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보다 빼기

과거엔 유의미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무척이나 까다로운 일이었다. 먼 과거까지 거슬러 상상할 필요도 없다. 당장 스마트폰이 없던 때만 생각해 보자. 그땐 시내버스의 예상 도착시각처럼 간단한 정보도 ‘실시간’으로 알 수 없었다.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버스 도착 예정시각은 스마트폰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젠 아예 정류소마다 실시간 도착정보 안내판이 붙어 있다. 물론 그 사이 각종 모바일 기기로 다른 정보를 본다. 스마트폰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작은 화면 말고도 도처에서 정보가 폭주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관심있는 정보는 언제나 ‘저장’해둘 수도 있다. 지금 내가 바빠서, 지금 내가 정신이 없어서, 지금 내가 차분한 상태가 아니라서, 지금 내가 조용하게 읽을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우연히 접한 정보를 아주 손쉽게 저장해둘 수 있는 시대다. 즐겨찾기 저장·카카오톡 공유·블로그 스크랩·포켓을 비롯한 나중에 읽기 서비스 이용 등.

안 그래도 ‘더하기’가 폭주하는 세상인데 ‘나중을 위한 더하기’까지 간편해졌다는 말이다. 꽤 오랜 기간, 난 이런 기술의 발달을 무척 즐기며 살았다.

지난해부터 쓰기 시작한 앱 ‘포켓’에는 글 저장이 멈추는 날이 거의 없었다. 매일 페이스북과 여타 다른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어떤 정보를 접하고, 나중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은 곧장 포켓에 저장해뒀다. 그 순간 다 읽지 못하고 말이다.

이제 그 삶의 방식을 버리려고 한다. 더하기의 삶의 아니라 빼기의 삶을 살고 싶다.

우선 내가 접하는 정보를 3개 그룹으로 나눴다. 내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하며 의미 있는 것은 ‘A그룹’ 정보라고 하자. 그만큼 중요하진 않지만 흥미를 느끼는 관심사는 ‘B그룹’ 정보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중요하지도 않고 평소 관심도 없지만 어쩌다 접하게 돼 흥미를 느끼는 ‘C그룹’ 정보가 있다.

지금까지 나는 A뿐 아니라 B와 C를 항상 똑같이 챙겼다. 내 삶에 그다지 중요한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야에 관한 이야기에도 눈길을 줬고, 정말 어쩌다 알게 돼 잠깐 흥미를 느꼈지만 엄밀히 말해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이야기인 C에도 시간을 투입했다.

문제는 A그룹 정보만큼이나 B·C그룹 정보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나의 페이스북 뉴스피드와 트위터 타임라인엔 주로 A그룹 정보가 나타나지만 때때로 B그룹 정보가 눈길을 사로잡고 C그룹 정보가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삶에 어떤 순간에 이르러서는 한때 A그룹이었던 정보가 B, 혹은 C그룹으로 밀려나게 된다. 예를 들어 취준생에게 자소서 쓰는 법과 면접 전략이 A그룹 정보였을지라도 그가 사회인이 되고 나면 그러한 정보가 별다른 가치를 지니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과거 영역에 묶여서는 여전히 그 정보에 흥미를 느끼고, 관련 자료를 쟁여두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영어 관련 정보가 그렇다. 한때 겉핥기 수준으로나마 영어학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였던 때가 있어서인지 지금도 영어에 관한 학문적 논의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과연 그게 지금 내 삶에 도움이 될까? 도저히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게도 영어학 지식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로또 2회연속 당첨만큼이나 허무맹랑한 가정이다. 신문사 기자가 무슨 일때문에 영어학 지식으로 일생일대의 갈림길에 놓이겠는가.

이젠 그렇게 살지 않으련다. A그룹과 B그룹, C그룹 정보를 세심히 판단해 그에 투입하는 시간을 조절해야겠다는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동안 앞뒤 가리지 않고 더하기의 자세로 살아왔다면, 이젠 빼기의 자세를 몸과 마음에 익히고 싶다.

효율성 문제만이 아니다. 행복을 위해서도 이렇게 하려는 것이다.

한때 정치적 올바름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거창하게 ‘민주주의’ 운운하려는 것이 아니다. 포털사이트 댓글란에서 막말과 혐오, 조롱, 비아냥, 각종 차별성 발언을 볼 때마다… 나는 한숨쉬고 절망했다.

그런 일 하나하나에 내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요즘 점점 깨달아가고 있다. 그들이 아무 고민없이 내뱉은 지껄임에 마음을 쓰기에 내 삶과 시간이 너무나 귀중하다.

초점을 맞추며 살아야겠다. A그룹 정보와 이야기에 계속 눈길을 주면서 B그룹에 가끔 곁눈질을 하지만, C그룹은 될 수 있으면 초점에서 배제하는 삶의 방식.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곳곳에서 폭주하는 정보를 무작정 더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빼 나가는 삶의 방식. 효율성의 칼날을 벼리는 동시에 감정의 곳간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 길이다.

경중 없이 아무 정보, 이야기, 사건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엔… 내 삶과 감정이 너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