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vs구글, 누가 ‘창세기’의 주인공으로 남을 것인가-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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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계관에서 ‘창세기’는 아마 제일로 중요한 책일 것 같습니다. 창세기 1장 3절의 “빛이 있으라”라는 말은 기독교 신자가 아닌 제가 보더라도 이성과 감성 모두를 자극합니다. 마치 영화나 연극의 명대사처럼요. 물론 창세기가 기독교 세계관에서 각별한 것은 문장이 멋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기독교 관점에서 이 세상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초기 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은 여러모로 창세기와 비슷합니다. 창세기가 기독교 세계의 출발과 초기 역사를 기록했듯, 책 ‘도그파이트’는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와 스마트폰 기기의 출발과 초기 역사를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재편될 우리 삶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스마트폰 세상의 창세기’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구글과 애플 중에서 누가 창세기의 진짜 주인공이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요.

아이폰, iOS와 안드로이드의 탄생

이 창세기는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책에는 애플과 구글에 관해 널리 알려진 사실뿐 아니라, 글쓴이 프레드 보겔스타인이 20여년간 IT분야 취재를 하며 쌓은 인맥과 취재력이 총동원된 뒷이야기도 풍성합니다.

아이폰이 처음부터 애플의 ‘차세대 혁신 제품’은 아니었다. 일단 잡스를 설득해야 했다.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한 순간부터 잡스와 최측근들 사이에서는 휴대폰 개발이 화제로 떠올랐다. 이유야 분명했다. 이메일, 통화, 음악 감상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기가 있는데, 이를 위해 굳이 두세 대의 기기를 가지고 다닐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35쪽)

(…)
그래서 사나흘 후에 스티브, 나, 조니, 사코먼이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아이폰 프로젝트의 서막을 연 거죠(43쪽)

한 드라마의 시놉시스라고 해도 괜찮을 만큼 읽는 재미가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애플이 지금처럼 거대 기업이 된 2014년의 눈으로 당시를 되돌아보니까 재밌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도그파이트’는 이렇게 멋진 부분만 소개하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죠? “뒷이야기도 풍성”하다구요.

아이폰의 문제점은 명약관화했다. 노래나 동영상을 일부분만 재생할 수 있을 뿐, 전체를 재생하려면 무조건 충돌이 일어났다. 이메일을 보낸 후 웹을 탐색하면 문제가 없지만 순서를 바꾸면 작동되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아이폰 팀은 어떤 작업을 어떤 순서로 하면 아이폰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엔지니어들의 용어로 ‘황금 경로’를 알아냈다.

그러나 잡스가 황금 경로를 따를 때조차도 말썽이 생겨서 막바지까지 온갖 우회로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뇬의 무선 송수신기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는 발표 당일에도 버그가 발견됐다. 

(…)잡스는 무대 위에서 통화할 계획이었는데, 그쪽으로는 손쓸 수 있는 방법이 훨씬 적었다. 그저 신호가 잘 잡히게 한 후에 기도나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 화면에 뜨는 무선 신호 알림 막대가 실제 강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다섯 개가 되도록 사전에 프로그래밍했다. 잡스가 통화하는 몇 분 동안이야 무선 송수신기가 다운될 확률이 낮았지만, 전체 90분의 프레젠테이션 시간 중 다운될 확률은 높았기 때문이다. 

(…)잡스는 음악을 틀고, 전화를 받고, 통화 중 대기 상태에서 다른 전화를 받고, 사진을 찾아서 두 번째 통화 상대에게 메일로 보내고, 첫 번째 통화 상대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다시 음악을 틀 계획이었다. “우리는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시연 제품의 메모리는 120메가바이트밖에 안 되는데, 앱들은 모두 다 미완성이라 메모리를 많이 잡아먹었거든요”(30~33쪽)

이런 어마무시한 산고 끝에 세상에 나온 제품이 바로 최초의 아이폰이었습니다. 이처럼 처절한, 가끔은 찌질한(ㅜㅜ) 노력 끝에 나온 것이 아이폰1 키노트였습니다. 영상 두 개를 소개할까 합니다. 한글 자막이 있는 ‘최초의 아이폰 소개 장면’과, 잡스가 “음악을 틀고 전화를 받고 ~ 다시 음악을 트는” 영상이요. 지금 당장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두 번째 영상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다음 벌어진 일은 정말 마법같았죠. 세상이 변했습니다. 미국보다 한참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변했습니다.

S모 전자의 전지전능한 스마트폰 광고. 한때 우리나라에선 이게 스마트폰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죠.

이제 구글과 안드로이드 얘기도 좀 해볼까요.

안드로이드의 탄생을 둘러싼 이야기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 독자들에겐 아무래도 안드로이드가 구글에 인수되기 전 삼성전자와 먼저 미팅을 했었다는 내용이 가장 흥미로울 것 같네요. (지금이야 안드로이드가 당연히 구글 제품으로 보이지만, 안드로이드도 처음엔 구글 외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고, 나중에 구글에 인수됐습니다)  아래는 안드로이드를 처음 설계한 앤디 루빈의 말입니다.

우리 팀 전원, 나를 포함한 총 일곱 명이 회의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스무명의 중역이 들어와 탁자 반대편에 섰어요. 당시 우리는 동양 문화를 잘 몰랐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있었죠. 그쪽 CEO가 들어오더군요. 그 사람이 앉으니까 그제야 다들 따라 앉는데 무슨 군사재판소 같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내가 프레젠테이션에 들어갔죠. 그 사람들을 벤처투자자라고 생각하고 안드로이드의 비전을 빠짐없이 설명했어요. 마침내 할 말을 다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조용한 겁니다. 침묵 그 자체였어요.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고 할까요. 그리고 낯선 언어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중역 한 명이 CEO와 나직이 무슨 말인가 주고받고는 말했습니다. “무슨 꿈같은 소립니까” 내가 전한 비전에 그들이 보인 반응은, 간단히 말하자면 “도대체 무슨 수로 그런 걸 만들겠다는 겁니까? 사람도 여섯 명밖에 없잖아요 약이라도 했습니까?”였어요 나는 비웃음을 뒤로하고 회의실을 빠져나왔습니다. 구글에 인수되기 2주 전 일입니다. (인수 발표가 있고) 이튿날 그쪽 CEO를 보좌하는 중역이 전화를 해서는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당장 만납시다. (지난번에 서울에서) 우리에게 했던 아주 흥미로운 제안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75쪽)

한국인 독자에겐 여러모로 씁쓸한 일화입니다ㅜㅜ.

아무튼,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는 저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뒤로하고 본격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구글 내부에서도 견제와 반발이 심했나봅니다. 상용화 가망성도 없어 보이는 이상한 프로젝트에 동료 개발자들이 차출되는 것을 구글 직원들은 못마땅하게 여겼더군요.

게다가 구글은 잡스가 위의 동영상처럼 아이폰이라는 신제품을 소개할 때까지만 해도 애플과 아주 사이가 좋은 회사였습니다. 둘에게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으니까요. 데스크톱, 노트북, 모바일 세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독점 거대악을 무찌를 연합군이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구글과 애플의 이사회와 사외고문 중에는 겹치는 사람까지 많았기에 누가 봐도 두 회사는 돈독한 사이였습니다. 단적인 예로 “장기간 애플의 이사로 있었으며 잡스의 절친한 친구였던 빌 캠벨은 슈미트, 브린, 페이지의 최측근 고문”(132쪽)이었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구글 고문과 애플 이사직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두 회사의 관계는 구글이 모바일 세상의 잠재력을 꿰뚤어보고는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에 힘을 쏟기 시작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안드로이드가 공개될 때만 해도 잡스는 구글의 세 리더(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를 철썩같이 믿었던 것 같습니다.

잡스가 구글과 싸움을 시작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인 데 있었던 것 같다. 잡스는 브린과 페이지를 친구로 여겼다. 잡스는 오래전부터 그들의 멘토였고, 세 사람이 주말이면 팰로앨토 시내를, 주중에는 애플 사옥을 함께 거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 잡스 밑에서 일한 중역은 이렇게 전했다. “잡스에게 듣자 하니, 그쪽(브린과 페이지)에 전화를 거니까 그냥 안드로이드를 대단찮게 여기더랍니다. 그때 내가 들은 말을 간단히 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친구들이 나랑 어떤 사이인데, 지금 하는 일을 놓고 거짓말을 하겠어.'”(133쪽)

세기의 아이콘 잡스도 우정 앞에선 분별력이 약해졌었나봅니다. 달리 보면 브린과 페이지, 슈미트가 굉장히 얍삽(ㅡㅡㅋ)했다고 볼 수도 있구요. 안드로이드가 ‘별 거 아닌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던 잡스의 입장과 달리, 구글에선 모바일 시장을 휘어잡기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죠. 다만 모바일 전략의 중심이 처음부터 안드로이드였던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구글 내 안드로이드에 대한 반발도 심했구요. 자세한 사정은 책을 읽어보시면 되겠죠^^?

어찌됐든 안드로이드는 결국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이폰의 iOS와 무척 흡사한 모습으로요.

구글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디렉터 스티브 호로위츠가 안드로이드 탑재 휴대폰을 최초로 공개한 영상 캡처.

구글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디렉터 스티브 호로위츠가 안드로이드 탑재 휴대폰을 최초로 공개한 영상 캡처. (바로 가기)

잡스는 이걸 보고 무척 화를 냈다고 합니다. “동영상 봤어? 그 빌어먹을 게 죄다 우리가 하고 있는 걸 도용한 거잖아”(130쪽)라고 말할 정도였다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안드로이드는 저런 시연 동영상 단계를 넘어 실제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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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가 제조한 T-mobile G1

처음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G1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딱 봐도 알 수 있듯 디자인도 별로였고 성능도 뛰어나지 못했거든요.

대신 이 제품으로 인해 확실하게 변한 것이 있었습니다. 애플과 구글은 이 제품 출시 즈음엔 대놓고 서로를 공격하는 는 관계로 들어섰습니다. 안드로이드가 별 대단하지 않은 프로젝트인것 처럼 말하던 구글은 2009년에 접어들면서 완전히 태도를 바꾸고 공격적으로 안드로이드 확산에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벌어진 일은 우리 모두 알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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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엔하위키 ‘애플 삼성 소송전‘)

 다행히 최근 삼성과 애플이 미국 외 지역 법정분쟁을 끝내겠다는 발표를 하긴 했습니다.(관련 뉴스)

그렇지만 과연 안드로이드 진영과 애플의 싸움이 끝난 것일까요? 이 싸움은 한쪽이 완전히 패배하기 전까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싸움이 계속되어야만 하는 이유, 그리고 제가 왜 굳이 이 글에서 ‘창세기’라는 종교적 비유를 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편에서 마무리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애플vs구글, 누가 ‘창세기’의 주인공으로 남을 것인가-下‘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