 하고, 세상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기계발서와 기술서적을 읽는 만큼 인문사회과학 책에도 눈길을 주고, 네이버/다음 뉴스에서만 소식을 얻기보단 블로그 등 각종 정보원을 활용해야 한다. 국내/국제 소식을 종합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통로는 마지막에 덧붙이겠다.

[5] 귀가 트이지 않는 이유 3. 영어 발음의 이해

우리가 늘 사용하는 한국어와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영어는 각자 보유한 소리의 종류가 상당히 다르다. 이 글은 영어 발음을 모두 다루려는 설명이 아니기에, 한국어 화자인 우리가 음성 영어의 각기 다른 소리들을 구분해서 인식하지 못하는 큰 원리만 간략하게 살피고 넘어가겠다.

음성 한국어는 /ㅂ/, /ㅍ/, /ㅃ/의 세 가지 소리를 구분해 인식한다. 한국어 화자인 우리는 아주 쉽게 세 소리를 구분한다. ‘바’와 ‘파’와 ‘빠’는 분명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우는 영어 원어민들은 저 소리들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영어에서 /b/, /p/의 구분은 있지만 /ㅃ/에 해당하는 소리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영어의 /b/와 /p/는 한국어의 /ㅂ/, /ㅍ/과 상당히 다른 소리다.

반대로, 음성 한국어는 음성 영어의 /l/과 /r/소리를 구분하는 기준이 없다. 그 결과 많은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두 소리를 구분해서 듣지 못한다. 또한 구분해서 발음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한국어와 영어 소리들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더불어 음성 영어와 음성 한국어가 매우 다른 지점인 ‘유성음’과 ‘무성음’ 개념까지만 소개하겠다. 

유성/무성이란 소리를 낼 때 성대가 진동하는지를 가리는 개념이다. 뱀 소리를 흉내 낸다고 생각하고 ‘스-‘ 소리를 내 보자. 이때 목 위에 손을 대 보면 전혀 떨리지 않는다. 이젠 그냥 편하게 ‘아-‘ 소리를 내 보면서 똑같이 해 보자. 지속적인 떨림이 느껴진다.

한국어든 영어든 모든 모음은 성대가 진동하는 유성음이다. 문제는 자음이다. 한국어에는 영어보다 성대가 떨리지 않는 무성 자음이 더 많다. 위에서 언급한 ‘ㅂ’도 무성음이다. 한국어 ‘바’를 소리 낼 때, 맨 처음 [ㅂ] 구간에서는 성대가 울리지 않지만 [ㅏ] 소리로 넘어가면서 성대가 울린다.

이는 한국인들이 음성 영어 소리를 구분해서 듣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못하는 주요 원인이다. 영어에서 /b/와 /p/ 소리는 유-무성 차이를 제외하면 정확하게 똑같은 소리다. 그런데 한국어에서 /ㅂ/과 /ㅍ/은 둘 다 무성음이다. 무성음 /ㅂ/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영어 /b/를 발성하면서도 무성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으며 청취 능력에서도 /b/와 /p/를 가끔 혼동하게 된다.

여담으로, 이 차이가 바로 한국어 ‘밥’과 영어 ‘Bob’을 달라지게 하는 가장 큰 요소다. ‘밥’은 성대가 떨리지 않으며 시작하지만, ‘Bob’은 시작부터 목이 떨려야 한다. 영어 특유의 느끼한 발음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런 문제는 무작정 영어를 많이 듣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어 음성 체계가 확립된 우리는 영어 특유의 소리를 인지하는 감각 자체가 무뎌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어의 개별 소리들이 어떻게 발성되는지를 의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지난번 읽기 편에서 말했던 ‘자발적 학습’의 일종이다. (읽기 편 ‘[2] 영어 읽기를 위해 ‘공부’해야 할 것은?’ 참조)

각종 발음교정 교재와 수업이 이런 학습에 필요한 도구다. 특정 발음을 ‘듣지 못하는’ 현상과 영어답게 ‘발음하지 못하는’ 현상을 통합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듣기 능력은 말하기(세부적으로는 발음 구분) 능력과 관계가 깊다.

듣기 능력 향상에 관한 유명한 주장 하나가 ‘말할 수 없으면 들을 수도 없다’이다. 반기문 UN사무총장처럼 예외가 좀 있기에 100% 진리라고 말할 수 없으나, 내가 보기에 한국에서 영어를 학습하는 한국인이라면 ‘말할 수 없으면 들을 수도 없다’는 충고에 따라 영어 발음을 제대로 학습하는 게 좋고 생각한다.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서라면 교재를 사거나 오프라인/온라인 학원에 등록하는 게 좋지만, 학습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유튜브를 잘 활용하길 추천한다.

이처럼 훌륭한 자료가 유튜브에는 ‘무료로’ 정말 많이 공개돼 있다. 처음 세 영상은 부담 없이 보면 된다. 다음 두 영상은 분량이 조금 길지만 필기하며 한 번 공부하길 강력 추천한다.

iow
아이오와 대학에서 제작한 자료. 그림을 클릭하면 원본 페이지로 이동.

어느 정도 발음 원리를 이해한 분들은 아이오와 대학에서 만든 자료를 천천히 살펴보면 좋다. (바로 가기) stop, fricative 등 전문 용어가 등장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각 항목을 클릭해 보면 /p/, /b/ 등 익숙한 기호가 나오니 그것들만 신경 쓰면 된다.

이 자료에서는 영어의 각 소리가 발음될 때 입술과 혀 등 발성기관이 실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애니메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간략한 설명과 실제 영상, 실제 음성도 지원한다. 1시간 정도 자리 잡고 한 번 쭉 살펴보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음성 영어의 개별 소리를 공부한 뒤 연음 현상과 인토네이션 등을 더 공부하면 금상첨화다. 이것에 관해서는 말하기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6] 귀가 트이지 않는 이유 4. 문장 이해 능력(혹은 읽기 속도)

듣기에는 읽기 문제도 개입한다. 평범한 영어 화자는 보통 1분에 150~160단어를 말하는 속도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치열한 토론에서는 분당 350단어에서 500단어 수준까지 속도가 올라가기도 한다. (위키피디아)

한편 평범한 영어 원어민의 ‘읽기’ 속도는 말하기보다 조금 빠르다. 1분에 250단어를 읽는 게 평균적인 읽기 속도다. (위키피디아)

영어를 듣고 바로 이해하려면 적어도 상대방의 말하기와 비슷한 속도로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통역사에겐 기본 상식이라고 들은 내용인데, 통역사 지인이 없어서 직접 확인은 못 했다)

간단히 말해, 최소 ‘150단어/1분’ 속도로 글을 읽어야 기본적인 대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0wpm(1분 200단어)로 기사를 스크롤해주는 서비. 광고는 편집됨. 클릭하면 원본 페이지로 이동.
200wpm(1분 200단어)로 기사를 스크롤해주는 서비스. 광고는 삭제함. 클릭하면 원본 페이지로 이동.

다행히 이런 속도가 어떤 느낌인지 경험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브레이킹 뉴스 잉글리시'(Breaking News English)라는 곳이며 최신 영어 뉴스를 활용한 각종 학습 자료를 제공한다. 정말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 영어 선생님들이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꼭 수업에 활용해보셨으면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기능은 ‘스피드 리딩'(Speed Reading)이다. 위 그림이나 이 바로 가기를 클릭해 들어가 보면 ‘200단어/1분’ 속도로 기사 본문이 스크롤된다. 이 자료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아직 평범한 영어 화자의 말하기도 이해할 준비가 안 되었다는 뜻이다.

수월하게 읽히신 분들은 페이지 아래 NEXT: Try the same text at a reading speed of 300 words per minutes를 클릭해 더 빠른 속도에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다른 스피드 리딩 기사 목록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토익 등 보통 영어 시험 듣기 문제의 성우는 분당 200~250단어 정도로 말을 하는 것 같다. 일반적인 말하기보다 살짝 빠르지만 뉴스 앵커들보단 느리다.

이렇듯 읽기 실력은 듣기 능력도 좌우한다. 좋지 못한 소식이 있다면, 한국인을 비롯한 대부분 비영어권 영어학습자들의 평균 읽기 속도가 분당 50~100단어 사이라는 점이다. 잘 듣기 위해서는 읽기부터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7] 마무리

이번에도 ‘이것을 해라’ 식의 영어학습법이 아닌, 영어 듣기가 왜 어려운가를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공부 방법에만 몰두하지 않고, 언어 습득의 일반적인 원리를 다 같이 고민하는 분위기가 더 퍼졌으면 좋겠다.

약간의 추천 목록을 덧붙인다.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맞는 듣기 소스 : EBS 귀가 트이는 영어(귀트영)과 아리랑라디오·tbs 영어방송·부산영어방송·광주영어방송 그리고 코리아헤럴드 팟캐스트.

관심도 별로 없고 배경 지식도 부족한 해외 소식보다는 우리가 사는 곳의 이야기를 영어로 듣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EBS ‘귀트영’은 훌륭한 표현과 매월 당시 한국 상황과 어울리는 주제를 선별한다.

다음으로 언급한 4개 방송사는 모두 국내 소식을 영어로 다루는 곳이다. 나는 부산영어방송 애청자다. 특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오전 7~9시 방송하는 ‘모닝 웨이브 부산'(Morning Wave Busan)과 밤 10~12시의 ‘미드나이트 라이더'(Midnight Rider)이다. 흔히 ‘영어 방송’하면 아리랑과 tbs영어방송을 많이 떠올리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산영어방송이 훨씬 낫다고 본다. 각 방송사 홈페이지 바로 가기: 아리랑라디오, tbs 영어방송, 부산영어방송, 광주영어방송 

코리아헤럴드 팟캐스트는 자사 영어 신문과 함께 각종 국내 시사 상식을 다룬다. 한국 영어신문이니만큼 대부분 한국 시사를 다루기에 한국에 사는 고급 영어 학습자에게 아주 좋은 자료다. 가장 최근 세 업데이트의 주제는 각각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북한 인권 개선 요구 증가’, ‘김연아 선수 대항마는 러시아 신예?’였다. 바로 가기: 코리아헤럴드 팟캐스트

·발음 교정을 위해 : AAT(American Accent Training) 한국어판.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발음이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22살 때 이 책으로 발음 공부를 한 뒤로 영어 발음 이해도와 실제 발음이 훨씬 좋아졌다. EBSlang에서 동영상 강의도 수강할 수 있다.(바로 가기) —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스텝2 신청이 안된다.

·영어와 관련된 배경지식 확충을 위해: 빌 브라이슨 시리즈를 추천한다. 사실 나는 읽어본 적이 없지만, 주변 반응을 보니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다.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 포털 뉴스보다, 별도의 좋은 정보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슬로우뉴스(http://slownews.kr/), ㅍㅍㅅㅅ(http://ppss.kr/) 등 사람이 선별하는 곳이나 뉴스 고로케(http://news.coroke.net/), ‘나만을 위한 읽을거리'(http://www.4four.us/a41/) 등 자동화 서비스도 이용해볼만 하다.

이 외에도 한국인에게 필요한 외신을 번역해서 무료로 제공하는 뉴스페퍼민트 (http://newspeppermint.com/), 실리콘밸리 등 해외 IT 뉴스를 간략하게 소개해주는 테크니들(http://techneedle.com/) 등 정말 많은 곳이 있다.

* 이 글은 2013년 3월 14일 이전 블로그에 최초로 작성됐다. 2014년 3월3일 대폭 수정했으며 높임말 표기가 생략됐다. 2015년 1월 16일 추천 사이트 관련 작은 수정을 했다.

* 전체 내용은 수많은 영어학습 방법론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진리’가 아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고려해주시기 바란다.

Categories
영어

영어 읽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이 글은 가독성이 더 좋은 편집으로 슬로우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완벽한 공부법‘의 13장에도 포함되었으나, 해당 책의 영어 파트에 참여한 것은 2019년 현재의 저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급적 슬로우뉴스에서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Erin Bowman, 'Keep calm and carry on'
Erin Bowman, ‘Keep calm and carry on

영어 읽기·듣기·말하기·쓰기 각각에 관해 정리하려 한다. 한 번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생각도 다듬어질 것이고, 평소 영어 공부 방향을 묻는 친구들이 가끔 있기에 그런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기 – 듣기  – 말하기 – 쓰기[note]쓰기편은 아직 수정 중이다[/note] 순서로 전개될 이 작업의 목표는 ‘이걸 공부해라’가 아니다. 이 연재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 대체 어떤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에 관해 같이 생각해보기를 제안하는 글이다. ‘해커스’, ‘시나공’, ‘토마토’, ‘그래머 인 유즈’ 가운데 무엇이 좋은지를 따지는 작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신 그런 책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공부할 것인지를 생각해보기를 권하는 작업이다.

[1] 목표 독자와 핵심 전제

목표 독자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만 15세 이상의 한국인’이다.

이들은 영어 학습을 하면서 언제나 핵심 전제 하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한국어로 사고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며, 한국어로 세계를 인식한다. 이런 상황은 최소 10년 넘게 유지된 나의 ‘기본값’이다. 

이 간단하면서도 치명적인 사실은 우리가 영어를 학습하면서 꼭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언어 사용에 쓰는 시간을 돈으로 비유하자면 한국어로 의사소통해온 세월은 매몰 비용이다. 

매몰 비용은 합리적 선택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이제 우리의 기본 사고방식은 ‘한국어의 기본값 위에 어떻게 영어의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가끔 영어 사교육계의 광고를 보다 보면 ‘아기가 언어를 습득할 때 문법을 공부하지 않는다’라며 자신들이 참된 외국어교육을 한다고 광고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아기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방식이다. 특정 언어의 간섭 없이 영어나 한국어라는 한 언어의 체계를 만드는 과정은, 이미 한국어 언어 체계를 단단하게 세운 한국인들이 영어라는 ‘외국어’를 습득하는 과정과 똑같을 수 없다.

그럼 위의 전제와 함께 ‘영어 읽기’에 관해 생각해보자.

[2] 영어 읽기를 위해 ‘공부’해야 할 것은?

영어 읽기를 잘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무조건 문법과 단어다. (‘공부’라고 특별히 강조한 것은 그 이후 필요한 과정이 더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 영어학습자들이 문법을 싫어하고, 교육 현장에는 ‘문법은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널리 퍼져있다. 구식 영어교육의 병폐인 ‘문법 문제를 위한 문법 교육’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훌륭하다. 그러나 영어를 이해하는 데 문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문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오해를 풀어보자. 우리는 ‘한국어 문법을 배운 적이 없다’고 생각하곤 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언어 습득 원리는 아주 거칠게 나눴을 때 2가지 방식으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는 어란아이의 모국어 습득 방식인 ‘비자발적 습득’이다. 출생 직후부터 온종일 듣게 되는 말소리는 아기들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체계화된다. 모국어(제1언어) 습득 과저이 아직 100% 과학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기들이 부모 등 양육자로부터 장기간 특정 언어를 들으면서 그 언어를 자기 모국어로 습득한다는 현상 자체는 매우 자명하다.

만 3세 이상 아이들은 모국어 체계를 거의 완전히 확립하고, 그 언어로 세상을 인식하며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은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듣기와 말하기를 배운다. 이런 과정은 학습자의 특별한 의도나 노력이 개입하지 않기에 ‘비자발적’ 습득이라 부를 수 있다.

둘째는 청소년기를 넘긴 사람들이 외국어를 배우는 방식인 ‘자발적 습득’이다. 특히 20세가 넘은 성인들은 여러 이유로 ‘의도적 학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각종 사회활동을 하는 성인들은 (1)온종일 특정 외국어를 듣고 있을만한 여유가 없으며 (2)돈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그 외국어가 쓰이는 해외에 건너가 2~3년간 편히 살 수도 없고 (3)혹시 목표하는 외국어의 원어민들과 함께 생활할 기회가 생긴다고 해도 그 원어민들이 ‘부모-아이’ 관계처럼 우리에게 온종일 말을 건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세 번째 요인은 많은 사람들이 어학연수에 실패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는 ‘비자발적 습득’을 통해 한국어 체계를 완벽하게 익혔다. 한국어 특유의 복잡한 존댓말 체계와 다양한 어미 변화, 미세한 의미 변화는 우리의 머릿속에 완벽하게 내재해 있다. 다만 그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용어가 동반되지 못했을 뿐이다. 책 한 권의 제목을 살펴보자.

파이트-야코부스 디터리히 지음, 이미선 옮김(홍성사)
파이트-야코부스 디터리히 지음, 이미선 옮김(홍성사)

한국어 대명사 ‘누구’와 ‘아무’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쓰임새가 조금 다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바로 가기) 설명을 보자.

아무(대명사): 어떤 사람을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르는 인칭 대명사. 흔히 부정의 뜻을 가진 서술어와 호응하나, ‘나’, ‘라도’와 같은 조사와 함께 쓰일 때는 긍정의 뜻을 가진 서술어와 호응하기도 한다.

누구(대명사): 특정한 사람이 아닌 막연한 사람을 가리키는 인칭 대명사 / 가리키는 대상을 굳이 밝혀서 말하지 않을 때 쓰는 인칭 대명사.

‘누구’가 부정 의미 문장에 잘 쓰이지 않는 것과 달리 ‘아무’는 대체로 부정의 뜻을 가진 서술어와 호응하고, 특정한 경우에만 긍정 서술어와 같이 쓰인다.

이는 한국어 화자인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내재된 지식이다.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언제나 이 두 단어를 구별해 사용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현상을 ‘설명’할 능력도 없다. 한국어 체계를 꿰뚫고는 있지만, 그것을 사전처럼 설명해낼 ‘용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 같은 질문이 올라오기도 한다.

원본 바로가기
원문 바로가기

이렇듯 우리는 15년 넘게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그에 얽힌 미묘한 문법 규칙과 다양한 표현을 익혔다. 학술적 용어로 표현할 능력이 없을 뿐, 우리는 한국어 문법을 평생 공부해왔으며 죽는 날까지 이는 계속될 것이다. 한국어처럼, 우리는 영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문법을 공부해야만 한다. 대신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3] 문법 공부는 어떻게?

우리는 영어라는 언어가 ‘말이 되는 소리’가 되기 위해 어떤 규칙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겁주는 얘기 같아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앞서 말한 ‘전제’에 포함되는 분들이라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교나 학원에서 겪었던 ‘문제 맞추기’식 문법 공부는 피해야 한다. 문제 맞추기식 공부는 필연적으로 ‘틀림’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적극적인 학습에 걸림돌일 뿐이다.

우리의 목표는 두 가지다. (1) 해당 문법 내용의 설명을 듣고 제대로 이해하고 (2) 관련 예문을 확실하게 암기하기.

문법 규칙을 이해하는 것은 실제 문법 학습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문법규칙 완벽 정복’은 영어학 전공자나 영어교사에게만 필요한 일이다. ‘문법 공부’의 90%를 이뤄야 하는 것은 예문 암기다.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문법 공부’에서 효율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규칙 암기에만 몰두하면서 실제 규칙이 적용된 예문 암기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학습하기 가장 좋은 교재는 ‘좋은 예문’이 많은 책이다. (교재 추천은 글 말미에 덧붙임)

보통 영문법 교재에는 한 문법 규칙마다 적게는 1개부터 많게는 10개까지 예문이 제공된다.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이런 예문들을 큰 소리로 10번씩 읽는 게 좋다. 그리고 그렇게 읽은 예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문장을 암기하면 된다. 암기 지속시간은 그날 하루면 충분하다.

단, 하루면 충분하다는 조건은 이 공부를 꾸준히 할 때만이다. 꾸준히 예문 암기를 한 학습자라면 비록 암기했던 문장들이 의식적 기억에서 지워지더라도 그 흔적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새 영어의 기반이 단단하게 다져진다.

이렇게 문법과 연계된 예문 자원이 일정 정도를 넘어가면, 영문 읽기 과정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일정 정도’는 학습자의 기존 영어 성취도와 학습에 쏟는 시간·열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 경험상 4개월가량 매일 꾸준히 하면 자신이 느끼기에도 달라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문법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4] 단어 공부가 필요한 이유

문법만큼이나 ‘어휘력’은 어떻게 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어떤 글을 읽을 때 한 페이지마다 모르는 단어가 10개씩 꼬박꼬박 등장한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라. 그냥 짜증이 난다. 영어 글은 단어를 다 알 때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계속 발목을 잡는다면 어떨까… 우선 이 ‘짜증’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단어를 많이 알아둬야 한다.

보통 제시되는 영어 읽기 팁 하나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지나쳐라’인데, 이것은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1~2개에 불과한 학습자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이다. 명심하자.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한 개나 두 개.

보통 영어로 쓰인 페이퍼백 소설은 한 쪽에 200~350개 정도의 단어가 포함된다. 한 페이지 단어 수가 200개고 한 문장이 평균 20단어라고 가정해보자. 어떤 학습자가 이 한 페이지를 읽으며 단어 10개를 모른다면, 그는 평균 한 문장마다 모르는 단어 한 개를 마주치는 셈이다. 이 경우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지나치기’란 ‘무슨 말인지 읽으면서도 모르고 앞으로도 알게 될 가능성이 낮은’ 시간 보내기에 불과할 수 있다.

둘째, 단어를 알아야 문법 지식도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을 읽으면서 절대로 한 번에 한 단어만을 읽지 않는다. 사람의 눈은 끊임없이 초점을 조정한다. 이 과정은 부드럽게 이뤄지지 않는다. 조정 간격이 1초라고 가정한다면, 1초마다 초점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간단한 실험을 해보면 된다. 강렬한 태양이라면 7~8초 정도, 방에 있는 전구라면 20~30초 정도 정면으로 쳐다보면 눈앞에 보랏빛 혹은 초록빛 잔상이 생긴다. 이 잔상은 우리 눈의 초점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실제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아마 ‘순간이동’ 하는 초록색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읽기’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

그렇게 계속 이뤄지는 한 번 한 번의 시선 이동에서, 우리가 명확하게 뜻을 알고 있는 단어들은 여러 개가 뭉쳐서 하나의 의미로 인식된다. ‘I love you’는 세 단어로 이뤄진 문장이 아니다. 너무나 자주 보아왔기에 그 자체로 자명한 한 덩어리의 의미단위일 뿐이다. 단어의 의미를 몰라서 초점이 멈추는 일아 발생하지 않을 때, 비로소 문법 지식은 단어들의 의미를 연결해주는 장치로 부드럽게 기능할 수 있다. 

단어 공부법은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도록 하자. (일부 영어 교육자분들께서는 다양한 근거를 들어 단어장 공부를 비판하지만, 기초가 부족한 사람들이라면 단어장을 통해 단기간에 많은 단어를 익히는 것도 때론 효과적인 방법이다)

[5] 마무리 – ‘공부’를 넘어서

읽기라는 행동은 단순히 ‘글을 읽는다’라고 규정하기엔 여러 사항이 얽힌 복잡한 과정이다. 읽기는 모국어로도 쉽게 하기 힘든 일이다. 이것을 외국어로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정확한 문법 지식과 끊임없는 단어 습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무조건 다독‘이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도 많은 사람의 고민거리일 텐데, ‘읽고 싶은 것’을 읽으면 된다. 이에 관해서는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이창희 교수님의 글을 일부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전문 바로 가기)

우리의 언어생활이 외국어 환경에 얼마나 오래 드러나 있었는가, 그리고 그것은 언제 시작되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늦게 시작했고 너무 적게 노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딱 하나, 많이 읽는 것이다.

(…)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당장 향기 높은 문학작품들을 떠올릴 것이다. 좋다. 그런 데 우리의 과제는 “노출”이라는 데 착안해보자.

무슨 말인가 하면 같은 시간에 많은 페이지를 소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린이가 이청준이나 셰익스피어 말투부터 배우는가? 쉬운 글, 내 수준에 맞는 글이어야 하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내 취향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

그래서 쉬운 글을 읽으라는 것이다. 대형서점 외국서적부에 가 보라. 다른 외국어는 모르지만 일어와 영어로 된 통속소설은 서가에서 넘쳐 복도에 쌓아놓을 지경이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이 얘기에 아직도 저항감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하는 얘기는 문학이 아니고 “언어습득”임을 상기하기 바란다.

통속소설이 갖는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쉽게 쓰여졌다는 것, 그리고 따옴표 안에 들어간 대화체가 매우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건 그대로 “회화교재”가 될 수 있다.

끝으로 책 몇 권과 강의를 조금 추천한다.

· 정말 ‘쌩’기초부터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맞는 교재 :

‘영어기초확립'(안현필 저) : 알파벳부터 시작하는 정말 근본부터 시작하는 입문서

· 좀 알긴 아는데, 그래도 다시하번 쭉 공부해보고 싶으신 분들 :

박상효 강사의 그래머 인 유즈(Grammar in Use) 동영상 강의, 혹은 그가 쓴 ‘영문법 콘서트’ :  박상효 강사는 그래머 인 유즈 강의계에서 한때 가장 유명했던 분이다. ‘영문법 콘서트’에도 그 강의 내용이 충실히 담겼다.

· 수능 스타일이 좋으신 분들 :

이투스 김정호 강사(Tommy)를 강력 추천. 한국인으로서 문법을 공부할 때 어느 지점에 강조를 두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숨은 실력자로는 대성마이맥의 ‘유호석’ 강사가 있다. (지금 확인해보니 2006년에 비해서 정말 살을 많이 빼셨다…)[note]2014년 이 글을 쓰던 때는 몰랐으나 당시 선생님은 암 투병중이셨고, 2016년 3월 작고하셨다[/note]

· 문법 웬만큼 알고 있어서 또 문법책 공부하기는 싫으신 분들 :

1) ‘혼비 영문법'(A.S. Hornby 저, 김진만 번역) : 1980년에 출판된 오래된 책이다. 동사를 기준으로 문장의 형태를 25가지로 나누었다. 처음 볼 때는 내용도 생소하고 옛날 책이라 쭉 읽기도 불편하지만, 읽다 보면 ‘무릎을 치는’ 순간의 연속.

2) ‘굿바이 가정법'(최인호 저) : 시제와 가정법에 관해서라면 최고의 대중 영문법 교재.

· 나는 영어 잘하는데? :

이분들은 문법 교재가 아니라 ‘Usage’를 천천히 공부하면 좋다. 필자는 YBM에서 번역되어 나온 ‘실용어법사전’을 쓰고 있다. (원서명 Practical English Usage)

· 단어 확충을 위해 :

1) 기술 어휘에 관한 책은 지난번 글(바로 가기)에서 언급했다. ‘한국어 꺼라 영어가 켜진다’의 부록 ‘알파벳 에센스 느끼기’

2) 교양 어휘 확충을 위해 : ‘Word Power Made Easy’ (원서, 강주헌 번역본 모두 좋다)

3) 기술 어휘와 교양 어휘를 두루 다루며, 공부하기도 지겹지 않은 책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한호림 저)


* 이 글은 2013년 3월 1일 이전 블로그에 최초로 작성됐다. 2014년 3월2일 대폭 수정했으며 높임말 표기가 생략됐다.

* 전체 내용은 수많은 영어학습 방법론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진리’가 아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고려해주시기 바란다.

이어서:

영어 듣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