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타 단어장] (1) white

빅데이타 단어장?

페이스북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접했을 가능성이 높은 신영준님이 제작한 단어장입니다.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기반으로 단어 27억개에서 뽑은 6만개 단어를 다시 2만개로 추린 목록
  2. CNN & BBC Headline 단어 테스트 2주일 결과 95% Covering 확인
  3. 표본이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이기때문에 격식어가 많음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함)
  4. TV Script 랑 상호 cross율 평가시 20000개 vs 20000개 비교시 70% 일치 (빈도순위는 다름) 구어체를 추가 보완했음

원문 바로가기

저한테는 대충 쉬운 단어가 40%, 쉽진 않지만 익숙한 단어가 30%,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가 30% 정도인 것 같습니다.

현재 페이스북에선 이 단어장을 기반으로 여러 명의 자원자가 단어에 대한 설명을 올리는 ‘빅데이타 단어장 스터디 그룹‘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자원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고요.

오늘부터는 각 단어에 관해 뜻풀이와 예문 뿐 아니라, 그에서 가지치기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써볼까 합니다. 페이스북은 콘텐츠 작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블로그에 작성한 것의 축약본을 그룹에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단어 하나에서 무슨 얘기가 얼마나 나올 수 있을지 감이 잘 잡히지 않지만.. 일단 시작해보겠습니다.


오늘의 단어: white

초등학생 정도만 되더라도 이 단어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랜드 영어사전(금성) 기반의 다음 사전에서 보면 그 뜻으로

white

형용사)

  1. 흰, 순백의; 흰빛을 띤; 눈이 오는, 눈이 있는, 눈이 쌓인; 은백색의, 회색의
  2. [사람이] 백발인; [사람이] 백의(白衣)를 입은
  3. [격렬한 감정에 의해] 창백해진[with, from ‥] 참고 (※pale보다 창백함)
  4. (영) [차·커피에] 밀크를 탄

명사)

  1. d[불가산] 백색, 흰빛.
  2. [불가산] 흰 옷(감), 흰 천

타동사)

  1. [오자를] 수정액으로 지우다[out]

White

E(lwyn) B(rooks), (1899-1985): 미국의 언론인·유머 작가; Charlotte’s Web(1952).

이런 것들이 나옵니다.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1. 형용사 첫 번째 뜻을 보면 ‘희다’는 뜻 몇 가지에 이어 ‘눈’과 관련된 뜻이 나옵니다. 한국어에서도 ‘흰 것’의 대표주자는 겨울에 내리는 눈이지만, 아마 이것보다는 영영사전의 정의 방식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옥스퍼드 사전 홈페이지에서 white를 찾아보면 그 첫 번째 뜻으로 “우유 혹은 막 내린 눈”(Of the colour of milk or fresh snow)이 제시됩니다.

디즈니 캐릭터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도 있는 ‘백설공주’의 원래 이름은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기도 합니다.

 

2. 흰머리가 난 사람에게, 혹은 흰 옷을 입은 사람에게 쓸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뭐 당연한 소리인데요, 생생한 예시가 하나 있어서 굳이 언급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간달프인데요. 한국어판에서 ‘회색의 간달프’ ‘흰색의 간달프’라고 나오는 그 이름의 원래 표기는 ‘Gandalf the Grey’와 ‘Gandalf the White’입니다.

uncyclopedia.wikia

백색 기운 쩔어.. (uncyclopedia.wikia)

In The Lord of the Rings, he is initially known as Gandalf the Grey, but returns from death as Gandalf the White.
Wikipedia

얘기가 나온 김에 첨언하자면, 영어권에서 사람에게 붙이는 특별한 명칭은 [원래 이름 + the + 특징] 구조가 많습니다. 당장 위의 ‘Gandalf the White’가 한 예이고, 영문학사나 영국사 배울 때 꼭 나오는 잉글랜드 리처드 1세의 별명은 한국어로 했을 때 ‘사자심왕’이고, 그게 영어로는 ‘Richard the Lionheart’입니다.

뮤지컬을 보진 않아서 작품 내용은 모릅니다만..

뮤지컬을 보진 않아서 작품 내용은 모릅니다만..

뮤지컬 이름으로 더 유명하게 되어버린 ‘잭 더 리퍼’는 ‘Jack + the + Ripper’인데요, ripper는 찢는(rip)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잭 더 리퍼라는 이름을 대충 연쇄살인마와 동의어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만, 그 의미는 그러니까 ‘사람 사지를 찢어서 죽이는 잭’입니다.

 

3. 우리도 사람 표정을 묘사할 때 ‘하얗게 질렸다’고 말하는 것처럼, 영어권 화자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것을 두고 ‘white’를 활용합니다. ‘He turned white with anger.‘라고 해서 화났다는 표현도 가능하고, ‘turn white with fear‘라고 해서 공포에 질렸다는 표현도 가능합니다.

 

4. 영국은 차 문화를 잘 발달시켰죠. 물론 커피도 잘 마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차와 커피를 마실 때 곁들이는 가장 기본적인 음료는 우유입니다. 그래서 차나 커피를 말하면서 white라는 단어가 나온다면, 그건 그 차/커피에 우유가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음 그런데.. 차 문화라는 게 사실은 유럽 전반에 꽤 많이 퍼져 있습니다. 동양 다례 문화와는 당연히 그 방식이 다르지만, 교환학생과 여행 덕분에 경험해본 덴마크와 독일 가정집에서 티백을 쌓아놓고 사는 경우를 봤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덴마크에서 방문했던 집은 사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온 다른 교환학생들이었네요. 그 친구네 집에 방문했을 때, 저에게 차를 마시겠느냐고 물어봤던 게 기억납니다.

 

5. 명사 부분은 오늘은 넘어갈게요. 사실 가산명사와 불가산명사에 관해 문법 얘기를 좀 해보려고 했는데, 이거야 언제든 기회가 될 테니…

 

6. 요즘은 ‘수정 테이프’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은데요, 2000년대 중반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항상 ‘화이트’라고 불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마다 항상 이게 뭔가 콩글리시일 거라는 의심을 했었는데요. 지금 검색을 해보니 무작정 콩글리시라고 매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동사 white 자체가 out이라는 전치사와 함께 ‘수정액으로 지우다’라는 뜻이 있네요. 그리고 이 도구의 대표적 상품이 바로…

뭔가 '화이트'라는 이름이 정당화되는 느낌 (Amazon)

뭔가 ‘화이트’라는 이름이 정당화되는 느낌 (Amazon)

 

7. 미국인 이름 중에도 White가 있습니다. 서양의 이름 체계는 우리와 참 다르죠. 그걸 잘 알고 있지만서도, 이런 성명은 볼 때마다 참 어색합니다. 뭐 Mr. Brown도 그렇고요..

아무튼, 많고 많은 White씨 가운데 유일하게 고른 인물인 E. B. White(Elwyn Brooks White_이하 ‘화이트’)는… 정말정말 중요한 사람입니다. 일단 대중에겐 어린이용 책인 ‘샬롯의 거미줄’과 ‘스튜어트 리틀’의 저자로 유명합니다. 네, 여러분이 아마 영화로 보셨을 가능성이 큰 그것들의 원작자 되시겠습니다.

sl-movie

수성구립 용학도서관은 어떻게 이런 이미지파일을..(바로가기)

그런데 화이트는 단순한 아동 저술가가 아니었습니다. 코넬대학교 졸업 후, 당시(그리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최고 권위의 문예/시사 잡지 ‘뉴요커’에 필자이자 편집자로 60여년 간 일했습니다. 뉴요커는 “‘뉴욕에 사는 이들’(The New Yorker)이라는 잡지명처럼 뉴욕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과 생활상”을 다루는 잡지로 “단편소설, 문학·미술 비평, 수필, 시, 르포르타주, 만화 등을 싣는데 특히 대중문화에 대한 심도있는 논평,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각종 기사와 인기있는 연재만화로 정평”이 난 매체입니다. (씨네21 인용)

당연히 글쓰기에 조예가 남달랐겠죠? 화이트는 코넬대 재학 시절 글쓰기 수업을 들었던 윌리엄 스트렁크(William Strunk, Jr.) 교수의 수업용 교재였던 작은 글쓰기 가이드북을 ‘뉴요커’ 재직 시절 다시 접하게 됩니다. 몇주 뒤 화이트는 그 책에 대한 소개와 스트렁크 교수가 ‘명징한 글쓰기'(lucid English prose)를 위해 노력했던 점을 기사화합니다.

기사는 꽤 큰 반향을 일으켰고, 맥밀란 출판사는 화이트에게 ‘개정판을 내자’고 제안합니다. 그렇게 해서 1959년 출판된 책이 바로…

Wikipedia

이 책을 안다면 당신은 영작 덕후(Wikipedia)

영어 글쓰기의 영원한 고전, ‘The Elements of Style’입니다. 한국에도 ‘영어 글쓰기의 기본‘이라는 제목으로 2007년 꽤 괜찮은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마침 어느 블로거가 이 책에 관해 남긴 아주 좋은 리뷰가 있어 인용하겠습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영어 작문의 요령이며, 글쓰기와 관련된 간략한 문법 사항 외에도 수사학적인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명료하고 대담하며 간결한 글쓰기를 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지식 전수 외에도, 이 책 자체가 바로 이런 글쓰기의 전범(典範)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에 뛰어난 점이 있다고 하겠다.

Yes24 ‘thirsty’ 블로그

제가 최근 배운 말을 써먹자면, ‘굉장히 굉장한’ 책입니다. 뭔가 대단한 내용을 담은 책이 아니라, ‘글 깔끔하게 쓰는 법’을 다룬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책이, 1959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도 미국 대학생들에게 글쓰기 입문서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가장 최신판인 4판의 경우 아마존에 등록된 리뷰만 1749건이고, 별점은 4.5점입니다

이 위엄을 보라 (Amazon)

이 위엄을 보라 (Amazon)

이 책의 명성과 위력에 관한 생생한 사례가 또 있어서 다른 블로그를 인용하겠습니다.

미국에서 학부 나온 넘들이 (또는 유럽에서 온 넘들이) 가끔 내 영작이 잘못되었다고 트집을 잡는 일들이 종종 있다. 그때, “한국에서 내가 수강했던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가 조동사는 이렇게 사용하는 거랬어” 뭐 이런식으로 우기는거.. 죽었다 깨나도 안 통한다. 그런데 그 상황에, “The Element of Style에서 조동사는 이렇게 사용하는 거라는 말도 있자나. 너도 당연히 읽었지?” 요렇게 근거를 가져다가 부치면, 5명중의 3명은 이미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내가 건성으로 읽어서 기억을 제대로 못하나보다”라고 생각하고, 게 중 1명은 책 이름을 들어봤으나 아직 안 읽었기 때문에 쪽팔려서 아무말 못한다. (나머지 한명은 뭔지 모르지만, 죽어도 내가 한 영작이 틀렸다고 끝까지 우긴다. 이런 넘들은 대략 박사 초부터 말년까지 아주 골치꺼리이다. 난 아직 이런 부류의 인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요령을 터득하지 못했다.)

[Strunk+White]The Elements of Style (영작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 구글러들 스토리

음… 쓰다보니 화이트와 영작문 교재 찬양 글이 되어버렸네요. 분량 배분에 실패한 글이 되어버렸… ㅠㅜ

이거 쓰는 데 1시간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다음엔 좀 더 짧고 간결하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