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던 날

올해 초 이사를 했다. 3년 조금 넘게 살던 집에서 근처 지역으로 옮긴 것이었다.

집을 비우던 당일, 아파트 상가 세탁소에 들렀다. 주인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 사장님에게 “이사 나가게 되어서,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드리려 왔어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 나왔다. 3년 내내 마주칠 때마다 무미건조했던 그의 얼굴에 어떠한 감정이 담긴 표정이 떠오른 것이었다.

고마움과 감동과 기쁨의 마음이 한 데 뒤섞인 낯빛으로 사장님은 나에게 “고맙다”며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는 어느 동네로 가느냐는 질문과 함께 몇 번이나 더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건강하시라’는 말을 건네시며 짧은 대화가 끝났다. 세탁소 밖으로 걸어나가려는 즈음에는 눈가가 촉촉해지신 것처럼 보였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갈수록 무미건조해지는 것 같지만, 그 와중에 우리가 인간적인 모습을 찾는 순간은 결국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서 오는 것 아닌가 싶다. ‘인간’이라는 단어가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뜻을 품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날 세탁소 사장님이 왜 그렇게까지 고마운 감정을 느꼈을지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분이 보인 표정과 얼굴 덕분에 그날의 대화는 나에게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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