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모아읽기 1~10

오늘 아침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누군가가 공유한 덕분에 ‘경쟁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게 됐다. 지금은 티타임스를 이끌고 계신 머니투데이 유병률 부장님이 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썼던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이하 체인지더월드) 연재 기사인데, 나는 작년 7월 저 기사를 처음 읽은 뒤 한동안 ‘체인지더월드’ 기사를 몇 가지 더 찾아서 읽었었다.

‘경쟁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보게 된 김에, 앞으로 체인지더월드 연재를 정주행하려고 한다. 우선 이 글에선 첫 글부터 10회차 글까지. 기사 본문은 인용 처리를 했고, 그 아래 ‘->’ 표시로 내 생각을 달았다.

2012년 5월 시작해 2014년 4월에 끝난 연재 기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는 정보와 유효한 선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땐 그랬지’라는 깨알 재미는 덤. 마무리 직후에 책으로 출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연재다.


(1) 안철수, 시시콜콜 트위터했다면 지지율은? 2012.05.14.

최근 페이스북은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주고 한 기업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직원이라고 해야 11명밖에 안되고 아직 돈도 한 푼 못 버는 스타트업(초기기업)에 불과하다. 업력이 2년 채 안 된다. 인스타그램(Instagram) 이야기다. 우리 눈에는 사실 별 게 아닐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필터를 통해 좀더 멋진 느낌이 나도록 만들어서 다른 사람과 나눠볼 수 있도록 한 모바일 앱이다. 이런 회사를 직원 1인당 1000억원씩 쳐서 산 셈이다.

-> 최근 읽고 있는 책인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와 관련된 내용의 기사였다. 하지만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인스타그램 인수 소식. 당시까지만 해도 저 딜은 페이스북엔 ‘이상한 투자’였고 인스타그램엔 ‘대박’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오히려 페이스북에 ‘대박’을 안겨준 딜이었

(2) 페이스북 백만장자들에게 배 아파할 수 없는 이유 2012.05.21.

실리콘밸리에서는 돈 벌어 자신만을 위해 쓴다면 무시당하기 일쑤다. 자기가 성공했던 노하우로 다시 도전하고, 후배들을 키워야 인정받는다. 그래야 늙어도 주위에 사람이 많고, 노후도 아름답다. 페이스북은 물론, 유투브, 링크트인, 옐프 등은 지불결제회사인 페이팔 직원들이 회사매각으로 돈 벌어 창업했거나, 투자한 회사들이다. 또 현재 수백 명 전직 구글러들이 엔젤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3) 구글 식당에 ‘없는게 없는’ 이유 2012.05.29.

그래서 IT 세상에서는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상당부분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오라클 본사의 수석프로덕트매니저 조성문씨가 들려준 말이 정답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IT는 참 민주적인 것 같습니다.” 돈이 더 많다고 훨씬 더 비싼 스마트폰, 더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쓸 수는 없지 않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백인이 쓰는 스마트폰과 유색인종, 소수민족이 쓰는 스마트폰이 다를 리 없고,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피부색깔로 가입자를 차별하는 것도 아니다. 브로컨 잉글리쉬를 쓰는 소수민족이 고급영어를 쓰는 네이티브를 부하로 둬도 문제될 것이 없다. 마틴 루터 킹과 넬슨 만델라가 피 흘리며 이룩한 것과 똑 같은 것을 IT는 웃으면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을 한번 바꿔보자. 여기는 한국의 대기업 회의실. 인도인이나 방글라데시인 팀장이 한국인 차장, 과장, 대리, 사원들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과연 그림이 그려지는가.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그림이 자연스러워질 때 대한민국 IT도 더 발전할 수 있다.

(4) “저렴하게 빠르게 실패하고, 성공확률은 높인다” 2012.06.04.

이 소액투자가 바로 500 Statrups의 핵심전략이다. 실리콘밸리의 전통적인 벤처캐피탈들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사업계획서에서 고르고 골라 1년에 10여 개 정도 수십만~수백만 달러를 베팅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어떻게 보면, 어차피 스타트업의 70~80%가 실패한다고 할 때, 보다 저렴하게, 보다 더 빨리 실패하자는 취지이다. 대신 더 많은 투자건수를 통해 성공건수도 높이자는 것.

데이브 맥클러와 함께 500 Startups 공동파트너인 크리스틴 채는 “우리의 목적은 수익모델이 분명한 아주 초기단계의 기업에 소액을 투자해서 이들이 벤처단계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프로덕트마케팅매니저 출신인 그는 8년여 동안 구글과 유투브의 마케팅을 주도했다.

-> 채팅캣 덕분에 나도 경험할 수 있었던 500 Startups. 그 소중한 기간에 특별한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돌아온 내 자신이 조금 안타깝다.

(5) 소니가 아이팟을 못 만든 이유는 2012.06.12.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둘 다 실패했다. 국물 맛은 누구한테도 가르쳐줄 수 없다는 외골수 우동집 장인정신이 아직 대세이다.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에서 도전하는 창업가들의 수는 인도나 중국의 반의 반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우리가 또한 알아야 할 것은 실리콘밸리 한국인 창업가는 그런 일본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이다.

-> 2012년보다 2015년이 많이 나아지긴 했다. 이젠 기성언론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스타트업’과 ‘핀테크’를 말하니까. 그런데 산업구조 자체가 변했느냐 하면.. 그건 모르겠다.

(6) 구글 입사시험 “1~10000 사이 8은 몇개?” 2012.06.21.

그래서 그는 “구글의 문화는 CC(Carbon copy, 참조)의 문화”라며 “모두가 참견하길 좋아하고, 참견 받는 것 역시 좋아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조금이라도 관련되는 모든 사람에게 참조메일을 보내 의견을 구하는데, 다음 날 아침이면 100개, 200개씩 답장이 와있다는 것.

그는 “구글의 지메일이 다른 메일과 다른 점은 답장이 계속 올 때 하나로 묶어서 보여준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만든 이유도 동료의 일에 자기 일처럼 달려드는 구글 문화 때문이다”고 말했다.

-> 애플에서 일하다 구글로 옮긴 한국인 구글러 한 명을 알고 있다. 그분의 말씀 중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여러모로 내 업무 태도에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오버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방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구글의 문화 자체가 그런 문화인가보다.

(7) 유튜브 ‘2조 대박男’ 지금 허름한 사무실서… 2012.06.28. (스티브 첸 인터뷰 1/2)

그런데 스티브 첸이 한마디 덧붙였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런 말은 꼭 하고 싶네요. 너무 심오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너무 재지 마세요. 마음 가는 대로 한번이라도 해보라는 거죠. 틀리면 어때? 다시 하는 거지 뭐! 이런 자세로 말이죠.”

그렇다. 환경만 탓하고 있으면 자신도, 환경도 바꿀 수 없다. 한 방울 한 방울 꽁꽁 언 땅을 내려치다 보면 어느 순간 폭포처럼 쏟아져 언 땅을 녹이고 대로를 만들어버리는 날이 올 것 아닌가.

-> 한국이라서 힘든 점이 분명히 많다. 불안정한 재정상황뿐 아니라, 주위의 시선도 아직까지는 ‘대기업 가지 왜 스타트업인지 뭔지 하면서 그 고생이냐’는 식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리고, 그 시선을 감내하는 것도 한국 사람이다. 음..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는다.

(8) 유튜브 창업자 “인터넷 하면 시간 너무 낭비” 2012.06.29. (스티브 첸 인터뷰 2/2)

-> 아쉽지만 2015년 현재 진닷컴(http://zeen.com/)은 열리지 않는다. 딜리셔스(https://delicious.com/)는 아직 서비스 중이지만, 그 영향력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9) ‘아이언맨의 실제모델’ 잡스 다음은 이사람? 2012.07.16. 

그렇다고 그가 지금 이 시간, 두꺼운 안경을 끼고 수염도 깍지 않은 채 연구에만 매진하고 있을까? 아니다. 그는 대단히 잘생겼다. 그는 패션리더다. 그는 유명 여배우와 결혼하고 이혼했고 파티도 좋아한다. 다시 말하면, 그에겐 어떤 선입견도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차라리 그가 골방에서 컴퓨터를 붙잡고 코딩과 씨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두렵고 무섭기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소프트웨어에서 이미 몇 차원 뛰어 넘어서 저 멀리 우주까지 가버렸다. 그러니 그가 두렵고, 그를 가진 나라가 무섭다.

어쩌면 가장 큰 두려움은 그가 만들고 있는 우주선이나 전기자동차가 아닌지도 모른다. 가장 큰 두려움은 그의 ‘상상력’이다. 돈 한 푼 들지도 않는 ‘상상력’말이다.

(10) 당당하게 외쳐라 “나한테 몇 억만 주시오”라고 2012.07.23.

기자가 멍했던 이유는 이 젊은이들은 대한민국 88만원세대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들은 ‘돈 달라’는 얘기를 너무나 당당하게 했다. 발표는 한결같이 ‘제대로 사업하려면 얼마를 더 투자 받아야 하는지’로 마무리됐다. 투자를 받냐, 못 받냐의 긴장된 순간에도 그들은 낙천적이었다.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투자 받고, 언론 타는 게 어렵지 않기에 가능한 일일 터. 위험한 길은 피해가며 살아야 하는 우리 생존문화와는 달랐다.

대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과 투자자들이 뒤섞여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기자는 내내 섭섭했다. 한국팀은 이번 4회째 행사까지 단 한 팀도 없었기 때문이다.

-> 이제는 500스타트업 포트폴리오에 한국 스타트업이 꽤 들어가 있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500 김치 펀드‘도 존재한다. 김치 펀드 1호는 500 스타트업 배치 12였던 마이쿤과 선샤인에, 펀드 2호는 배치 13에 속했던 코노랩스, 비렉트, 채팅켓에 투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