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큘리스와 닌자터틀: 역시 대세는 영어식 표현?

지난 4월에 한 기사를 읽고 나서 페북에 짧은 생각을 좀 끄적거린 적이 있습니다.

네 달이 지난 지금 둘러보니, 셀피가 셀카를 몰아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셀피가 셀카와 같은 뜻이라는 사실 정도가 많이 퍼진 듯하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은 비슷한 변화에 관한 다른 관찰을 간단하게 기록할까 합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두편의 제목과 함께요.

허큘리스

우선 ‘허큘리스’입니다. 그리스 신화 속 간판 영웅인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엄청난 괴력의 전사’ 이야기는 아니라고 하네요.

아무튼, 처음 이 영화 포스터를 보고는 꽤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개봉하는 헤라클레스 영화의 제목이 영어식 발음인 ‘허큘리스’ 였다는 데 놀란 것입니다.

외국어의 한국어 표기방식이라는 게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지만, 수십년간 ‘헤라클레스’였던 이 영웅의 이름이 갑자기 영어식 발음으로 적힌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찾아보니 1965년 경향신문 기사에도 ‘헤라클레스’라는 표기가 나오네요.

오른쪽 맨 끝에 '헤라클레스'가 보입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오른쪽 맨 끝에 ‘헤라클레스’가 보입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물론 지난 4월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기도 합니다. 저 영화의 흥행이 영 신통치 않았으니, ‘허큘리스’ 수입 배급사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겠지요.

어쨌거나 수십년간 ‘헤라클레스’였던 영웅은 이제 한국에서도 영어식 발음에 따라 ‘허큘리스’가 됐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불릴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ninjaturtle

다음으로는 ‘닌자터틀’이 있습니다. 한국인 대다수에게 친숙한 이름인 ‘닌자 거북이’를 버리고 왜 굳이 ‘닌자터틀’이란 제목으로 개봉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배급사 내부에서 나름의 논의 끝에 결정한 제목이겠지만…어색한 느낌은 가시지 않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사실 영화뿐 아니라 가요를 비롯한 대중문화 전반에 영어식 제목이 대세를 이룬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언어 민족주의에 심취했던 4년~5년 전쯤엔 그런 변화들이 못마땅했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대중의 언어 사용을 제약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는 시도를 더 반대합니다. 언어는 변하게 마련이니까요. (다만 제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의 언어’생활’이 계층화될 가능성입니다. 이것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다뤄봐야겠습니다.)

아무튼 이젠 위와 같이 영어식으로 바뀌어가는 각종 제목들을 볼 때면 그저 관찰을 합니다. 놀라워하기도 하고, 어색해하기도 하면서요. 뭐 가끔은 옛날 감수성이 되살아나서는 영어식 이름이 못마땅하게 느껴질 때도 있긴 합니다^^;

아마 저 말고는 별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아래 같은 신문기사도 잘 나오지 않으니까요.

일간스포츠 1999년 1월 16일 지면 기사. 예전에 어느 음식점 화장실에 걸려 있던 신문스크랩입니다. 그 식당이 소개된 지면이었지만, 저는 맛집소개 기사보다는 '뜻모를 외국영화 제목'이란 기사에 더 눈길이 갔지요.

일간스포츠 1999년 1월 16일 지면 기사. 예전에 어느 음식점 화장실에 걸려 있던 신문스크랩입니다. 그 식당이 소개된 지면이었지만, 저는 맛집소개 기사보다는 ‘뜻모를 외국영화 제목’이란 기사에 더 눈길이 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