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성

대중 인문 저술가 남경태 선생은 수년간 다양한 책에서 현대 철학을 설명할 때마다 ‘동시대성’을 강조한다.

이 책에 소개하는 인물들은 모두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태어나 주로 20세기에 활동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서로 만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이 없고 심지어 서로의 책이나 사상에 크게 영향을 주고받지 않았으나 놀라울 정도로 동시대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 각자는 그것을 부인할지 몰라도 우리는 이들의 동시대성을 읽어내고 공통점을 찾아냄으로써, 현대를 이루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찾는 의미 있는 작업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가령, 철학을 연구한 적이 없고 철학자로 불린 적이 없는 프로이트는 무의식과 정신분석 연구를 통해 현대 철학의 토대를 새로 놓은 인물이 되었는데, 그가 연구한 나도 모르는 ‘나’의 존재와 무의식은 근대 철학의 출발점을 무너뜨리며 발전했다. 이는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동일성보다는 차이가, 실체보다는 관계가 훨씬 중요해진다는 철학적 사유를 기표와 기의의 자의성으로써 밝힌 소쉬르의 언어학 연구와 묘하게 닮아 있다. 프로이트 후에 이어진 “나의 주인은 과연 누구(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구조주의자들은 그것을 구조라 대답했고,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그것을 언어라고 보았는가 하면,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는 모두들 프로이트가 열어놓은 지평 위에서 각기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 것이다. 이렇게 사상의 동시대성은 분야를 막론하고 큰 물꼬를 틀기에 이르렀다. 이 책 전반에 걸친 현대사상의 동시대성을 읽어낸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통찰력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한눈에 읽는 현대 철학』출판사 리뷰)

남경태 선생이 말하는 ‘동시대성’이란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각자 의도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유사한 철학을 공유하는 상황이다.

 

이와 똑같지는 않지만, 최근 저널리즘 관련 글 두 편을 읽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연예와 스포츠라는 서로 다른 취재분야를 다룬 두 편의 글이었지만, 두 글이 꼬집는 현상은 무척이나 비슷했다.

1. ‘좋은’ 연예 기사를 볼 수 없는 이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몇 년 사이 대중문화 매체는 정말 엄청나게 늘어났다. 경쟁자가 늘어났으니 경쟁 좋아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대로라면 콘텐츠의 질도 좋아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매체들을 보면 더 좋은 콘텐츠를 내기 위해 경쟁하기보다는 다른 매체가 타 매체와 구별되는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도록 서로가 서로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는 기묘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만약 A라는 매체가 다양한 화보 시안과 깊이 있는 사전 질문지를 준비해 어렵사리 인기 배우 B를 인터뷰했다고 치자. A가 ‘조·중·동’ 정도가 아닌 이상 A를 제외한 매체들은 B의 매니저 혹은 소속사 홍보팀에게 왜 우리는 안 해주느냐, 좌시하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그들이 A만큼 공들여 준비하거나 좋은 결과물을 내긴 쉽지 않다. 하지만 대단한 팩트 없이도 B에 대한 기사를 가장해 험담하는 건 매우 쉽다.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는 매체라면 험담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2. Woj – 최고의 NBA 기자, 하지만.

그러나 워즈날스키가 이렇게 농구판 최고의 소스들을 얻게 되기까지는 단순히 성실한 것 이상이 필요했다. 그의 칼럼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NBA 쪽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가 보도내용과 사견을 부적절하게 섞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그에게 소스를 주는 이들은 추켜세워주고 그에게 협조적이지 않은 이들은 깎아내린다.

어떨 때 보면 워즈날스키는 그의 소스들이 단순히 칼럼 주제 뿐 아니라 논조까지 정하게 두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많은 NBA 기자들이 등 뒤로 끊임 없이 워즈날스키의 방식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는다. 물론 이는 더 잘 나가는 이에 대한 질투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

(…)

그러나 특종을 얻어내기 위해 객관성을 잃는 것은 훌륭한 보도가 아니다. 보도의 주요 대상을 가차 없이 공격하고 부정확한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훌륭한 저널리즘이 아니다. 경쟁상대를 지나치게 미워해 제대로 된 분석을 흐리는 것 역시 좋은 보도가 아니다. 워즈날스키 본인 스스로의 기준에 의해 그는 실패하고 있다.

두 번째 글은 ㅍㅍㅅㅅ 운영자 이승환씨(혹은 리수령)의 페이스북을 통해 접한 글이다. 수령은 이런 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