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책 읽는 뇌

읽은 기간 : 2020년 7월 초중순

읽은 방법 : 리디셀렉트 + 크레마 카르타G

문명화된 인류가 어떤 과정을 거쳐 문자를 발명하고 독서를 배우게 되었는지, 그것을 가능하게 한 인간 두뇌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반대로 그 모든 것이 불가능한 사람들의 뇌는 무엇이 다른지를 설명하는 것이 책의 큰 줄기이다.

다만 이것은 책의 구성일 뿐이고, 저자의 실제 ‘문제의식’은 조금 다르게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난독증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적합한 교육을 제공받지 못하고, 그에 따라 그들의 잠재력이 올바르게 발휘되지 못하는 (미국) 교육의 현실이다.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학습부진아로 낙인찍히고, 사회에 진입하면서부터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는 현실.

둘째는 ‘읽기 행위’가 디지털 혹은 스크린 중심으로 이동하는 문명적 변화가 앞으로 인류의 지성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핵심 문제의식은 저자가 어떤 활동을 하는 사람인지를 보면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메리언 울프는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이면서 독서 연구소나 문맹 퇴치 프로그램에 다수 참여하였고, 현재 책임자로 있는 곳은 ‘난독증과 다양한 학습자, 그리고 사회정의를 위한 센터’이다.

첫째 문제의식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이러하다. 눈으로 보고도 글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것(난독증, 혹은 독서 장애)은 ‘두뇌의 능력이 다름’의 결과이지, 절대 그 사람의 지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난독증으로 고생했던 인물 중에는 에디슨, 다빈치, 아인슈타인, 로댕, 앤디 워홀, 피카소, 조니 뎁, 안토니 가우디가 있었다.

둘째 문제의식에 대한 저자의 입장은 우려 섞인 낙관론이다. “독서하는 뇌를 통해 연마된 능력이 모니터 앞에 꼼짝않고 앉아 글을 읽는 신세대 ‘디지털 네이티브’ 안에 형성되고 있는 능력으로 대치될 경우, 우리가 상실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점에서는 저자의 우려를 읽을 수 있고, “인간의 의식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춘 분석적이고 추론적이고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독서하는 뇌와 디지털 마인드셋의 민첩하고 다기능적이고 복합적이고 정보 통합적인 역량은 절대로 상호 배타적인 나홀로 왕국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 사회의 아이들 대다수가 둘 이상의 구술 언어 사이에서 코드 변환을 배우고 있다.” 는 부분에서는 그럼에도 견지하려는 낙관론을 느낄 수 있다. (이 낙관론은 10년 만에 나온 후속작인 ‘다시, 책으로’에서 무너진 것 같다. 아직 그 책은 안 읽어봤지만, 목차만 봤을 때 아무래도…)

역사적이며 과학적인 사실 중심의 3개 파트를 통해 인류애와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 넘치는 신경학자의 2가지 문제의식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기초적인 설형문자부터 알파벳에 도달하기까지 인류의 문자 발달(과 한글 얘기도 나온다), 소크라테스가 쓰기와 읽기에 극렬히 반대했던 이유(와 플라톤이 그에 반하여 기록을 남긴 것) 등등 중심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충실하다.

중심 문제의식 외에도, 아이 스스로 읽게 하는 독서교육은 만 7세 이후에 시작해야 한다는 점과 그전까지는 부모나 양육자에 의한 책 읽어주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

2014년 읽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2015년 읽은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2016년 읽은 ‘유리 감옥’과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에 이어 한참 만에 읽은, 독서와 인류 문명에 대한 네 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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