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타 단어장] (2) dressed

빅데이타 단어장 연재 두 번째입니다.

오늘의 단어: dressed

어.. 굉장히 막막합니다. 이걸로 무슨 얘기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데요. 일단 사전부터 볼까요. 오늘도 금성 그랜드 영어사전을 제공하는 다음 사전이 기본입니다.

형용사)

  1. 옷을 입은
  2. [닭이] (목을 졸리고 피를 뽑혀) 언제라도 조리가 가능한.

그 외)

  1. dressed to kill : 옷차림이 끝내주는
  2. be dressed up : 옷을 잘 차려 입다

천천히 시작해보죠.

1. 한국어에도 ‘드레스’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는 만큼 ‘dressed’라는 영단어를 들었을 때 ‘옷’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한국어 단어 ‘드레스’와 영어 단어 ‘dress’가 동일하지 않다는 데서 발생합니다.

하지만 영단어 dress는 한국어의 (웨딩) 드레스, (파티) 드레스처럼 특별한 날에 입는 여성용 의복이라는 명사 의미 말고도, [남에게 옷을 입히다]라는 동사 의미가 있습니다. 사전에서 ‘dress’를 찾아볼까요.

dress (타동사): 
[남에게] 옷을 입히다, …에게 […색의] 옷을 입히다[in ‥]; [남에게] 정장을 입히다, 야회복을 입히다; [남에게] 의복을 마련해 주다; [남에게] 옷의 디자인을 해 주다, 옷을 팔다

dress a baby
아기에게 옷을 입히다

Dress yourself at once!
즉시 옷을 입어라!

그러니까 ‘dressed’라는 형용사(맨 위에 나온 것)는 동사 dress의 과거분사로서, ‘~에게 옷을 입히다’의 의미가 수동형으로 변해서 ‘옷을 입은’이라는 뜻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옥스퍼드사전 홈페이지에서 ‘dressed’를 검색했을 때는 결과물로 그냥 ‘dress’가 나옵니다. 옥스퍼드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기본 사전은 영어 화자를 위한 사전입니다. 한국인이 보는 국어사전과 같은 개념이죠. ‘dress’라는 동사의 뜻만 제시해도 ‘dressed’라는 형용사의 뜻을 이해하는 데 (원어민들은) 아무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사전 얘기가 나왔네요. 이거 언젠가 좀 얘기해보고 싶었던 건데 잘됐습니다. 한국에서 언급되는 영어사전은 대개 ‘영한사전’과 ‘영영사전’이라는 두 갈래뿐입니다.

하지만 영어 공부에 욕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사전을 4가지 정도 준비하시길 추천합니다. 이 지점에서 기술의 발전이 참 안타까운데요.. 여러 종류의 사전을 돌려가며 한 단어의 뜻을 탐구하는 데에는 스마트폰보다 전자사전이 훨~씬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스마트폰 탓에 시장성이 없어져서 괜찮은 전자사전 구하기가 너무 어렵죠.

그럼 어떤 사전 네 종류가 필요할까요. 옥스퍼드 사전 시리즈를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단 4개 사전 모두 크게 보면 ‘영영사전’입니다. 첫 번째는 ‘외국어 학습자용 사전’입니다. 한국에서 보통 ‘영엉사전’하면 떠오르는 게 이건데요,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OALD)가 원래 이름입니다. 이 사전은 말 그대로 ‘고급 학습자를 위한 옥스퍼드 사전’입니다. 즉,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할 줄 아는 학습자를 대상으로 영단어의 뜻을 영어로 풀어낸 사전입니다. 지금의 10대와 20대는 이 사전을 잘 모를 겁니다. 하지만 30~40대 이상이신 영어 학습자들 중에선 사실 이 사전을 알고계신 분이 많을 겁니다. OADL라고 하면 몰라도, ‘혼비영영사전’이라고 하면 알 분이 계실 테니까요.

혼비영영사전 혹은 OALD (인터파크)

혼비영영사전 혹은 OALD (인터파크)

이게 2009년에야 ‘옥스퍼드 영한사전’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OALD가 왜 한국에선 ‘혼비영영사전’으로 팔리게 됐는지는 A. S. Hornby라는 분에 관한 소개와 함께 다음에 따로 글로 써야겠습니다. 음.. 하나 가지고 얘기가 너무 길어지네요. 두 번째 사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Oxford Dictionary of English

Oxford Dictionary of English

두 번째는 dress 예시를 들며 보여드린 것과 같은 종류로 ‘Oxford Dictionary of English'(ODE)입니다. 마치 한국인이 보는 한국어사전처럼, 평소 영어권 화자가 자기가 쓰는 말인데도 뭔가 애매하다 싶어서 들춰보는 사전인 것입니다.

OALD와 ODE는 정말 많은 표제어의 설명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OALD가 ‘굳이 자세히 풀어 설명’한다면, ODE는 그보다 더 직관적으로 단어와 숙어의 뜻을 설명합니다. 본인의 영어 실력이 출중하다고 생각하신다면, OALD 말고 ODE를 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Oxford Thesaurus of English (Amazon)

Oxford Thesaurus of English (Amazon)

세 번째는 위의 두 사전과 완전히 다른 종류입니다. 시소러스(Thesaurus) 사전은 동의어와 유의어, 반의어를 모아서 보여주는 사전입니다. 사실 시소러스는 일반적인 영어 학습 환경에선 딱히 필요하지 않은 사전입니다. 대체로 영작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사전이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계속 거기서 거기일 때, 시소러스를 발판 삼아 표현력을 넓힐 수 있습니다.

Oxford Collocations Dictionary (Amazon)

Oxford Collocations Dictionary (Amazon)

네 번째는 시소러스와 함께 활용하면 훨씬 더 정확하고 세련된 영어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전입니다. ‘콜로케이션'(collocation)이라는 말을 해체해보면 ‘함께'(co)+’위치'(location)한다는 뜻입니다. 즉, 콜로케이션 사전은 한 단어가 어떠한 다른 단어들과 동시에 같이 쓰이는지를 설명해주는 사전입니다. 그러한 단어들 사이의 연관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표지의 직소 퍼즐입니다.

음… 단어 뜻 하나 설명하다가 사전 네 종류까지 와버렸습니다. 감당이 안 되네요. 조금 더 하고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 형용사로서 ‘[닭이] (목을 졸리고 피를 뽑혀) 언제라도 조리가 가능한’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이 자체에 관해선 다루지 않을 거고요, 대신 요즘 쿡방과 먹방 대세(라고 하려니 이제 좀 지나가려는 것 같은 유행)에 따라, 요리에 쓰이는 ‘드레싱’에 관해 말해볼까 합니다.

요리에서 재료의 맛을 더하기 위해 쓰는 것을 우리는 다양한 이름으로 부릅니다. 한국어에선 대체로 양념이라고 부르고, 간(을 맞춘다)고도 하고, 또 요즘은 영어의 영향으로 소스라는 말도 엇비슷한 빈도로 씁니다. 그런데 유독 샐러드를 만들 때만큼은 양념도, 간도, 소스도 아닌 ‘드레싱'(dressing)이라는 말을 씁니다.

영어는 정말 잡다한 외국어가 섞인 언어입니다. 이 같은 역사 때문에 어느 언어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인 ‘다의어’가 영어에서 유별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dress’라는 단어가 영어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14세기 초반입니다. 라틴어 directus -> 통속 라틴어 directiare -> 고대 프랑스어 dresser, drecier를 거쳐 수입된 영단어 dress는, 14세기 초반엔 본래 ‘곧게 만들다’와 ‘요리를 준비하다’ 등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그러니, 옷과 관련된 뜻으로서 dress보다 요리 용어로서 dress가 영어에서 더 먼저 쓰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러다 14세기 말에 가서 ‘(옷을 입어) 꾸미다’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dressing’이라는 형태 자체만 집중해서 보면 요리에 쓰이는 드레싱이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16세기로 접어든 1500년경부터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왜 dress라는 동사의 명사형으로 볼 수 있는 dressing이 ‘샐러드에 뿌리는 양념’의 의미가 된 것인지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이유 없이 그렇게 쓰인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옷을 입거나 치장을 한다는 뜻의 영어 동사 드레스(dress)에서 파생된 말로서 “야채를 감싼다” 또는 “음식을 장식한다”라는 의미“라는 한국 사이트들의 설명은 dress라는 단어의 발달 과정과 사실상 반대되는 얘기라 믿기가 좀 곤란합니다. 누구 능력자가 나타나서 시원한 설명, 혹은 제 의심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주셨으면 좋겠어요..

 

3. dressed to kill은 우리말과 느낌이 참 많이 닮은 영어 표현입니다. 친구가 어느날 옷을 잘 입고 나타나면 우리도 “옷 죽이는데!”라고 하죠? ‘dressed to kill’은 마찬가지로 ‘멋지게, 끝내주게 차려입은’이라는 뜻입니다. 영어 전문 블로거 미친너굴님의 라쿤잉글리시 설명을 발췌 인용해보겠습니다.

dressed to kill 말그대로 ‘죽일만큼 옷을 입은’ 이란 뜻에서 ‘멋지게, 끝내주게 차려입은’ 이란 뜻이됩니다. 반할 만큼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것으로 그 사람에게 극찬하는 표현입니다.

Did you see her at the party? She was dressed to kill.

파티에서 그녀 봤니? 그녀 정말 끝내줬어.

She is always dressed to kill when she has a job interview.

그녀는 늘 인터뷰할때 끝내주게 차려입는다.

이처럼 ‘옷 좀 입는다’는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칭찬인 ‘dressed to kill’을 이름으로 내건 한국 의류 브랜드도 있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쇼핑을 할 때마다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기억에 잘 남아있는데,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해보니 2007년 런칭 당시 ‘D2K’라는 자회사를 세워 이 브랜드를 내세웠던 EXR(패션비즈 기사) 측은 더 이상 ‘드레스 투 킬’을 운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오랜지팩토리에 상표권이 넘어갔네요.  ‘선입견’님 블로그에선 드레스투킬 청바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4. 마무리

힘드네요.. 빅데이타 white 편은 정말 금방 썼는데, 이건 거진 4시간은 걸린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dressing의 어원을 찾는 데 허비됐습니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옷으로서 드레스에 관한 얘기를 못했네요. 짧게 인용하고 끝내겠습니다ㅠㅜ

[참고] dress는 원피스? 우리말의 ‘드레스(dress)’는 흔히 야회복(evening dress), 웨딩드레스(wedding dress), 파티용 칵테일드레스(cocktail dress) 등 특별한 용도의 격식을 차린 옷을 말하지만, 이 뜻 이외에 영어의 dress는 원래 여성용 원피스(one-piece garment)를 가리킴.

다음 영어사전 ‘dress’ 2번째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