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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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rey James Pacres, Writing (CC BY-NC-ND 2.0)

Jeffrey James Pacres, Writing (CC BY-NC-ND 2.0)

드디어 단어/읽기/듣기/말하기편에 이어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다. 쓰기는 일반적인 언어습득에서도 가장 나중에 도달하는 지점이고, 외국어 학습자들에겐 당연히 제일 어려운 과정이다. 나의 경우에도 친구들의 영문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에세이 등을 교정해준 적이 많지만, 여전히 영어 글쓰기는 무척 까다롭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오늘은 영어로 ‘문장 쓰기’ 자체가 아니라,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해야할 것들에 관해 말하려고 한다. 문장 수준의 영작문이 어느 정도 가능하신 분들이 목표 독자인 셈이다.

사실 글쓰기는 한두가지의 방법 소개나 강좌로 제대로 배우기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달해야 할 내용이 방대하고, 또 그 내용이 학습자의 머리속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글은 영어 글쓰기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몇 가지 내용을 알려드리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세밀한 설명보다는 ‘이런 내용이 있다’라는걸 드러내는 정도의 글이 될 것이고, 이런 내용에 관해 진지하게 공부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마지막에 책과 강의 추천을 덧붙였다.

목차:

[1] 영어 문장의 힘은 뒷부분에. 문미비중과 문미초점의 원리(End-weight & End-focus)

[2] 문장의 정보 배열을 조절하라. 구정보-신정보 배열 (Given-New Contract)

[3] 읽기 쉬운 글의 미덕. 글의 응집성(Cohesion)과 통일성(Coherence)

[4] 수동태

[5] 독자의 독해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하자. 문장부호의 사용 (Punctuation)

[6] 글을 쓰는 절차

[7] 마무리. 책 & 강의 추천


[1] 영어 문장의 힘은 뒷부분에. 문미비중과 문미초점의 원리(End-weight & End-focus)

영어 문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틀을 먼저 소개하고 시작하겠다.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문장을 분석할 때, 동사를 기준으로 그 앞부분의 모든 내용은 주제부(Topic Position)라고 부른다. 같은 기준으로 그 다음부분은 강조부(Stress Position)다. 이 구분은 앞으로 계속 유효하다.

(1) 길고 복잡한 정보를 문장의 뒤로 보내자. 문미비중의 원리 (End-weight)

우선은 문장 하나를 살펴보는 단계에서 출발한다. 영어로 글을 쓸 때, ‘길고 복잡한 내용’은 문장(혹은 절)의 뒷부분으로 보내야 한다. 무거운 정보(weight)를 뒷부분(end), 즉 강조부(Stress Position) 쪽으로 보내라는 의미다.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는 차이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복잡하고 긴 정보를 어디에 배치하는가에 있어 아주 극명한 차이가 있다. 문장(혹은 절) 수준에서, 한국어는 복잡하고 긴 정보를 주로 앞에, 영어는 복잡하고 긴 정보를 주로 뒤에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은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이한정 교수님의 수업 자료를 발췌한 것이며, 앨빈 토플러의 글 한토막을 한국인 학생 A가 한국어로 번역한 뒤 그것을 다시 학생 B가 영어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밑줄친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자.

1. 앨빈 토플러의 원문(출처: ‘Revolutionary Wealth’)

The economic ascent of China, India and, less noticeably, Brazil helped derive oil prices to record levels in 2005; prices were twice as high as in 2002. That makes alternatives to oil more competitive. It also calls into question how long present oil reserves can last. No one can predict when the last barrel of crude will be pumped.

2. A의 한국어 번역

중국과 인도 그리고 부분적으로 브라질의 경제적 성장으로 2005년 유가는 2002년에 비해 유례없는 상승을 경험했다. 그 결과 석유 대체 자원들이 더욱 경쟁력을 얻고, 현재 지구상에 얼마나 원유가 남아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마지막 한 방울의 원유가 채취되는 날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소 오역이 있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이다.)

3. B의 영어 번역

Due to the economical growth of China, India and some parts of Brazil, the oil price of the year 2005 has increased compared to the price of it in the year 2002. As a result of it, the resources that substitute oil has gained more competition, and the question of how much oil has left on earth has emerged. When the last drop of oil will be found cannot be predicted by anyone.

밑줄 친 부분이 각각의 문장과 절 내에서 어느 지점에 위치하는지 다시 살펴보자. 길고 복잡한 정보가 문장(혹은 절)의 뒷 부분(강조부)에 위치해야하는 영어와 달리, 한국어는 길고 복잡한 정보를 문장의 앞부분에 배치한다.

A학생은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한국인 B학생이 그러한 한국어의 정보 배치 방식을 영어 문장에 그대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문미비중의 원칙을 위배한 결과, ‘문법적으로 틀린 점은 없지만 영어답지 않은’ 영어 문장이 나왔다.

 

(2) 중요한 정보를 문장의 뒤로 보내자. 문미초점의 원리(End-focus)

길고 복잡한 정보는 대개 의미적으로도 ‘중요한’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문미비중의 원리를 지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중요한 정보’를 뒷부분으로 보내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문미비중의 원리와 구분해서 생각해야할 또 다른 규칙이다. 영어 문장에서 ‘중요한 정보’일수록 문장의 뒷부분에 위치해야 한다는, 문미초점의 원리(End-focus)이다.

A1) In America I studied linguistics.
B1) I studied linguistics in America.

아주 간단한 문장이지만, 위의 두 문장은 완전히 쓰임새가 다르다. 두 문장의 강조점이 ‘공부한 학문’과 ‘공부한 장소’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각각의 문장은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A2) What did you study in America?
B2) Where did you study linguistics?

문미초점(End-Focus) 구문에 관하여'(한양대 영어영문학과 이기정 교수)

대체로 문미비중과 문미초점이 원리는 걸음걸이의 왼발과 오른발처럼 한쪽을 맞추면 다른 한쪽이 저절로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길고 복잡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익숙해서 이해하기 쉬운 내용일 수 있고, 짧은 한두 단어일지라도 상대적으로 생소한 정보일 수 있다. 또한 길이가 비슷하더라도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다를 수 있다. 이런 경우 두 원칙 가운데 우선적으로 따라야할 것은 문미초점의 원칙이다. ‘생소하거나 중요한’ 정보일수록 문장의 뒷편으로 가야 한다. 예문을 살펴보자.

A) Although they were not completely happy with it, the committee members adopted her wording of the resolution.

B) The committee members adopted her wording of the resolution, although they were not completely happy with it.

An Introduction to English Grammar (3rd ed.), p.149

although 절의 위치를 조절했을 뿐이지만, 두 문장은 서로 초점이 다른 문장이 되었다. A문장이 위원회 행동에 초점을 맞췄다면, B문장은 그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문장이다.

이러한 문미비중/문미초점의 원칙이 적용되는 또 다른 부분이 바로 가주어/가목적어 그리고 도치 등 각종 특수구문이다. 보통 중고등학생 시절 ‘영어는 주어가 긴 걸 싫어한다’고 단순하게 배우고 넘어가지만, 이 같은 가주어/가목적어 사용 등에는 길고 복잡한 정보가 문장 뒷부분에 있어야 한다는 문미비중과 문미초점의 원칙이이 숨어 있다. 예문과 함께 보자.

The fact that many doctors who came to Finland in the 1960’s had to start their medical studies over from the beginning in order to be licensed to practice here is unfortunate.

It is unfortunate that many doctors who came to Finland in the 1960’s had to start their medical studies over from the beginning in order to be licensed to practice here.

 

[2] 문장의 정보 배열을 조절하라. 구정보-신정보 배열 (Given-New Contract)

영어든 한국어든, 글에 쓰이는 하나의 문장은 ‘독자에게 친숙한 정보’에서 시작해, ‘생소한 혹은 새로운 정보’로 끝맺음하는 것이 효율적인 정보 전달을 가능케 한다. 이제부터는 문장 하나의 수준이 아니라, 그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도 생각해야하는 단계다.

하나의 문장을 쓸 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이나 이전에 언급했던 정보라면 굳이 신경써서 소개할 필요가 없다. 이런 내용·정보는 이미 드러난 정보라는 점에서, ‘구정보(Given, Old Information)’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구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으로는 △정황상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만한 사실 △직접적으로 언급했던 내용을 다시 말하기 △앞서 말했던 진술상 누구든지 추론 가능할만한 내용 등이 있으며, 가급적 문장의 앞부분(주제부)에 위치해야 한다.

구정보에 이어 ‘동사’를 지난 후, 문장 후반부(강조부)에 ‘신정보(New Information)’을 배치해야 한다. 독자들이 알고 있지 못할 법한 내용이야말로 글쓰는 사람이 진정 전달해야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들이 실질적으로 문장을 이끌어나가는 ‘힘’ 있는 내용이다. 독자로 하여금 ‘이미 친숙한 것들’에서 읽기를 시작해, ‘새로운 사실’에 도달하게 이끄는 것은 글쓰는 사람의 기본적인 자세 아닐까.

다시 한 번, 앨빈 토플러의 글과 한국인 학생 B의 문장을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문장의 앞 부분(주제부)에 구정보를 배치했는지, 신정보를 배치했는지 함께 살펴보자.

1. 앨빈 토플러의 원문

The economic ascent of China, India and, less noticeably, Brazil helped derive oil prices to record levels in 2005; prices(1) were twice as high as in 2002. That(2) makes alternatives to oil more competitive. It(3) also calls into question how long present oil reserves can last. No one can predict when the last barrel of crude will be pumped.

(1) 앞 절에서 언급된 prices를 그대로 반복하며 새로운 절을 시작했다.
(2) 앞서 소개된 내용을 대명사 That으로 지칭하며 새로운 문장을 시작했다.
(3) 앞서 언급된 내용을 다시 한 번 대명사 It으로 받아 새로운 문장을 시작했다.

2. B의 영어 번역

Due to the economical growth of China, India and some parts of Brazil, the oil price of the year 2005(1) has increased compared to the price of it in the year 2002. As a result of it(2), the resources(3) that substitute oil has gained more competition, and the question of how much oil has left on earth has emerged. When the last drop of oil will be found cannot be predicted by anyone.

(1) Due to~부분은 전치사구로서, 영어 독자는 이 같은 전치사구를 비교적 덜 중요한 내용으로 인식한다. 그에 이어지는 the oil prices가 해당 문장을 실질적으로 여는 부분인데, 전혀 언급된 바 없는 ‘유가’로 절을 시작했다.
(2) 앞서 소개된 내용을 처리하는 대명사 it이 As a result of라는 전치사구 뒤로 밀려났다.
(3) ‘prices’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새로운 절을 갑작스레 ‘resources’로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자. 독자가 알 법한 내용(구정보)은 문장의 앞에! 독자가 알지 못할 법한 내용(신정보)은 문장의 뒤에!

이것을 앞서 배운 문미비중, 문미초점의 원리와 함께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영어 문장은 동사를 기준으로,

앞부분엔 짧고 단순하고 친숙한 정보를 / 뒷부분엔 길고 복잡하고 새로운 정보를 담아야 한다.

 

[3] 글의 응집성(Cohesion)과 통일성(Coherence)

cohesion과 coherence의 한국어 번역어가 아직 통일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이 글에선 각각 ‘응집성’과 ‘통일성’으로 표기하겠다.

(1) ‘응집성’, 문장과 문장 사이의 긴밀한 결합

‘응집성’이라는 단어는 화학 용어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위 그림에서 보이듯 동일한 분자끼리 단단하게 결합하는 성질이 응집성이다. 힘으로 표현하자면 ‘응집력’일 것이다.

‘글의 응집성’도 이와 유사한 개념이다. 하나의 문장과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이 의미상 긴밀하면 긴밀할수록 글의 응집성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 영어 글에서 응집성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살펴보자.

A) Light rock-and-roll can be as comforting to a college student as classical music can be to a professor. Most radio stations play light rock-and-roll. Themes about sex, alcohol, and violence come up in the lyrics of light rock-and-roll. But country music deals with sex, alcohol, and violence too.

B) Light rock-and-roll can be as comforting to a college student as classical music can be to a professor. Light rock-and-roll(1) is played by most radio stations. The lyrics of light rock-and-roll(2) bring up themes about sex, alcohol, and violence. But these themes(3) come up in country music too.

출처: 루이빌 대학교

글 A의 경우, 모든 문장이 그 앞의 문장과 무관한 단어로 시작한다. 응집성이 크게 떨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반명 글 B의 경우 모든 문장이 앞선 문장의 내용과 매우 밀접한 단어로 시작한다.

(1)부분에서 ‘Light rock-and-roll’이라는 소재를 반복하고, (2)에선 록큰롤의 당연한 구성 요소인 ‘가사’라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3)에선 앞서 나열한 것들을 감싸안는 ‘these themes’라는 단어로 새 문장을 시작한다.

눈치채신 분도 있을 것 같다. 글의 응집성은 앞서 다룬 ‘구정보-신정보 배열’과 사실상 비슷한 내용이다. 하나의 문장을 시작할 때, 이전 문장과 관련 있는 내용으로 시작해야 글의 응집성이 높아진다. 이전 문장과 관련 있는 말은 다름이 아니라 ‘구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모든 문장을 구정보로 시작한다고 해서 글이 깔끔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살펴야 할 개념이 바로 ‘통일성’이다.

(2)’통일성’, 여러 문장을 하나의 주제로 꿰는 힘

글의 통일성이란, 하나의 문단을 구성하는 모든 문장이 그 문단의 핵심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문장과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된다는 점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상적인 글이라면, 하나의 문단은 철저하게 하나의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의 주제를 다루며 여러 문장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장들의 주제부(Topic Position)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극단적인 사례를 함께 보고 넘어가겠다. 한국어 문장인데다 글의 전체적인 어조에 맞지 않는 사례지만(현아 덕분에 더욱…) ‘통일성이 없는’ 문장을 이해하기에는 꽤 유용하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응집성을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통일성은 전혀 발견할 수 없는 동요 가사다. 응집성 자체는 아주 훌륭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문장이 서로 전혀 관련없는 주제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제 영어 문장으로 돌아가, 응집성과 더불어 통일성까지 지키는 글에 대해 알아보겠다. 조셉 윌리엄스의 명저 ‘스타일’의 한 부분이다.

A. Consistent ideas toward the beginnings of sentences, especially in their subjects, help readers understand what a passage is generally about. A sense of coherence(1) arises when a sequence of topics comprises a narrow set of related ideas. But the context of each sentence(2) is lost by seemingly random shifts of topics. Unfocused, even disorganized paragraphs(3) result when that happens.

B. Readers understand what a passage is generally about when they see consistent ideas toward the beginnings of sentences, especially in their subjects. They feel a passage is coherent when they read a sequence of topics that focuses on a narrow set of related ideas. But when topics seem to shift randomly, readers lose the context of each sentence. When that happens, they feel they are reading paragraphs that are unfocused and even disorganized.

‘Style : Lessons in Clarity and Grace'(11th ed.), p.83~84.

글 A의 경우, 문장들의 주제부를 봤을 때 응집성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다. (1)은 그 전 문장의 consistent ideas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며, (2)의 경우 역시 글과 문장에 대해 말하고 있는 문단이기 때문에 친숙한 내용일 수 있다. (3)의 경우는 다소 응집성이 떨어지는 경우다. 그러나 글 A는 통일성이 형편없는 글이다. 주제부에 들어간 내용들이 제각각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면 글 B는 후반부의 topics와 that을 제외하면, 모든 문장의 주제부가 같은 대상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도입부를 평이한 단어로 시작해 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까지 한다. 문단을 이렇게 구성할 경우, 응집성이 높아 독자가 글을 읽기도 편하며, 통일성이 높아 독자는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을 명확하게 인지하며 따라갈 수 있다.

응집성과 통일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래 두 문단 또한 ‘스타일’에서 발췌한 글이다. 글 A와 B 가운데 어떤 글이 더 읽기 수월한지, 판단을 여러분에게 맡겨보겠다.

A) The basis of our American democracy—equal opportunity for all— is being threatened by college costs that have been rising fast for the last several years. Increases in family income have been significantly outpaced by increases in tuition at our colleges and universities during that period. Only the children of the wealthiest families in our society will be able to afford a college education if this trend continues. Knowledge and intellectual skills, in addition to wealth, will divide us as a people, when that happens. Equal opportunity and the egalitarian basis of our democratic society could be eroded by such a divide.

B) In the last several years, college costs have been rising so fast that they are now threatening the basis of our American democracy—equal opportunity for all. During that period, tuition has significantly outpaced increases in family income. If this trend continues, a college education will soon be affordable only by the children of the wealthiest families in our society. When that happens, we will be divided as a people not only by wealth, but by knowledge and intellectual skills. Such a divide will erode equal opportunity and the egalitarian basis of our democratic society.

‘Style : Lessons in Clarity and Grace'(11th ed), p.77

[4] 수동태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토대로 한국에서 너무나 무성의하게 교육되는 내용 하나를 바로잡으려 한다. 바로 수동태의 ‘기능’이다

보통 중고등학교과 대부분 영어학원에서는 수동태를 ‘능동태의 변환’ 형태로 가르치는 동시에 ‘행동주체가 중요하지 않을 때’ 정도의 사용 이유만을 가르친다. 또한 ‘영작문’ 수업에선 “가급적 능동태를 쓸 것”이라는 원칙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수동태의 진정한 쓰임새는 문장의 흐름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데 있다. ‘구정보/신정보’에 따라, ‘문미초점’에 따라, ‘응집성과 통일성’에 따라 문장을 다듬을 때 능동태와 수동태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문으로 살펴보자,

Almost all entrants to teaching in maintained and special schools in England and Wales complete a recognised course of initial teacher training.
→이 문장 다음에 올 것으로 자연스러운 문장 아래에서 A와 B 가운데 무엇일까?

A) Such courses are offered by university departments of education as well as by many polytechnics and colleges.

B) University departments of education as well as many polytechnics and colleges offer such courses.

랭카스터대학 리처드 샤오 교수의 강의자료

정답은 A이다. 앞선 문장에 나온 정보인 ‘course’를 자연스럽게 이어받고 있으며(구정보/신정보), 복잡하고 길고 중요한 정보가 뒤에 나온다는 문미비중/문미초점 원리까지 충족하고 있다. 대부분 영작문 수업이 피하라고 강조하는 수동태가 여기에선 능동태보다 글의 흐름을 훨씬 부드럽게 한다.

아래의 경우는 능동태와 수동태 사용에 따라 달라지는 ‘통일성’이다.

A) The town is a major centre for the timber industry and <the town> is surrounded by large industrial and shipping complexes in the river Dvina, <the town> stretching away to the White Sea about thirty kilometers to the north.

B) The town is a major centre for the timber industry and large industrial and shipping complexes in the river Dvina surrounded it, <the town> stretching away to the White Sea about thirty kilometers to the north.

랭카스터대학 ‘리처드 샤오’ 교수 강의자료

A에선 the town이라는 주제의 통일성이 지켜졌지만, B의 경우 ‘능동태’를 사용한 탓에 그 통일성이 깨져버렸다.

 

[5] 독자의 읽기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하자. 문장부호의 사용 (Punctuation)

우리는 말로 대화를 할 때, 특정한 내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억양 조절을 하거나 말의 속도를 조절한다. 소리 언어의 그러한 기능을 글자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문장 부호이다.

한국어의 경우 글쓰기에서 문장 부호의 체계적인 사용 방법이 아직 일반 대중의 언어생활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영어 글쓰기의 경우 문장 부호의 기능과 규칙이 상당히 규칙적으로 정립돼 있다.

여기선 문장 부호에도 규칙이 있다는 사실과 예시 두 가지만 보여드리고 마무리하겠다. 문장부호의 자세한 쓰임새를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글 하단의 추천 목록을 참고하기 바란다.

우선 문장 부호들이 각기 다른 기능을 내포하고 있으며, 상호간의 ‘위계질서’ 혹은 ‘서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음은 문장 부호의 기능과 상호간의 위계를 설명하는 도표다. 클릭해서 크게 볼 수 있다.

문장을 완전히 마무리짓는 . ? ! 세 종류의 부호는 의미 단절(Seperation)을 가장 크게 가져오며, 이는 문장 부호들 사이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그 아래로는 점차 단절의 효과가 줄어들고,앞선 부호들보다 서열이 낮은 부호가 된다.

길고 복잡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 문장 부호의 조절은 필수적이다. 사례 두 가지를 함께 살펴보자.

첫 번째 사례는 시카고 스타일가이드에서 발췌한 문장부호 쓰임새의 오류와 그 해결책이다.

The defendant, in an attempt to mitigate his sentence, pleaded that he had recently, and quite unexpectedly, lost his job, that his landlady—whom, incidentally, he had once saved from attack—had threatened him with eviction, and that he had not eaten for several days.

(The Chicago Manual of Style, 15th Editi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3)

세 개의 that절을 모두 콤마(,)로 나열했다. 이것 자체만으로는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여러 개의 that절을 쉼표로 나열하는 것은 아주 흔한 경우다. 그러나 위의 문장은 문장 부호 사이의 ‘위계 질서’가 무너졌다는 것이 문제다.

두 번째 that절 안에서 landlady를 강조하기 위해 대시(—)를 사용했는데, 대시는 쉽표보다 위계 질서가 높은 부호다. 쉼표로 나열되는 절 내부에 쉼표보다 위계질서가 높은 대시가 들어가면 어색한 구조가 되어버린다. 한국인인 우리가 읽을 때는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영어 원어민 혹은 영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비원어민이 읽었을 때는 독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윗글의 밑줄 친 부분에서 쉽표는 ‘The defendant pleaded’ 사이에 들어간 삽입구 표시다. 그 결과, 위의 글은 ‘삽입구를 위한 쉼표’와 ‘that절 나열을 위한 쉽표’가 산재된 엉성한 글이 되어버렸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이 해결할 수 있다.

The defendant, in an attempt to mitigate his sentence, pleaded that he had recently, and quite unexpectedly, lost his job; that his landlady—whom, incidentally, he had once saved from attack—had threatened him with eviction; and that he had not eaten for several days.

that절을 나열하는 문장부호를 세미콜론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대시(—)와 위계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삽입구를 위한 쉼표와도 혼동을 야기하지 않는다.

두 번째 사례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버밍엄 감옥에서의 편지’ 일부분이다. 세미콜론을 이용한 when 절의 나열, 나열하는 when절의 내용들이 일상적인 것에서 점차 사회적인 것으로 확장하는 점증적 구조, 그렇게 쌓아올린 긴장을 ‘대시’를 통해 강렬하게 매듭짓는 기교 등이 극적으로 나타나는 스타일이다. 다소 긴 분량이지만, 아름다운 영어 글쓰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꼭 정독해봐야 할 글이다.

Perhaps it is easy for those who have never felt the stinging darts of segregation to say, “Wait.” But when you have seen vicious mobs lynch your mothers and fathers at will and drown your sisters and brothers at whim; when you have seen hate filled policemen curse, kick and even kill your black brothers and sisters; when you see the vast majority of your twenty million Negro brothers smothering in an airtight cage of poverty in the midst of an affluent society; when you suddenly find your tongue twisted and your speech stammering as you seek to explain to your six year old daughter why she can’t go to the public amusement park that has just been advertised on television, and see tears welling up in her eyes when she is told that Funtown is closed to colored children, and see ominous clouds of inferiority beginning to form in her little mental sky, and see her beginning to distort her personality by developing an unconscious bitterness toward white people; when you have to concoct an answer for a five year old son who is asking: “Daddy, why do white people treat colored people so mean?”; when you take a cross county drive and find it necessary to sleep night after night in the uncomfortable corners of your automobile because no motel will accept you; when you are humiliated day in and day out by nagging signs reading “white” and “colored”; when your first name becomes “nigger,” your middle name becomes “boy” (however old you are) and your last name becomes “John,” and your wife and mother are never given the respected title “Mrs.”; when you are harried by day and haunted by night by the fact that you are a Negro, living constantly at tiptoe stance, never quite knowing what to expect next, and are plagued with inner fears and outer resentments; when you are forever fighting a degenerating sense of “nobodiness”then you will understand why we find it difficult to wait.

(펜실베이니아 대학 아프리카학 홈페이지)

 

[6] 글을 쓰는 절차

지금까지 문장 하나를 쓰는 방법과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방법을 다루었다면, 글 한 편을 어떻게 써야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글쓰기의 ‘절차적 지식’에 관한 부분인 셈이다. 다만 여기에서 그 모든것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절차적 지식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에 소개해드릴 책과 강의에서 배울 수 있다. 여기선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1) 글을 쓰면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먼저 꺼내어 써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는 영어 문장을 효율적으로 작성하는 방식에 위배된다.

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 머릿속 ‘사고의 흐름’은 효율적인 글의 정보 배열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글 고치기’가 필요한 이유가 된다. 초고를 쓰는 동안 중요한 정보들이 문장의 앞부분에 계속해서 나타나게 마련이지만, 그것들을 차후 편집 과정에서 다시 다듬어야 하는 것이다. 초안이 어느 정도 잡힌 이후에는, 끊임없는 고치기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2) 오류를 기록한 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틀리는 문제는 꼭 다시 틀린다’는 것은 학창시절 누구에게나 상식이었을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인지과정의 산물인 ‘글’은 각자 자신의 두뇌 사용 패턴에 따라 특징과 실수가 비슷하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 글 전체가 의도하는 내용과 관련된 특정 부사를 남발하는 글쓰기 버릇이 있다. ‘여전히 ~한 문제가 있다’는 요지의 글을 쓸 때는 ‘still’을 지나치게 많이 쓴다. 자신이 작성한 초고에서 나타난 오류의 종류와 해결책을 따로 기록해 보관하면, 나중에 글을 쓸 때 참고하기 아주 좋은 자료가 된다.

 

[7] 마무리. 책 & 강의 추천

영어 글쓰기에 이러이러한 원칙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효과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번 글을 썼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명확한 도구다. 뛰어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글쓰기에서 만큼은 자신의 연장을 계속해서 갈고 닦아야 하며 한 편의 글을 쓴 후에도 끊임없이 보살피고 어디 흠결은 없나 신경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다만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분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오르지 못할 나무가 아니다.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정상의 절경을 선사해주는 높은 산과 같다. 영어로 하는 작업은 그 산의 높이가 조금 더 높을 뿐이다. 이상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며 약간의 책과 강의 추천을 덧붙이겠다.

 

1. 베이직 잉글리쉬 라이팅 Basic English Writing- 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거침없이 써지는 (하명옥)

아직 기초적인 영작 수준에서 문제를 느끼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분들은 이 책으로 첫 걸음을 떼길 추천한다. 시중의 기초 영작문 안내서들 가운데 가장 알찬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2. 원서 잡아먹는 영작문 (최용섭)

위의 경우보다는 영어 문장을 잘 만들어내지만, 그래도 문장 구성력이 약하신 분들을 위한 책이다. 한국어와 영어 문장 간의 대조 분석을 통한 자기 교정이 가능하다. 아주 효율적인 방식의 영작 교재라고 생각한다.

3. Style: Lessons in Clarity and Grace (Joseph Williams, Joseph Bizup)

영어 문장 작성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명저. 인생의 목표로 영어를 공부하던 시절, 평생을 두고 계속해서 공부하겠다고 다짐한 책이다. 한국어 번역본도 있다: [STYLE(문체) 명확하고 우아한 영어글쓰기의 원칙]

그러나 영어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탐구할 만한 영어 실력을 갖추신 분들이 굳이 한국어 번역본이 필요할지는 잘 모르겠다. 국어 문체를 다듬기 위해 영어 문체 이론서를 탐구하는 용도로 더 적절하지 않을까.

4. On Writing Well (William Zinsser)
번역서: 『글쓰기 생각쓰기』 이한중 역.

여타 다른 문체, 스타일 안내서와는 달리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있다. 정말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쓴 글쓰기 안내서로 유명하다.

5. Writing for Social Scientists (Howard Becker)
번역서: 『사회과학자의 글쓰기』 이성용 역.

글쓰기의 절차적 지식에 관해 자세하게 안내한 책이다. 신변잡기적 글쓰기가 아닌, 논증을 구성하는 ‘제대로 된’ 글을 쓰고자 하는 분들이 읽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6. 먹고, 쏘고, 튄다 (린 트러스 지음, 장경렬 역)

문장부호의 사용에 관해 아주 자세하게 다룬 책이다. 원서보다 번역본을 추천한다. 영어 모국어 화자로서 알지 못하는 비원어민의 어려움을 번역자가 아주 성실한 각주로 메꿨기 때문이다.

7. 강의 추천

한겨레 신촌 교육문화센터의 Rhetorical Writing & Academic Writing. (라성일 선생님)

이 글 자체가 라성일 선생님 강의의 일부를 토대로 하여 재구성한 글이다. 10주 정도에 걸친 수업을 듣고 나면, 영어 문장을 바라보는 눈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예전에 썼던 단어 관련 글도 사실상 라성일 선생님의 수업 덕분에 쓸 수 있었던 글이었다.

 

*사족.

‘글의 응집성’은 한국어 글쓰기에 곧바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원리이다.

1. 나는 대학생이다. 영문과 학생이다. 다양한 것들을 영문과에서 배울 수 있다. 소설이 그것들 가운데 가장 좋다. 단어나 문장의 수준을 보면, 소설가들은 정말 대단하다.

2. 나는 대학생이다. 전공은 영문학이다. 영문학과에서는 다양한 것들을 배운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 소설 작가들은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두 글은 정확하게 똑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 글에 비해 첫 번째 글은 대학생의 글이라기보단 초등학생의 일기처럼 보인다.


이 글은 2013년 5월 4일 예전 블로그에 처음 작성됐으며, 2014년 3월 15일 수정을 시작해 2015년 1월 25일 다시 공개됐다. 영어 공부법에 관한 글의 마지막이다.

  • 이재영

    안녕하세요. 글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Wonjun Seol

    형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글에 추천해주신 강의 저도 꼭 들어보고 싶네요ㅎㅎ

    • 오랜만이네요ㅋㅋ. 한형민어학원 수업도 좋지만, 좀 더 학술적이고 깊은 이해를 위해서라면 저 강의가 정말 좋아요!

  • Chun-Bae Kim

    한때 영어생활권에서 살았고 지금도 가끔은 번역도 하곤 합니다만, 이런 접근은 처음입니다. 진작 이렇게 익혔더라면 싶군요. 물론 지금부터라도 큰 도움되겠어요.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 글 올렸습니다.

    • 사실 요즘은 대학 교양영어에서도 어느 정도 지도하는 내용이지만, 대학 새내기들이 교양 수업을 자세히 듣지 않다보니..^^; 아무튼 감사합니다!

  • Keon Joo Lee

    안녕하세요. 영어 관련 올리신 글들 다 정독했습니다. 감사인사 남기고 싶어 댓글 남겨요 ㅎㅎ. 죽~잘 따라오다가 글쓰기 관련 글은 제게 아직 너무 어렵네요. 다른 글들은 제가 지금 우선적으로 하려고 하는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여휘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진짜 진짜 좋네요. 명쾌합니다!!! 라성일 선생님이 추천하시는 잘쓰여진 책이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부의미래 같은 책도 잘쓰여진건지 style의 원칙을 따르는지 알고싶네요. style의 원칙을 잘 따라서 쓰여진 좋은 책 목록 알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