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빠가 되는 시간

읽은 기간 : 2021년 초에 한 번, 2021년 여름에 한 번

읽은 방법 : 초회독은 리디셀렉트, 재독은 밀리의 서재

올 겨울에 한 번 읽고, 여름에 다시 한 번 읽은 책.

육아와 삶에 대한 솔직한 감정과 명료한 생각을 정돈된 문장으로 풀어 쓴 덕분에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글쓴이는 육아에 대한 본인의 태도가 자연주의 출산때 결정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했는데, 나의 경우는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재택근무가 그런 계기가 된 것 같다. 집 밖에 있던 남편의 마음을 집 안으로 끌어오는 계기. 원래도 바깥 활동이 별로 없는 편이었지만, 더더욱 그러한 사람이 된 계기.

다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반성한 것은, 그러한 ‘집 안으로 들어온 마음’의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표면적인 자각으로, 나는 가정이 최우선인 사람이자 자식에게 더 좋은 삶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큰 원동력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막상 아이의 최근 발달사항이나 요 근래의 특징, 혹은 키우는 데 있어서 어려움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히고 글이 안 써졌다.

그래서 이 책을 2회독한 뒤로는 아이에 대해 더 자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두세줄에 불과하더라도 자주 쓰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록의 빈도를 높이다보면 기억의 밀도도 높아질 것이고, 그러면 평소 내 머릿속에서도 육아에 대한 고민의 양과 질이 훨씬 좋아질 것이리라 믿는다.

반성한 것보다는 공감한 것이 더 많은 책이었다. 예를 들어 이런 구절.

“아내는 좋은 대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었다. 대화가 덜컹거릴 때도 가야 하는 길로 얼른 이야기를 돌려놓았다.”

또는 이런 구절.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여러 생일 파티를 반복해서 보는 게 얼마나 지겹고 식상한지를. 시간이 지나 내가 정작 보려 했던 것은 이벤트 안에 숨겨진 일상의 변화였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건 평범한 것들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 시절을 대표하며, 시간이 지나면 항상 머물러 있을 것 같은 그 일상도 다시 오지 않을 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이런 구절.

“당연하다 생각한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면 철이 든 거다.”

반성도 공감도 아니고 정말 크게 배운 것은 시간 압박에 대한 태도였다.

아이와 함께 외출 준비를 하다가 시간에 쫓기게 된다면, 그냥 늦는다는 것을 인정할 것. 늦는 것이 큰 실례가 되는 약속은 애초에 안 잡으려고 애쓸 것. 시간에 쫓겨 급해지는 것은 어른의 사정이라는 것. 아이의 시선에선 다른 타임라인과 중요도가 존재한다는 것. 아이는 아이라는 것. 아이는 절대 어른과 같지 않다는 것.

책은 육아 이야기에서 시작하지만 그 종착지는 ‘일과 가족과 육아와 자아를 모두 포함한’ 삶 그 자체이다.

에필로그 장의 제목이 ‘육아라는 여행이 주는 선물’이고, 거기에는 육아휴직 8개월의 시간의 끝에 도달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글쓴이는 육휴 기간이 “하루 일과는 어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 같다. 감동의 순간은 그 순간대로 아름답게 찾아오지만 그건 가끔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노동이다. 그것도 매우 단순한 노동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반복되는 일상은 저자에게 “우리의 세계가 어떤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 하루하루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저자는 일터에 돌아가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불같은 열정도 아니다. 꾸준함, 지루함과 친해지는 것이다. 그것을 배우는 데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더 좋은 길은 없다.(…) ‘대단한’ 일을 해내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허망한가를 체감한다. 대단한 일은 흔한 하루하루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하고, 성취는 빤한 것들에서 피어난다. (…) 육아라는 모험을 떠난다면 우린 좋은 아빠가 되고 좋은 남편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더 좋은 내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아빠들도 또 엄마들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나 역시 지루하고 평범하고 뻔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감사히 여기고, 그 과정에서 정말 귀중한 순간을 알아채고 그것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한 여정을 거치며 더 좋은 아빠, 더 좋은 남편, 그리고 더 좋은 내가 되어가는 것을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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