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IT 좀 아는 사람

읽은 기간 : 2021년 10월 어느날 ~ 2021년 11월 어느날

읽은 방법 : 밀리의서재 앱 + 갤럭시 노트 10 & 아이패드 프로 12.9

<총평>

IT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훌륭한 ‘산업 조망서’이지만, 이 바닥에서 월급쟁이 생활하는 사람에겐 ‘IT업계에서 1년은 전통 산업의 10년과 같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책. 각 장 하나하나가 정확한 내용과 품격 있는 견해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2017년 기준의 서술이 나타날 때마다 ‘지금과는 좀 다른데?’라는 느낌이 든다.

<자세히>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의 제품 관리자 3인이 모여 쓴 책이다. 프롤로그에 이 책의 지향점이 정확하게 요약되어 있다.

“이 책은 IT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입문서다. IT 업계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비즈니스 전략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쉽게 설명한다. 그래서 IT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기술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심지어 직접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1부는 ‘IT 기초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 운영체제 / 앱 경제 / 인터넷] 등 4개 장으로 이뤄져 있고, 2부는 ‘IT업계의 핫이슈’라는 이름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 빅데이터 / 해킹과 보안 / 하드웨어와 로봇 / 사업적 판단 / 신흥국 / 기술정책 / 미래 전망] 등8개 장으로 이뤄져 있다.

1부는 만화책 보듯이 슥슥 넘겨가며 읽었다. 일반 소비자 대상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에서 기획 업무로 밥벌이를 하는 나에겐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고, 특별히 잘못된 설명이 없다보니 별다른 생각할 거리 없이 넘어갔다.

반면 2부는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9장 (사업적 판단)에 나오는 미국 노드스트롬의 쇼핑몰 내 무료 와이파이 제공과 11장 (기술정책)이 소개하는 제로레이팅의 역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노드스트롬의 무료 와이파이에 숨어 있는 비밀은 대략 이렇다.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매장 내 무선 인터넷 공유기 3곳 이상에 접속한다면, 매장은 사용자의 물리적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무선신호의 강도를 기반으로 각 공유기는 스마트폰과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이 계산 결과를 통해 공유기와 스마트폰 사이의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 3개를 그릴 수 있고, 원 3개의 교집합 지점에 사용자가 위치하는 걸 추정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영역이고, 이후에 그 위치 데이터를 이동 동선화하여 시간별 매장 혼잡도를 계산하는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자면, 무선 와이파이 승인 과정에서 사용자의 이메일 주소 등을 수집하거나 CCTV 정보와 결합한다면, 기업은 고객에 대해 무궁무진한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게 된다. 물론 CCTV 데이터와 결합한다는 것은 저자들의 우려에 해당한다.

제로레이팅은 ‘특정 통신사에 가입한 이용자가 특정 앱을 이용할 때 데이터요금이 부과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저자들은 어느 유럽 비영리단체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제로레이팅이 사실상 소비자들의 부담을 더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런 사정이다. ‘제로레이팅은 해당 앱 제공사가 거액을 지불하여 통신사와 협정을 맺은 결과다. 즉, 제로레이팅 혜택이 있는 앱은 애초에 거대 기업의 서비스이다. 거대 기업이 독점적 지위와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제로레이팅을 도입한다면, 잠재적/현실적 경쟁자들을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 결과로 시장이 독점화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요금이 증가하게 된다’

노드스트롬이나 제로레이팅에 대한 서술에서 알 수 있듯, 저자 3인은 IT기술 그 자체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파생되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영향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며 이 책을 썼다.

다만 총평에서 말한 아쉬움처럼, 책에서 다룬 사례들이 대부분 2014~2017년 정도의 것들이다. 원서 최초 출판 시점이 2017년 9월이이고 번역의 기준은 2019년 3월에 나온 3판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점인 것 같다. 번역서를 읽다 보면 2017년 초에 출시된 갤럭시 S8의 통신사 기본앱 설치 등이 마치 최신 사례인 것처럼 나온다.

IT업계 종사자라면 각자 입장에 따라 넘어갈 내용은 넘어가고, 필요한 내용만 읽으면 좋을 책이다. 예를 들어 개발자라면 1부는 모두 넘어가도 좋다. 이 바닥 종사자가 아니라면, 여느 교양 책을 읽듯 한 장 한 장 읽으며 상식 한두가지를 얻어간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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