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 동대문

거의 1년여 만에 혜화역을 지나 동대문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탔다. 학교 다니던 시절 집에 가던 방향.

정확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많지 않지만 괜히 아련한 감정만 마음속에 아지랑이로 피어오른다.

2년을 꼬박, 그리고 3년 걸러 1년을 다시 꼬박, 1년 걸러 한달 지나다녔던 이 통로.

사실 뒷쪽 시기는 그 앞 시기보다 현재와 가깝지만서도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내 마음을 울리는 건 저기 멀리 떨어져있는 2007년과 2008년.

흔히 과거를 회상할 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뭔가 되고 싶은게 많거나 꿈이 크다거나… 그러진 않았었다. 그때도 나는 이틀 사흘에 한번씩 꼬박꼬박 술을 마시다 열두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갔고, 집에 가서도 굳이 컴퓨터를 켜서는 네이트온에서 새벽 두시까지 수다를 떨었다. 그저 그런 대학생이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그땐 뭔가 마음 속 뜨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 큰 꿈은 없었지만서도, 그냥 막연히 뭔가 따뜻한 게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개는 그저 즐거움이었고, 가끔은 행복함이었다. 어떤 때는 설렘이었고, 때로는 사랑이었다. 연민과 동정심이 따뜻하게 자리할 때도 있었고 분노가 타오를 때도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땐 나이드는 것, 삶을 설계하는 것, 나라는 인간의 정체를 찾아가는 것에서 아주 잠깐 면제되는 특권을 즐기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나름의 걱정과 나름의 혼란을 겪고는 있었다만 지금 대면하고 있는 것들에 비하면 깃털같은 무게감의 문제들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혜화역과 동대문역을 지나니까 괜히 그때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