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고 공부하는 휴가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연차 휴가였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쉬었으니, 연달아 7일의 휴식을 즐긴 셈이네요. 어딘가 여행을 가야만 할 것 같은 자아 내부와 외부의 압박을 느꼈지만, 집에 머물며 운동과 공부에 전념하는 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진 한 주간이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긍정적 세계관을 다시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우선 매일 원하는 만큼 수면을 취한 뒤에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핏빗 수면기록을 보니 월요일은 아침 9시 20분에, 화요일은 조금 일찍 일어난 7시에, 수요일은 늦잠을 원없이 자고 오전 11시 50분에, 목요일은 8시 45분에, 그리고 오늘은 9시 15분쯤 눈을 떠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수면은 중요하고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지만, 저는 유달리 잠에 약합니다. 가급적 7시간 이상 수면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이틀 사흘 잠을 충분히 못 잔다면 그 다음날 저녁은 어김없이 쓰러져 잠들곤 합니다. 혹은 주말 이틀 각각을 10시간 넘게 잠에 쏟아붓기도 하고요. 이번 일주일은 제 몸과 정신이 원하는 시간에 잠들었다가 원하는 때에 일어날 수 있는 즐거운 기간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따로 챙기지 않았고, 대체로 11시~12시 사이에 아침 겸 점심으로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볕이 좋은 때를 골라 집 밖에 나가 10km씩 달리기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는 달리기로그 2편3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뛰지 않는 날은 집 안에서 맨몸운동으로 근력을 자극하면서 컨디션을 맞추려 노력했고요. 햇빛은 따뜻했지만 바람이 찼던 탓인지, 어제 그제 이틀 연속 달린 후인 오늘은 목감기 기운이 돌아 집 안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기록 향상을 수치로 확인하며 운동하는 것은 무척 행복한 자극을 주는 일입니다. 신체적 역량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던 과거와의 단절은 그 정도가 뚜렷해질수록 기쁜 일입니다.

달리기 혹은 근력운동을 마친 뒤 씻고 나와서는 견과류와 함께 커피 혹은 탄산수 마시며 휴식을 취합니다. 워드프레스 업데이트 덕분에 알게 된 Pepper Adams의 재즈 음악이나 학창시절 들었던 옛날 힙합 음반들을 틀어 놓고 아무 생각 없이 30분에서 한 시간 가량을 쉽니다. 하루 걸러 하루는 방 청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내고, 더이상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해 노끈으로 묶어 집 밖에 내놓고, 몇 주 방치돼 있던 쓰레기봉투도 꽉 눌러담아 밖에 내놓았습니다.

그러고 나면 웹 애플리케이션 기초 공부를 했습니다. 최초 계획은 구입해 놓은 ‘모던 웹 디자인을 위한 HTML5+CSS3 입문‘을 한 장 한 장 공부하는 것이었지만, 책을 몇 장 넘기다 계획을 바꿔 생활코딩의 ‘웹 애플리케이션 만들기‘를 수강하기로 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서문에서 말하는 “HTML5와 CSS3를 처음 공부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그 목표 수준보다도 저의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웹과 인터넷에 대한 조감도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음.. 어쩌면 아직도 이론 공부와 대학 강의 방식의 교육에 익숙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초의 기초’조차 없는 상황에서 실제 HTML5 태그를 익히는 것은 사상누각이 아닐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결국 “생활코딩 실습은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분들을 위한 코스입니다. 차분하게 실습을 따라하면서 하나의 웹서비스가 어떤 기술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기술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음미하다보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재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소개 문구에 끌려 생활코딩 웹 애플리케이션 만들기 강의를 듣고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습에 의한 학습이라는 점에서 ‘HTML5+CSS3 입문’ 교재와 비슷하지만, 웹과 인터넷 자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코스 구성에 마음을 놓고 따라가고 있습니다. 또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메타인지적 접근도 제 취향에 부합하는 소개 문구였고요.

최초 구상은 이번 일주일 내에 교재를 1회독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교재 1회독보다 시간이 덜 걸릴 법한 생활코딩 강의 수강조차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사실 월요일과 화요일에 개인적으로 부탁받은 다른 일을 하느라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쉬움은 없습니다.

첫 문단에서 말한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진 한 주간이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긍정적 세계관을 다시 강화”할 수 있었던 것 자체에 감사하고 즐겁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과 11월 중순은 다양한 이유로 스트레스와 의욕이 서로 반비례의 극단에 치달은 시간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업무는 사실상 두 배였고, 본업에 해당하는 일에는 오히려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채(그래서 더 업무 멘탈이 흔들리며)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다양한 이유도 있었고요.

이번 한 주는 그런 독을 빼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디로도 떠나지 않았고 누구도 만나지 않았지만, 그 어느 휴가보다 몸과 머리가 맑아진 휴가였습니다. 입 밖으로 터져나오던 부정의 레토릭도 많이 줄어들었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되찾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외부의 번잡함에서 자신을 차단하고, 신체와 정신 단련에 시간을 온전히 쏟는 휴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