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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과 궁극의 가치

회사생활 측면에서 2017년은 매우 좋지 않은 해였다.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들과 ‘직장 생활’이나 ‘커리어’ 따위의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중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이야기를 옮겨 적는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일을 겪게 되고, 그러한 외부 요인에 우리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매번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일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나 목표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이걸 발견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무엇을 할 때 성취감을 느끼는지,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어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느끼는지… 본인이 일을 하면서 추구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달성하고자 하는 가장 높은 차원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이것을 발견하고 인지하기 못한다면, 모든 일 하나하나가 다 어려움이고 그것들이 삶 전체를 휘두르게 됩니다. 지금의 당신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요. 하지만 본인이 궁극적으로 이뤄내고자 하는 가치를 발견한 다음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외부에서 다가오는 변화와 사건들은, 우리가 그 가치로 향하는 여정에서 스쳐 지나가버리는 것에 불과하게 됩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내면의 궁극적인 가치’여야 할 것마저 외부의 시선으로 설정하는 오류입니다. 바로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목표, 즉 인정 욕구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인정하는지 여부에 자신의 커리어, 자신의 인생, 자신의 목표를 맡기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순간 무너져버립니다. 자기 마음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꼭 진지하고 치열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지금의 본인이 겪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빠져나갈지 답이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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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에서 ‘최우수’로 넘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특징

수능 외국어영역[note]지금은 영어 영역이라고 하는 그 시험[/note] 유호석 선생님의 2006년 인터넷 강의 내용 중 일부. 당시 고3이었던 나는 이 부분을 따로 떼어서 녹음해 mp3파일로 남겨두었었고, 그 파일을 얼마 전 외장하드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11년이 지난 지금, 학생이 아닌 직장인으로서 마주하게 되었지만 마찬가지로 뜨끔하게 되는 말씀이다.

인터넷 강의 하나를 들었을 뿐이지만, 나는 유호석 선생님을 영어 강의 실력으로나 인격적으로나 매우 훌륭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2014년 쓴 영어 공부 글에서도 선생님의 강의를 추천했다.

선생님은 암 투병 끝에 2016년 3월 작고하셨다. 인터넷에선 그의 죽음에 황망해하고 애도하는 글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생전에 커뮤니티 겸 학습자료 공유용으로 쓰이던 카페에 가보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를 기리는 1주기 추모 예배가 열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사교육 강사로서 실력과 인간으로서 그의 성품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아닐까.


2006년 9월 14일, 메가스터디 외국어영역 유호석 선생님 강의 녹음

학생들 중에, 제가 가만히 보니, 머리는 똑똑하고 이해는 빠른데.. 최우수가 되지 못하고 우수에서 끝나는 많은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학생들의 특징? 자기가 아는 게 나오잖아요, 그럼 다른 걸 봅니다.

(중략)

답을 부른 다음에 “2번 보자”라고 했는데, 자기는 2번은 맞춘 학생이 있죠. 그럼 2번 설명을 제가 하고 있는데, 자기가 틀린 7번을 보면서 그걸 먼저 풀고 있는 학생들이 있어요.

이게 최우수로 가지 못하고 우수에서 끝나는 학생들의 특징입니다. 제가 12년째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항상 ‘1등’을 하지 못하고 바로 그 밑에 2등, 3등, 4등을 하는 학생들의 특징. 최우수 집단에 들지 못하는 학생들의 특징입니다. 아는 내용이다 싶으면, 머리가 바로 흐트러집니다.

이걸 심하게 말하면 ‘겉똑똑’한 겁니다. 주위 사람들한테 똑똑하다는 얘기를 듣겠지만, 한계를 넘지 못하는 거죠. 정말 똑똑한 학생들이라면, 선생이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그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자기가 알더라도 한 번 더 듣습니다.

(후략)


지금은 이것이 공부에 대한 말로 들리지 않는다.

웬만큼 똑똑하고 일처리 잘한다는 수준의 직원(혹은 프리랜서 혹은 리더)에서 탁월한 1인으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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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회고의 결과, 다섯 가지 교훈

애자일컨설팅 김창준 대표님의 ‘망년회 대신 기년회‘라는 글을 지난 2014년 연말께 처음 읽었다. 에버노트 스크랩 날짜를 보니 그 해 12월 24일 접했던 것 같다.

2014년 연말에도, 2015년 연말에도 하지 못했던 것을 올해는 겨우겨우 해냈다. 지난 1년여간 남긴 기록을 살피며 그때그때 얻은 교훈과 배움을 정리했다. 막상 정리하고 나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알찬 다섯 가지 내용이 나왔기에 블로그에 올려 공개할까 한다.

1. 타이밍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진부한 말이 있지만, 딱 두 가지에 대하여 타이밍의 중요성을 재발견했다. 주인공은 질문과 인사다. 둘의 특징은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갈수록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금 회사에 같은 날 입사한 어느 개발자가 있다. 모 스타트업 대표였다가 그날 이 회사로 동료들과 함께 입사한 분이었다. 매우 흥미로운 케이스라 생각해 그 사람에게 호기심을 느꼈지만,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시간이 한참 지나갔다. 지금 와서 그분에게 ‘입사 동기’라며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한다면 할 수야 있겠지만, 입사 첫날이나 그 다음날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지난 겨울부터 여름까지 참석했던 어느 주간 정기회의가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더욱 신입 직원이었기에, 모르는 몇몇 용어들이 회의 내내 오갔었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제때 묻지 못했다. 몇 주 지난 뒤에야 상급자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 그 단어들이 무슨 뜻인지 묻는 질문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 몇 주의 시간은 원래 담아냈어야 하는 의미를 온전히 담지 못한 채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버렸다. 그때 체감한 것은 ‘아 그때 괜히 안다는 듯이 넘어갔다.. 이제와 질문하면 그때 아는 듯이 행동했던 내가 뭐가 되는 건가’라는 괴로움이었다.

2. 준비하고 탐색하라

지금보다 나은 상황으로 이동할 기회, 혹은 지금의 주위 환경을 더 나은 것으로 변화시킬 기회는 언제든지 다가온다. 그 기회를 붙잡고 이동이나 변화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몫이다.

멀리 떨어진 기회든 가까이 다가온 기회든 자신에게 어울리는 기회가 있는지 항상 주위를 살펴야 한다. 지금 당신 곁에는 ‘케미’가 아주 잘 맞는 기회가 한뼘 거리에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리면 그것이 보이고 팔을 뻗으면 그것이 품 안으로 다가올텐데, 아무 탐색도 하지 않는다면 그 모두가 무용이다.

긍정적 변화를 갈망하자. 꿈꾸는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지만, 바라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무슨 발전과 변화가 다가오겠는가.

3. 도움 주는 데에 인색하지 마라

알고 있는 것을 주위에 나누어라. 물론 문제 되지 않는 선에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여분의 통화로 누군가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내가 받은 도움의 총량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근본이다. 노력은 의지로 채울 수 있지만, 도움은 운에 달린 문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나에게 운으로 다가왔기에, 나도 누군가에겐 도움으로 보답해야 한다. 이런 개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운의 선순환이라 부르고 싶다.

4. 집중하는 만큼 시간은 내 편이다

집중하지 않는다면 ‘그 일의 시간’은 허무하게 지나가버린다. 스스로 마음 먹었든 누군가의 지시가 내려와서든,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떠올려보자. 제때 만족스럽게 완수한 일은 제외하고..

해야할 일의 목록에 추가되었지만, 집중하지 않았던 탓에 어느새 그 일의 ‘기간’만 훌쩍 지나가버린 적 없는가. 이걸 올해 유난히 크게 느꼈다. 2월 중순께 어느 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계획을 지시받았지만, 그 일에 마음을 쏟지 못하는 사이 6월이 되어버렸었다. 다른 부서의 다른 관계자가 주도권을 쥐고 개시를 알리고 나서야, 나는 그 일에 다시 제대로 참여할 수 있었다.

집중하지 않는 사이 넉 달이라는 기간이 흘러갔지만, 그중 어느 시간도 내 편이었던 적은 없었다.

5. 낭중지추의 올바른 해석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나가는 것은 제 의지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그럴 의향이 없거나 심지어는 그러고 싶지 않더라도, 불가항력으로 주머니를 뚫고 나가고야 마는 것이 송곳이다. 주머니를 뚫으려 애쓰지 마라. 스스로 송곳이 되는 것에만 집중해라. 인정 욕구와 진짜 실력에 관한 은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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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고 공부하는 휴가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연차 휴가였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쉬었으니, 연달아 7일의 휴식을 즐긴 셈이네요. 어딘가 여행을 가야만 할 것 같은 자아 내부와 외부의 압박을 느꼈지만, 집에 머물며 운동과 공부에 전념하는 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진 한 주간이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긍정적 세계관을 다시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우선 매일 원하는 만큼 수면을 취한 뒤에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핏빗 수면기록을 보니 월요일은 아침 9시 20분에, 화요일은 조금 일찍 일어난 7시에, 수요일은 늦잠을 원없이 자고 오전 11시 50분에, 목요일은 8시 45분에, 그리고 오늘은 9시 15분쯤 눈을 떠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수면은 중요하고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지만, 저는 유달리 잠에 약합니다. 가급적 7시간 이상 수면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이틀 사흘 잠을 충분히 못 잔다면 그 다음날 저녁은 어김없이 쓰러져 잠들곤 합니다. 혹은 주말 이틀 각각을 10시간 넘게 잠에 쏟아붓기도 하고요. 이번 일주일은 제 몸과 정신이 원하는 시간에 잠들었다가 원하는 때에 일어날 수 있는 즐거운 기간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따로 챙기지 않았고, 대체로 11시~12시 사이에 아침 겸 점심으로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볕이 좋은 때를 골라 집 밖에 나가 10km씩 달리기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는 달리기로그 2편3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뛰지 않는 날은 집 안에서 맨몸운동으로 근력을 자극하면서 컨디션을 맞추려 노력했고요. 햇빛은 따뜻했지만 바람이 찼던 탓인지, 어제 그제 이틀 연속 달린 후인 오늘은 목감기 기운이 돌아 집 안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기록 향상을 수치로 확인하며 운동하는 것은 무척 행복한 자극을 주는 일입니다. 신체적 역량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던 과거와의 단절은 그 정도가 뚜렷해질수록 기쁜 일입니다.

달리기 혹은 근력운동을 마친 뒤 씻고 나와서는 견과류와 함께 커피 혹은 탄산수 마시며 휴식을 취합니다. 워드프레스 업데이트 덕분에 알게 된 Pepper Adams의 재즈 음악이나 학창시절 들었던 옛날 힙합 음반들을 틀어 놓고 아무 생각 없이 30분에서 한 시간 가량을 쉽니다. 하루 걸러 하루는 방 청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내고, 더이상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해 노끈으로 묶어 집 밖에 내놓고, 몇 주 방치돼 있던 쓰레기봉투도 꽉 눌러담아 밖에 내놓았습니다.

그러고 나면 웹 애플리케이션 기초 공부를 했습니다. 최초 계획은 구입해 놓은 ‘모던 웹 디자인을 위한 HTML5+CSS3 입문‘을 한 장 한 장 공부하는 것이었지만, 책을 몇 장 넘기다 계획을 바꿔 생활코딩의 ‘웹 애플리케이션 만들기‘를 수강하기로 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서문에서 말하는 “HTML5와 CSS3를 처음 공부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그 목표 수준보다도 저의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웹과 인터넷에 대한 조감도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음.. 어쩌면 아직도 이론 공부와 대학 강의 방식의 교육에 익숙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초의 기초’조차 없는 상황에서 실제 HTML5 태그를 익히는 것은 사상누각이 아닐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결국 “생활코딩 실습은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분들을 위한 코스입니다. 차분하게 실습을 따라하면서 하나의 웹서비스가 어떤 기술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기술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음미하다보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재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소개 문구에 끌려 생활코딩 웹 애플리케이션 만들기 강의를 듣고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습에 의한 학습이라는 점에서 ‘HTML5+CSS3 입문’ 교재와 비슷하지만, 웹과 인터넷 자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코스 구성에 마음을 놓고 따라가고 있습니다. 또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메타인지적 접근도 제 취향에 부합하는 소개 문구였고요.

최초 구상은 이번 일주일 내에 교재를 1회독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교재 1회독보다 시간이 덜 걸릴 법한 생활코딩 강의 수강조차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사실 월요일과 화요일에 개인적으로 부탁받은 다른 일을 하느라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쉬움은 없습니다.

첫 문단에서 말한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진 한 주간이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긍정적 세계관을 다시 강화”할 수 있었던 것 자체에 감사하고 즐겁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과 11월 중순은 다양한 이유로 스트레스와 의욕이 서로 반비례의 극단에 치달은 시간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업무는 사실상 두 배였고, 본업에 해당하는 일에는 오히려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채(그래서 더 업무 멘탈이 흔들리며)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다양한 이유도 있었고요.

이번 한 주는 그런 독을 빼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디로도 떠나지 않았고 누구도 만나지 않았지만, 그 어느 휴가보다 몸과 머리가 맑아진 휴가였습니다. 입 밖으로 터져나오던 부정의 레토릭도 많이 줄어들었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되찾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외부의 번잡함에서 자신을 차단하고, 신체와 정신 단련에 시간을 온전히 쏟는 휴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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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x SMART

뉴욕 매거진 기사를 읽다가 알게 된 김동규라는 작가. 텀블러에서 인상적인 작품 몇 개를 업어 왔다. 두 달 전에는 쿼츠에서도 소개된 작가. 작법과 메시지 모두 마음에 든다.

https://artxsmart.tumblr.com/post/66080161629/family-gathering-based-on-the-balcony-by

스마트폰 현상 가운데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다. 사람을 앞에 두고는 그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것. 현상의 원인이 여러 가지다 보니, 눈 앞의 사람이 불편하기 때문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꽤 많은 경우에 ‘의식 없이’ 스마트폰을 켜고 그 속을 확인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 앞에 남겨진 나는 무력감을 느낀다.

어차피 모르는 사람끼리 모여 있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다들 손바닥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에는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건 도시의 생활방식이니까. 스마트폰 이전엔 책과 신문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내가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친구와 연인을 앞에 두고도 초점을 손바닥 안에 맞추는 광경을 볼 때이다.

 

https://artxsmart.tumblr.com/post/66080521301/her-mirror-based-on-rokeby-venus-by-diego

‘비너스의 단장’ 속 거울을 아이패드로 교체했다. 소품 하나가 바뀌면서 작품 전체의 함의가 많이 달라졌다. 미의 여신 비너스가 치장을 준비하기 위해 바라보는 것은 거울이 아니라 아이패드이다. 현 시대 사람들이 자기 치장을 하는 것은 실제 어딘가를 가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아이패드를 들고 있는 건 사랑의 신 에로스. 소셜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상 속을 들여다보며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에로스는 금빛 화살촉뿐 아니라 납 화살촉도 부릴 줄을 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졌던 사랑이 거부당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똑같이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https://artxsmart.tumblr.com/post/66080124808/old-man-in-sorrow-based-on-old-man-in-sorrow

아이폰 액정은 유리가 아니다. 아이폰 액정은 세상을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창이다. 아이폰 액정이 깨진 순간 그 소유자는 절망의 늪에 빠진다.

https://artxsmart.tumblr.com/post/66080634569/when-you-see-the-amazing-sight-based-on

제목: 놀라운 광경을 목도했을 때.

 

https://artxsmart.tumblr.com/post/67953947036/check-based-on-the-angelus-by

이번에도 소품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작품의 메시지가 우리 일상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촌평이 되어 버렸다. 그것이 김동규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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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헌책방

지난 2015년 6월에 써놨던 기록입니다. 결국 이 서점은 2016년 4월 문을 닫았습니다. (기사)


BookBuyers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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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 달 째 머물고 있는 도시인 마운틴뷰는 현재 전 세계 IT의 흐름을 좌우하는 ‘실리콘밸리’의 주요 도시다. 거리 어디에서나 ‘Google’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을 볼 수 있고, 중심가 도로에선 잠깐 사이에도 테슬라 모델S와 시험운행 중인 구글 무인차가 한두대씩 지나 다닌다.

하지만 마운틴뷰라고 해서 IT기업과 그 직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도 ‘동네 주민’이 있고 ‘동네 가게’가 있으며, 그 중에는 ‘오래된 것들’이 있다. 그중 한 가지가 어제 방문한 헌책방 ‘북바이어스'(BookBuyers)다.

누가 읽을까 싶을 정도로 오래되고 초라해 보이는 페이퍼백 책부터, 엄청나게 두꺼운 옥스포드 대영영사전까지 무척 많은 책을 진열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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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중에 내 눈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진열장 옆에 붙어있던 종이 한 장이었다.

bookbuyers-25years

북바이어스 25주년..올해가 마지막일까요?

북바이어스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습니다. 서점 운영을 항상 기쁘게 생각했지만, 이 일이 쉬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인터넷과 전자책의 등장, 높아진 임대료와 최저임금 등의 이유로 북바이어스를 유지하는 것은 점점 치열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운영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단계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늘어만 가는 어려움을 마주하며, 저희는 지난 2년간 가격을 낮추는 것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는 다른 중대한 변화를 시도하는 중입니다. 지역 서점으로 앞으로도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줄 변화일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웹사이트를 개편했으며, 매장 내 거실 공간(Living Room area)를 새단장했습니다. 연중 계속되는 이벤트를 기획했고, 더욱 다양한 제품에 추가 할인을 적용하고 그 폭도 크게 잡았습니다. 또한 매장 내 인테리어도 가꿔 나가는 중입니다. 세 달 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북바이어스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지역 공동체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 다시 가치를 줄 수 있게 되어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에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은 상품을 매력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겠죠. 지역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여러분에게도 힘을 보태줄 것을 부탁드리려 합니다. 저희 서점에 방문해 책을 구입해주세요. 무료로 제공되는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해주세요. 큰 폭의 할인을 계속해서 누려주세요. 그렇게 지역 커뮤니티에 도움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친구, 이웃,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 찾아주세요. 마음에 들었던 점, 여러분의 지역 서점에게 바라는 점 모두 새겨 듣겠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을 바라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힘을 보태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호트란사 어자야(Hotranatha Ajaya)

 

영어 작문과 영문법 서적을 둘러보다가 두 권을 골랐다. 내가 요즘 한국어판으로 읽고 있는 ‘먹고, 쏘고, 튄다’의 원서 ‘Eats, Shoots, Leaves’와 간결한 영어 글쓰기의 좋은 길잡이인 패트리샤 오코너의 ‘Woe is I’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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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본과 함께

계산대에는 글 맨 위에 올린 단체사진에서 왼쪽 아래에 나온 할머니가 서 있었다. 그분에게 “한국에서 잠시 출장 왔고, 이 번역본의 원서를 사 간다. 앞으로도 쭉 이곳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그분 역시 “나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 이 서점이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스타트업? IT? 테크? 이것들이 바꿔 나가는 세상이 과연 어떤 모습이 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낡은 것이 나쁜 것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나는 왜 그 사이에서 헤매고 있을까. 대학에서 배운 게 읽고 쓰는 것뿐이라 이런 걸까. 일상 생활에서 기술 수용도는 또래보다도 빠른 편이고, 스타트업 하겠다고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나와서는 두 달 만에 실리콘밸리에 오는 행운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걸까. 이렇게 사라져가는 것들이 너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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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문장 줄이기 연습

일상적으로 접하는 ‘글’과 기업 등의 환경에서 필요한 ‘보고서’는 다른 문법이 필요한 것 같다.

[slideshare id=39461544&doc=howtowritesentencesforreportteamlab-140924025708-phpapp01]

본 자료는 가천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기술 경영 연구실 TeamLab에서 작성하였습니다.

1) 모자 관련된 얘기는 Refactoring과 관련된 프로그램밍 책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프로그래밍도 보고서를 쓰는 것과 비슷해서 Simple하게 코드를 작성하는게 중요하죠. 정확한 책 제목이 생각안나서 (TDD 또는 Refactoring인데…) 나중에 다시 정확히 적겠습니다.

2) 두 번째 얘기는 다들 아시겠지만 “미생” 이라고 하는 웹툰에서 주인공 장그래가 보고서를 쓰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해당 부분의 맨끝에는 “미생” 버전이 있고, 그 앞에는 제가 수업시간에 수정한 내용을 정리한 겁니다.

3) 세 번쨰 얘기는 제가 쓴 보고서를 직접 줄인 겁니다.

최성철 가천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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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復碁)의 의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글을 읽다가 내 마음을 울리는 부분을 접할 때면 나는 ‘물리적’ 소름을 느낀다. 귓바퀴 뒤편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이 살갗을 휩쓴다. 똑같은 감각이 때로는 팔꿈치에서부터 어깨 부근까지 팔 전체를 감싸기도 한다. 대체로 이 느낌은 2초 안팎 유지하고는 푹 꺼진다.

오늘은 달랐다. 10초 이상 긴장감이 이어졌다.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매일 퇴근 후 하루를 복기(復碁)한다. 바둑에서 ‘복기’란 어떤 의미가 있는 행위인가.

“복습이자 미래를 위한 설계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Why][곽아람 기자의 캔버스] 바둑인생 58년… ‘戰神’조훈현

누가 보면 뻔한 한 마디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는 말은 화살처럼 내 마음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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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ing the go stone (CC BY 2.0)

승리도 패배도 모두 내 경험이고, 경험은 곧 자산이다. 누구나 삶의 순간순간에서 몇 번의 승리와 (대체로 승리보다 자주) 패배를 경험한다. 저 말을 한 조훈현은 프로 바둑 기사로 지금까지 2700회 넘는 대국에서 1900번 이상을 승리했다.

패배보다 승리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조차 패배를 되돌아보고, 그런 다음에야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나는 어떠했는가. 내가 과연 얼마나 내 과거를 복기하면서 살아왔는지를 가늠해본다. 거의 없다. 일기를 때때로 쓰긴 한다만 그저 그날 하루 무엇을 했고 당장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기록했을 뿐, 내 패배와 승리의 경험을 제대로 복기해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딱 한 번 기억나는 복기의 순간이 있긴 하다. 2년 전 진로 고민이 절정이었을 시기에 짧은 삶의 궤적을 정리해서 글로 쓴 적이 있다. 그때의 감정과 주변 환경이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것을 보니, 복기의 중요성과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런 되돌아보기의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겨울 에버노트에 저장해두었던 ‘뒤돌아보다‘라는 글을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회고를 할 때 중요한 것은, 과거를 들춰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서로의 감정을 공유, 이해하고 현재를,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결정하고 또 그걸 행동에 옮기는 것입니다. 회고 자체는 가치가 없습니다. 회고를 통해 나온 실행이 가치 있습니다. 회고 자체는 가치가 없습니다. 회고를 통해 형성된 감정적 공유와 상호 이해가 가치가 있습니다.

조훈현이 매일 했을 ‘복기’가 김창준에겐 ‘회고’인 셈이다. 두 단어는 그 분야와 이름만 다를 뿐, 과거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설계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똑같은 행위를 지칭한다.

복기하는 삶을 살겠다. 당장 오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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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눈빛

roh

1990년 1월 3당합당에 반대하며 “이의 있습니다. 반대 토론을 해야 합니다”라고 외친 사람.

 

Student leader Lester Shum arrested in HK protests
2014년 홍콩 우산 혁명을 지휘했던 사람.

 

기자 시절의 김훈글을 쓰던 사람.

1990년의 노무현, 2014년의 레스터 셤, 1980년대 혹은 1990년대 초반의 김훈.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지만, 말과 행동보다 눈빛과 표정으로 기억에 남는 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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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혜화, 동대문

거의 1년여 만에 혜화역을 지나 동대문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탔다. 학교 다니던 시절 집에 가던 방향.

정확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많지 않지만 괜히 아련한 감정만 마음속에 아지랑이로 피어오른다.

2년을 꼬박, 그리고 3년 걸러 1년을 다시 꼬박, 1년 걸러 한달 지나다녔던 이 통로.

사실 뒷쪽 시기는 그 앞 시기보다 현재와 가깝지만서도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내 마음을 울리는 건 저기 멀리 떨어져있는 2007년과 2008년.

흔히 과거를 회상할 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뭔가 되고 싶은게 많거나 꿈이 크다거나… 그러진 않았었다. 그때도 나는 이틀 사흘에 한번씩 꼬박꼬박 술을 마시다 열두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갔고, 집에 가서도 굳이 컴퓨터를 켜서는 네이트온에서 새벽 두시까지 수다를 떨었다. 그저 그런 대학생이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그땐 뭔가 마음 속 뜨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 큰 꿈은 없었지만서도, 그냥 막연히 뭔가 따뜻한 게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개는 그저 즐거움이었고, 가끔은 행복함이었다. 어떤 때는 설렘이었고, 때로는 실망이었다. 연민과 동정심이 따뜻하게 자리할 때도 있었고 분노가 타오를 때도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땐 나이드는 것, 삶을 설계하는 것, 나라는 인간의 정체를 찾아가는 것에서 아주 잠깐 면제되는 특권을 즐기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나름의 걱정과 나름의 혼란을 겪고는 있었다만 지금 대면하고 있는 것들에 비하면 깃털같은 무게감의 문제들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혜화역과 동대문역을 지나니까 괜히 그때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