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사는 부정적이지 않다 : 한국 영문법의 일본어 흔적 문제

완결성을 갖춘 글이 아니라는 걸 먼저 밝히겠다. 그리고 내 독창적 문제 제기도 아니다. 다음카페 ‘함께 영어를 배우자’의 ‘감각개념’이라는 분이 쓴 글이 시작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알길 바라며, ‘감각개념’님의 사실 언급에 몇 가지를 덧붙여서 내가 알고 있는 작은 부분을 공유하기 위해 기록하는 글이다. 글의 흐름에 신경쓰기보다는 간단한 사실만 나열한다.

1. 학교에서 배우는 영문법 용어, 어디서 왔을까

– 거의 100% 일본제 한자어를 수입했을 것으로 추정.

예) 아래 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문법 용어랑 거의 다 일치하는 것 같다. 내가 한자에 워낙 약해서 조금 비교해 보다 말았다 ㅡㅡ

日本語 ふりがな ROMA-JI ENGLISH
品詞 ひんし hinshi part of speech / word class
名詞 めいし meishi noun
代名詞 だいめいし daimeishi pronoun
動詞 どうし doushi verb
他動詞 たどうし tadoushi transitive verb
自動詞 じどうし jidoushi intransitive verb
助動詞 じょどうし jodoushi auxiliary verb
形容詞 けいようし keiyoushi adjective

출처: English grammar terms in Japanese kanji, hiragana, and Roma-ji.

2. 이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수많은 개념어는 대부분 일본제 한자어의 차용이다. 

예)

◦ 철학 용어: 관념(觀念), 시간(時間), 선천(先天), 원리(原理), 의무(義務), 이상(理想), 철학(哲學), 추상(抽象), 현상(現想), 후천(後天)

◦논리학 용어: 귀납법(歸納法), 긍정(肯定), 내포(內包), 명제(命題), 부정(否定), 연역법(演繹法), 외연(外延)

◦심리학 용어: 능력(能力), 본능(本能), 의식(意識), 정서(情緖), 직각(直覺)

◦기타: 과학(科學), 관능(官能), 관찰(觀察), 기술(技術), 예술(藝術), 인상(印象), 지질학(地質學), 충동(衝動)

출처: 근대어 성립에서 번역어의 역할―일본의 사례 (pdf 바로 가기 & 새국어생활 홈페이지 바로 가기)

3. 문제는 무엇인가? 일본식 한자 읽기와 한국식 한자 읽기가 다르다. 일본어에선 의미 이해에 방해되지 않을 한자 개념어들이 한국어에선 의미 이해를 방해한다.

예)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영문법 용어에 쓰이는 ‘부정’이라는 단어: 부정관사와 부정사.

한국어에서 ‘부정’이라고 말하면 보통은 1)’올바르지 않음'(不正) 2)’그렇지 않다'(否定)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유독 영문법에서만 ‘부정’이 3)’정해지지 않음'(不定) 이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평소 언어 습관과 판이하게 다른 ‘부정’관사와 ‘부정’사의 뜻을 접하면서 혼동을 겪는다. 

일본에서 만든 한자 영문법 용어를 그대로 갖다 쓴 결과다. 일본어에서는 세 단어의 발음이 모두 달라서 이런 혼동이 없다.

1)’不正'(올바르지 않음)은 ‘ふせい fusei’라고 읽는다.

2)’否定'(그렇지 않다)은 ‘ひてい hitei’라고 읽는다.

3)’不定'(정해지지 않음)은 ‘ふていfutei’라고 읽는다.

4. 극복 방안은?

지금껏 해왔듯 영어 수업시간에 매번 한자 뜻 풀이를 한다.

새로운 한국식 번역어를 만든다.

문법 용어를 그냥 영어로 쓴다.

…?

* 한자를 거의 모르고 일본어를 완전 모르는 게 너무 안타깝다. 일본 논문을 직접 찾아보면 도움이 될 텐데…

* 본문에 링크한 것 외에 지금까지 찾아본 자료:

Japanese English Education and Learning:   A History of Adapting Foreign Cultures

The First English Grammars of the Edo Period :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Parts of Speech

한국 영어 교육 학습서의 역사

지금 막 찾았으며 앞으로 읽어보고 싶은 자료:

English Language Education in Korea Under Japanese Colonial

한국의 영어교육사 : 19세기 이후 한·영·미·일 비교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