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종류에 따른 업무 태도

들어가며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에는 여러 가지 성격이 있다. 이런 관점으로 회사 생활을 바라보기 시작한 계기는 ‘실무자와 관리자의 8시간은 정말 같을까?‘라는 글이었다. 해당 글은 실무자와 관리자의 정의를 내리고, 각각의 역할에 따라 시간을 어떻게 운용해야하는지를 잘 설명한다. 실무자는 ‘방해받지 않는 장시간의 뭉치 시간들로 주로 구성’되고, 관리자는 ‘미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 위주로 구성’되고, 많은 경우 직장인들은 실무자이면서 동시에 관리자이므로 그 두가지 성격의 시간 관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까지 말해준다.

이후로 여러 가지 시간 관리 원칙을 세우고 시도해보았지만, 예상한 만큼 잘 되지 않았었다. 근무 조직의 특성상 수시로 메신저 알림과 글 알림이 오게 마련이었고, 그저 흘러가는대로 행동하고 따라가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행동 패턴(과 인지 패턴)을 극복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한 달 정도의 휴가를 보내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시간의 종류를 더 세밀하게 나누어 보았다. 실무자와 관리자라는 ‘역할’에 근거한 시간 분류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의 성격’ 자체에 근거한 시간 분류를 한 것이다. 결과는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였다.  

1. 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

2. 문자 커뮤니케이션 시간

3. 음성 커뮤니케이션 시간

4. 메타 업무를 위한 시간

5. 휴식 시간

각각에 대한 생각과 나름의 원칙을 정리해 보았다.

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가용 자원과 인지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 기획문서를 제작할 수도 있고, 제안문서를 작성할 수도 있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도 있고, 그 외 여러 가지의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시간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 전환을 차단하는 것이다. 메신저 앱을 종료하거나 알림을 차단하고,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의 알림을 해제하고, 이메일 클라이언트도 종료하거나 알림을 해제한다.

나는 의사결정권자보단 실무자에 훨씬 가깝고, 25분~30분 정도 메신저로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큰일 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도 마찬가지. 25분~30분 정도 확인하지 않는다고 큰일 나는 경우는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할 것이다.

혹시 집중 시간 중에 어쩔 수 없이 커뮤니케이션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땐 공식적으로 집중 모드를 해제하자. 집중 모드를 유지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멀티태스킹은 집중과 대화 모두를 잡기보단 모두에서 50%의 효율만 낼 수 있을 뿐이다.

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 최근 Session이라는 맥 어플리케이션에다가 갤럭시워치4의 타이머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훌륭하고, 집중 시간이 끝났음을 강력하게 주지시켜주기 때문이다.

설정한 집중 시간이 종료했을 때, 관성에 따라 정신 없이 일을 계속하기보다는 한 번 멈추고 휴식을 취해주는 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집약적인 시간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동안 경험에서 얻은 나름의 지혜이다. Session에선 미리 설정한 집중 시간이 종료하면, 그전에 보고 있던 화면이 무엇이든간에 Session 앱이 활성화되며 ‘세션 회고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비슷한 시간에 손목에서는 타이머 종료에 따라 진동이 울린다. 시각적으로도 이전에 하던 일에서 차단되고, 촉각으로도 하던 일을 멈추라는 신호가 오는 것이다.

집중 시간에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의 글을 읽어야 할 때도 있다. 이때 시선을 빼앗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툴 우측에 나오는 ‘이벤트 스트림’을 해제했다. 스트림에는 나와 관계 있는 동료들의 각종 활동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데, 그중에 꼭 시선을 끄는 것들이 한두번씩 나오기 때문이다.

문자 커뮤니케이션 시간

사내 툴 → 메신저 → 이메일 순서로 확인해보고자 한다. 이때 GTD 방법론을 적극 활용한다. GTD 방법론에는 여러 가지 원칙이 있지만, 그중에서 차용한 것은 ‘즉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그 자리에서 처리하고, 그렇지 않은 일은 INBOX로 보내기’이다.

첫째, 사내 툴. 알림의 전체 목록을 켠 뒤에, 오래된 것부터 새 탭으로 모두 연다. 그 다음 GTD 방식으로 처리한다. 즉각 대응할 수 있거나 좋아요 클릭 정도의 품이 드는 알림이라면 그렇게 처리하고, 자세히 검토해야할 내용이라면 INBOX로 보낸다. INBOX는 WOKRFLOWY를 사용해보고자 한다.

다음으로는 메신저다. 채팅 목록에서 오래된 것부터 하나씩 열고, GTD 방식으로 처리한다. 내용 단순 숙지나 즉시 답변이 가능한 것은 그렇게 하고, 그렇지 않은 일은 논의 위한 회의를 잡거나 INBOX로 보낸다.

메신저의 장점이자 단점은 같은 시간에 여러 곳에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전에는 이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장점을 부각해보기로 했다. 문자 커뮤니케이션 시간에 메신저를 대할 때는 동시에 최대한 많은 대화방을 처리해보고자 한다. 특히, 집중 시간을 잘 활용했다면 그 시간동안 쌓인 메세지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이것을 문자 커뮤니케이션 시간에 메세지 파트에서 해결하자.

마지막으로, 혹시 모르니 이메일을 확인한다. 회사 업무 특성상 이메일로 중요 정보가 날아오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을!

문자 커뮤니케이션 시간에 발생한 INBOX 항목들은 나중에 메타 업무 시간에 정식 할 일로 전환한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문자 커뮤니케이션은 시간이 무한정 늘어질 여지가 있다. 이 대화 저 대화 옮겨가고, 이 아지트 저 아지트 옮겨다니다 보면 그렇게 된다. 그러니 문자 커뮤니케이션에도 시간을 제한하자. 25분이나 30분 단위로 하되, 무리가 안 된다면 1개 단위를 더 추가하는 식으로 운영해보자.

음성 커뮤니케이션 시간

화상회의, 오프라인 회의, 혹은 동료와의 티타임/커피타임 등이 있다. 음성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지금 대화에 집중하기’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여러 사람과 회의를 하고 있을 땐 그 대화/회의에 집중하자. 업무 특성상 언제나 멀티태스킹/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데, 그렇게 멀티태스킹을 했다간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집중과 대화 모두를 잡기보단 모두에서 50%의 효율만 낼 수 있을 뿐이다.

집중하지 못할 회의라면, 애초에 웬만하면 참석을 하지 말자. 참석하지 못할 이유를 사전에 회의 호스트에게 정중하게 말하면 될 것이다. 참석해야할 회의라면, 회의 시작 전에 하던 일들은 꼭 마무리해두자. 회의 들어가서는 회의에만 집중!

메타 업무를 위한 시간

‘업무와 메타 업무’에서 나열한 것들을 하는 시간이다. 누군가와 상호작용이 없다는 점에서 ‘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유사하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그 결과물 만들어내기를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혼자 집중하는 시간처럼, 커뮤니케이션은 차단한 채로 진행한다. 하루 목표를 설정하고, 하루를 되돌아보고, 주간 혹은 이터레이션 목표를 설정하고, 회고를 한다. 할 일과 일정을 꼼꼼하게 관리하여, 내일과 모레와 사흘 뒤를 바라보고 다음주를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한다.

메타 업무가 끝나고 나서는 다시 업무 모드로 들어간다. 가급적이면 혼자 집중 혹은 음성 커뮤니케이션으로 업무를 재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자 한다. 문자 커뮤니케이션은 시선 분산의 유혹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메타 업무 시간엔 ‘여러 가지 후보군 중에서 할 일을 솎아내는’ 것이 포함되는데, 이렇게 한다면 필연적으로 두뇌 에너지가 빨리 소진된다. 그에 이어서 문자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분산된 두뇌 에너지를 더 가파르게 갉아먹게 될 것이다. 그러니 메타 업무 후에는 가급적 혼자 집중하거나 타인과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휴식 시간

간단하다. 스크린을 멀리한다. 몸을 움직이거나, 자리에 앉아 있다면 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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