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습관은 스스로의 미숙함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루는 성격’에 대해 오은영 박사가 설명하는 것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게 너무나도 내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큰 사람이 해야할 일을 미룬다. 왜냐하면 ‘잘하지 못함’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잘할 준비가 미처 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잘하지 못할 바에야 아예 하지 않겠다는 심리의 발현. 그러나 마감일은 다가오게 마련이고, 마감일이 다가오면 죽음의 각오로 그 일에 매달린다. 생사가 걸린 일과 마찬가지의 긴장과 열성으로 과제에 임하니, 결과물은 우수하게 나온다. 그리고 그렇게 끝.

다음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기억에 남는 것. 2013년 인턴때 기획기사 완성하지 못한 것, 그 이후로도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 해야하는데.. 왜 안 되지..’라고 어물쩡 넘겨 버렸던 여러 가지 일들, 최근의 A 기획까지. 잘할 수 없는 업무일 때 은근슬쩍 회피해버렸던 나의 습성.

이걸 깨닫고 나니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료에게 회의를 요청했다. 처음엔 좀 중언부언했지만, 결국 요점을 전달했다. 덕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작년에 어느 회의에서 들었던 말도 떠올랐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었다. “이건 지금 이렇게 조사하기보다는, 일단 만나서 질문하고 부닥치고 이야기 들어보는 게 더 필요한 상황 같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면서 ‘뭐 이런 걸 물어보지?’라고 상대방이 생각할까봐 겁을 먹었던 거다. 그래도 좋은 점이라면 상대의 시간을 허투루 빼앗지 않는다는 것이었겠지만, 그로 인해 지난 수년간 나는 기민하게 움직여야 했던 몇몇 순간에 혼자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 인정하자.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게 많고, 잘하는 것보다 잘하지 못하는 게 더 많은 사람이다. 본격적인 제품 기획을 한 것도 고작 3년차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미디어와 블로그 도메인에서 일했던 시간이 훨씬 많다.

그동안 스스로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밝힐 줄 아는 사람’이라 평가했었지만, 가식이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에 불과하다. 이제 정말로 인정하자. 나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고,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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