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영어 단어를 공부해야 할까

사실 영어 공부에는 ‘끝’이 있을 수 없습니다. 좀 알겠다 싶으면 언제나 새로운 내용이 등장하게 마련이지요. 단어부터 시작해서 문법 이해도, 독해 숙련도나 듣기 실력 등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름의 수단으로 ‘끝’을 예측합니다. 공부하는 책의 목차나, 수강하는 강의 및 과외에서 교·강사의 안내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얼마나 왔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가’를 가늠하는 것이죠.

간만에 블로그에 써보는 이 글에서는 영어 단어에 한정해서, 그러한 ‘끝’을 가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4권을 추천해볼까 합니다. 전반적으로, 영어로 지식을 습득하는 데 필요한 교양 단어들에 관해 주로 다루는 책들입니다.

Big Voca(core/advanced)

bvc

예전에 썼던 영어 말하기 관련 글에서 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맥락에 맞게 조금 수정했습니다)

우리는 단어 몇 개를 습득하기 위해서 책을 한 권 한 권 읽을 만큼 마냥 여유롭지 않으며, 어휘집 단순 암기는 맥락 없는 ‘영단어-한국어 뜻’의 나열에 불과하다. 단어집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단어를 확보하고, 동시에 문맥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단어의 실제 사용 예시를 직접 느끼는 과정이 동반돼야만 한다.

이견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저는 ‘초중급’ 단계의 한국인 영어 학습자에겐 ‘영단어-한국어 뜻’ 매칭 방식의 학습이 꽤 효용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시간대비 효용이 가장 출중하니까요. 

그런데 시중의 한국의 영단어책 대부분은 ‘시험’용입니다. 실제 영미권 신문, 소설, 방송과 영화에서 쓰이는 단어랑 조금 동떨어진 것이죠.

이런 가운데 얼마 전 출판된 한국 영단어책이 BigVoca입니다. core와 advanced 두 권으로 구성된 BigVoca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서 추출한 8억개 단어와 다양한 TV대본에서 가져온 3억개 단어를 기반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8000개의 단어를 추려낸 결과물입니다.

우선순위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실제로 거듭제곱의 법칙(멱법칙)을 만족한다는 의미입니다. 표제어의 순서가 곧 실제 사용 빈도인 것입니다. (관련 위키피디아)

일단 8000개의 단어는 원어민 성인의 기본 어휘수준인 4만단어에서, 실제 사용량의 80%를 커버하는 분량 20%로서 추출됐습니다. 그리고 이 8000개의 단어까지 거듭제곱 법칙에 따라 순서대로 나열되어, 1번 단어가 the로 시작(가장 많이 쓰이는)해서 8000번이 lampoon(그중에서 가장 적게 쓰임)으로 마무리되는 구조입니다. 

이왕 단순무식하게(…) 외울 거라면, 확실한 근거에 따라 선별된 단어를 확실한 우선순위에 따라 외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 특히 BigVoca는 실제 우선순위를 따르기에, 앞서 링크로 제시했던 글에 서술된 ‘기술 어휘’까지 다수 포함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Barron’s 504 Absolutely Essential Words

504

1941년 설립된 미국의 교육전문 출판사 Barron’s에서 나온 단어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리 많이 알려진 출판사는 아닌데요, 알 만한 사람은 다들 인정하는 곳입니다^^

‘504’는 영어를 읽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하신 분들이 초·중급에서 중급으로 확실하게 넘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교재입니다. 위의 BigVoca가 영단어의 기반을 빠른 속도로 잡아주기 위한 책이라면, 이제부터는 영어 자체의 환경 속에서 단어를 익히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42개의 레슨에 각각 12개씩의 단어가 수록돼 있습니다. 단어마다 예문이 3개씩 함께 제공되고, 해당 단어를 제대로 익혔는지 훈련할 수 있는 간단한 테스트와 여러 활동(activities)을 접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다른 책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단어장 같네요. 504의 핵심은 단순히 어휘를 나열하고 뜻을 외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어휘를 근간으로 그것의 다양한 쓰임새와 적절한 배경지식까지 학습하도록 도와주는 종합적인 접근방법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의 레슨에 겨우(?) 12개의 단어씩만 수록된 것입니다. 차근차근 학습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입니다. 교보문고 어느 회원님의 리뷰에 보니 “나만 알고 싶은 단어책“이라는 말도 나오네요. 🙂

Word Power Made Easy

wpme이어서 추천하려고 하는 ‘Word Power Made Easy’는 앞서 소개한 504 Absolutely Essential Words의 아쉬운 점을 보강하면서, 중고급의 교양 있는 단어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504의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어근과 접두사/접미사를 다루는 비중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부분입니다. 우리말에서도 한자를 알면 단어의 이해도와 활용성이 커지듯, 영어에서도 단어의 근간을 이루는 어근과 접두사/접미사를 알고 있으면 어휘력에 큰 도움이 됩니다.

Word Power Made Easy는 어근과 접사를 기반으로 어휘력을 강화해주는 아주 효과적인 단어집으로, 전체 44개의 강의와 3개의 테스트를 통해 48일 동안 공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미지는 한국어판을 가져왔지만, 저렴한 가격에 원서 페이퍼백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영어 실력과 영문에 대한 부담감(?) 정도에 따라 원서와 역서 가운데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단어책이면서도 정확한 발음으로 소리 내 읽으며 학습하기를 강조하는 설명과 단어에 대한 설명을 통해 들려주는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였습니다.

1949년 출판된 책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데서 신뢰가 절로 생기는 단어집입니다. 지나간 세월이 꼭 책의 완성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단어책이 60년 넘게 독자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Word Smart

WSMRT

이번에도 번역서 표지의 스크린샷을 첨부했습니다. 저 말을 그대로 믿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SAT 등의 시험을 준비하는 “미국인들의 필독서”.

초중급 학습자에겐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중급 이상의 학습자가 수준 높은 영어 글을 확실하게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입니다.

특히 정말 미국적인 상황을 잘 녹여낸 다양한 예문이 매력인 단어 교재입니다. 원서든 번역서든 예문을 꼭 챙겨서 공부할 것을 추천합니다.

굳이 설명을 더 쓰기보다, 워드스마트 매니아로 보이는 어느 분의 블로그를 인용하겠습니다:

한국의 어휘 교재를 살펴보면 단순히 한글 뜻만 달달 외우게끔 만드는 교재가 많은데, 그렇게 공부를 해버리면 실제로 그 단어를 나의 말(speaking)과 글(writing)에 사용하는 능력을 갖추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어떤 문맥에서 그 단어가 쓰이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워드스마트는 단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까지 함께 알려준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죠.^^

다만, 교재에서 다루는 어휘의 수준 자체가 매우 높기 때문에 (현지 미국인들도 잘 모르는 단어들이 많습니다) SAT/TOEFL/TEPS 고득점을 목표로 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교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좀 길어졌네요.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Sangkuk Kim

    감사히 읽었습니다.
    찾아보니 504는 품절이기도 하고 나온지 오래되었는데.. 같은 작가의 1100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답장이 늦어 죄송합니다.
      504와 1100은 타겟이 다른 책입니다. 현재 김상국님의 영어 숙련도에 따라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100은 한국어판조차 영단어-단어 단순 나열이 거의 없고, 짧은 글을 통해 단어를 학습하는 방식입니다. 1100은 제가 전체적으로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학습 방식도 그렇고, 단어 수준도 초중급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504는 5판이 절판된 것으로, 현재 국내 서점에서도 6판은 구매 가능합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731895

      • Sangkuk Kim

        답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