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처럼’ 중국은 원래 강대국이었다

책비 출판사에서 나온 신간 ‘샤오미처럼’을 읽었습니다. 제목은 ‘샤오미처럼’이고 실제 내용의 70% 가까이가 샤오미 관련 이야기입니다. 나머지 30%는 샤오미의 케이스이긴 하지만 어느 모바일/인터넷 기업이든 참고할 만한 ‘스타트업 지침서’의 내용과, 텐센트 등 중국의 다른 모바일/인터넷 공룡을 이끄는 수장들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경영 지침서’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샤오미의 역사와 전략을 다루는 70% 부분은 이미 알던 사실 대부분이라 그리 놀라운 내용은 없었습니다. 정작 저를 놀라게 한 내용은 ‘30% 부분’에서 훨씬 많이 나왔습니다. 제 머릿속에 떠오른 일관된 메시지는 이것이었습니다. 중국은 원래 강대국이었다.

인터넷 기업은 전통 산업을 존중하고 협력 파트너로 인식해 그들의 변화를 도와야 한다. 파괴자는 공공의 적이 되기 쉽고 파괴의 결과는 늘 암울하다. 기존의 시장 가치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지혜롭게 간단하고 편리한 수단과 방법을 제시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누군가 새로운 방법으로 경쟁자를 남김없이 쓸어버리면 시장이 파괴되어 결국 그 자신도 망할 수밖에 없다.

마화텅은 이 논리를 정확히 인지했다.

 

“이미 수차례 강조했지만 전통 산업은 반드시 존중해야 할 중요한 존재입니다. 절대 누군가에게 아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겉으로만 척하지 말고 진심으로 존경해야 모두가 윈윈할 수 있습니다. 위챗은 가장 기본 분야에 집중하겠습니다. 나머지 업계는 각자의 논리에 따라 각자의 공간을 채워가길 바랍니다.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분야마다 각각의 논리와 기준이 명확해야 모바일 인터넷이 최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240쪽)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파괴적 혁신’이 모범답안인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저는 그러한 파괴적 발전이 과연 공동체 전체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기업에 소속되어 일하면서 월급을 받고 생활을 이어나가는 일반적인 직원들의 삶 관점으로 경제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전에 없던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그 생태계 안에서 노동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사고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그 기업들은 아무런 보호막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문제삼는 언론인, 학자, 정치인들의 발언은 꾸준히 소개되는 편입니다. 또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블로거들이 같은 궤적의 비판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모바일과 인터넷 기업의 수장이 이런 관점과 유사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저는 이 책에서 처음 봤습니다. 중국의 초대형 인터넷기업인 텐센트를 이끄는 마화텅이 위에서 인용한 발언을 한 것이죠.

물론 텐센트가 실제로 얼마나 윤리적인 경영을 하는지, 정말로 모두와 상생을 추구하는지를 따지고 들어간다면 분명 어두운 점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WeChat)만 해도 이 글을 보면 더 이상 “가장 기본 분야에 집중”하는 메신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구요.

다만, 저는 한 거대기업의 대표가 자사 서비스뿐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하는 다른 영역과 다른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는 책에 아래와 같은 메모를 남겼습니다.

그러고 보면 공맹, 제자백가, 사기 열전의 수많은 주인공들.. 이들의 정신은 크게 봤으면서 우리는 왜 현대 중국을 우습게 봤는가.

생각해보니 그렇더군요. 대학에 다니면서 독서 모임 활동을 할 때, 중국 고전은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언제나 올라와 있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나 논어·맹자·중용·대학의 사서는 책 욕심좀 있다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고 싶어하는 책들입니다. 중국은 언제나 모든 분야에서 앞선 공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고꾸라진 것은 길게 보더라도 200여년에 불과하니까요. 중국이 경제력으로나 군사력으로나 요즘 ‘부상’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잠시 잃어버렸던 자리를 되찾는 과정일 것이란 생각이 요즘 제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중국의 또 다른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가라고 하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이 있지요. 그가 2013년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주최 ‘올해의 경제인상’ 시상식에서 샤오미를 평가한 말을 소개합니다.

샤오미의 마케팅은 정말 대단하지만 마케팅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지요. 수년 이내에 샤오미의 매출액이 거리그룹을 앞설 수도 있겠지만, 그렇가고 기업의 모든 역량이 거리를 앞섰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알리바바는 곧 월마트의 세계 매출액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월마트보다 좋은, 뛰어난, 앞선 기업이 되는 건 아닙니다. 지금 중국의 인터넷 기업은 시대를 잘 만난 덕분에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쉽고 빠른 것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정말 어렵고 힘든 문제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지금 현재 얼마나 발전했는가보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286쪽)

2013년이면 이미 알리바바가 엄청나게 잘 나가던 시기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윈은 절대 오만한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어렵고 힘든 문제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지금 현재 얼마나 발전했는가보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보면, 마치 삼국지나 사기 열전을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중국 기업인들이 하는 생각이라는 것이 이처럼 넓고 깊다는 것에, 책을 읽으면서 계속 감탄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샤오미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샤오미라는 상징적 기업을 통해 중국 모바일 기업 문화를 다루는 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의 장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세련된 편집, 특히 사이사이에 들어간 한 페이지 통째의 인용구 편집 덕분에 읽으면서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마치 미국 IT매체인 버지(The Verge)의 페이지 디자인을 편집 디자인으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용문 페이지는 꽤 자주 등장하지만, 다섯 가지 추천사가 나온 곳만 촬영해봤습니다.1

  1. 사진은 MS 오피스렌즈 앱으로 촬영했습니다. 컬러 페이지엔 약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