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희 동아일보 소동’, 뉴스통신사 개념을 아는 사람이 너무 적다.

발생한 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알려진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사태.

오늘은 이 사건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 언론에 대한 불신과 조롱이 쏟아져나온 해프닝과 그 해프닝의 원인이 된 ‘무지'(어감이 좋지 않아 사용을 피하고자 했으나, 마땅한 대체어가 떠오르지 않았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관한 다양한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전문 정보 제공과 흥미 유발 모두가 매력적인 기사가 하나 나왔다.

21일 뉴스1의 지봉철 기자가 쓴 ‘천재해커 이두희 “개인정보 1억건 유출, 터질게 터졌다”‘ 라는 기사다.

그가 이번 사건이 벌어진 근본 원인을 크게 두가지로 지적했다. 첫째는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기업의 정보망 보안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민등록번호의 활용도가 높다보니 이를 빼내려는 해킹시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기업들은 보안에 대해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는데서 비롯된 ‘인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공인인증서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공인인증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액티브X’ 기반으로 개발돼 있다. (…)

그는 인터뷰 내내 ‘국제표준’을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는 암호화인증통신(SSL)과 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문자메시지(SMS) 인증 등 공인인증서가 아닌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반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인인증서 방식은 국제표준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보안과 웹 표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액티브엑스(Active X)가 문제 덩어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주민등록번호만큼이나 개인을 대표하는 절대 유일의 신분번호 체계가 대한민국 밖에선 흔한 제도가 아니라는 사실도 적지 않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다’는 말은 결코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없지는 않은’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인식 자체를 못하는 사람이 제일 많을 테고, 인식하고 있더라도 ‘비판’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기사는 허술한 국내 보안 실태에 대한 경각심과 주민등록번호 체계에 대한 (간접적) 비판, 액티브엑스로 대변되는 국내 웹 환경의 후진성 등을 tvN ‘더 지니어스2 : 룰 브레이커’에 출연해 대중에게 친숙한 이두희의 입을 빌려 적절히 소개한 인터뷰 기사다.

‘일단’ 기사 내부에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문제는 기사 바깥에서 발생했다.

누가 제일 처음으로 이 캡처 화면을 유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이두희씨 페이스북 담벼락에 찾아가도 위 화면을 볼 수 없다. 그와 페이스북 친구 관계가 아니어서 그렇거나, 김성겸씨 혹은 이두희씨가 위 링크와 글을 삭제해서 그럴 거로 생각한다. 위 캡처 이미지에 해당하는 이두희씨 페이스북의 정확한 하위 링크는 여기다.

누가 제일 처음으로 이 캡처 화면을 유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이두희씨 페이스북 담벼락에 찾아가도 위 화면을 볼 수 없다. 그와 페이스북 친구 관계가 아니어서 그렇거나, 김성겸씨 혹은 이두희씨가 위 링크와 글을 삭제해서 그럴 거로 생각한다. 위 캡처 이미지에 해당하는 이두희씨 페이스북의 정확한 하위 링크는 여기다.

문제는 세 가지였다. 1) 동아닷컴 주소가 링크됐고 그 이름이 캡처됐다. 2)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통신사’의 개념을 알지 못한다. 3)이두희 “난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없는” … “인터뷰를 하긴 했는데, 저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3번 문제점을 간략하게 짚고 빨리 넘어가자. 이두희씨는 아마 기사 제목과 전반적인 흐름을 보고 당황한 것으로 ‘추측’된다.

“인터뷰를 하긴 했다”는 진술과 정식 사진이 있다는 점에서 그는 뉴스1과 분명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다만 대화 당시 내용과 위 인터뷰의 제목&본문 구성이 당사자에겐 당혹스럽게 다가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문제는 여기까지만 다루자. 당사자가 “인터뷰를 하긴 했지만 저 방향은 아니었다”고 말했다면 기사 자체만으로 밝혀지지 않은 배후 맥락이 크고 드러내야 할 정보가 더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어떤 문제가 얽혀 이 같은 일이 일어났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오늘 집중하고자 하는 주제는 문제 1과 문제 2다. 둘은 서로 연관된 문제다. 일단 결과물부터 보도록 하자. 각 이미지를 하단의 글씨를 통해 원본 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다.

1.

2.

이두희씨 페이스북 캡처 화면이 공유되면서 ‘동아일보’를 향한 원색적 비아냥과 비방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끓었다. 그러나 정작 기사를 내보낸 건 ‘뉴스1’, 뉴스통신사였다.

‘뉴스통신사’는 “독자적인 취재조직을 가지고 수집한 뉴스를 신문사와 방송국에 제공하는 기관을 말한다. 즉, 신문, 잡지, 방송 등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언론계에서는 대부분 그냥 ‘통신사’라고 부른다.

인터넷 저널리즘의 도래와 함께 ‘다른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한다’는 전통적 의미가 많이 흔들리고 있지만, 통신사가 작성한 기사와 촬영한 사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에 공급되고 있다.

해외에 기반을 둔 AP, AFP, 로이터, UPI가 ‘세계 4대 통신사’라고 불리며 세계 각지에 자신들의 기사와 사진을 배포한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뉴스통신사는 세 군데로 보면 된다. 연합뉴스, 뉴시스 그리고 뉴스1.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은 각자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동시에 네이버 전재 계약을 맺어 소비자들에게 직접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적 의미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의 서술은 이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결국 뉴스1의 기사를 공급받아 ‘동아닷컴’ 홈페이지에 전재한 동아일보는 해당 기사를 쓰지도 않았지만 “역시 조중동은 언론이 아니라 찌라시”, “그래서 X아라고 불리나 봐요”, “안한 인터뷰 지어서 만드는 이것이 바로 동아일보 클라쓰” 등의 원색적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이두희씨가 페이스북에 남긴 메시지는 ‘동아닷컴’이라는 이름과 함께 캡처됐다.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오해를 맹신하기 시작했고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1.

“원본출처 : http://news1.kr/articles/1504776”라는 정보를 두고도 윗글을 작성한 누리꾼은 “명불허전 동아일보”라는 글을 남겼다. 댓글에는 “이젠 주작일보로 이름을 바꿔야지”라는 조롱이 섞여 있다.

2. 

비록 네이버 뉴스 섹션에 실린 기사지만, 위 댓글이 달린 기사의 원문 페이지에는 뉴스1 로고(news1)가 분명하게 첨부돼 있다.

기사 상단에는 ‘(서울=뉴스1) 지봉철 기자’라는 바이라인도 밝혀져 있고, 하단에는 “저작권자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라는 익숙한 멘트와 함께 뉴스1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기사 5편의 링크가 제공돼 있다.

홈페이지 주소가 아무리 ‘news1’으로 나와 있어도,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 아무리 뉴스1 로고와 뉴스1 기자 바이라인이 적혀 있어도… 페이스북 캡처와 함께 이 정보를 접한 누리꾼에겐 ‘동아일보’ 기사일 뿐이다.

더 가관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언론계에서는 남의 기사를 베껴서 자신의 기사를 완성하는 행위를 ‘우라까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언론계 은어에는 일본어 흔적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참고: 동아경제 페이스북, 미디어오늘 기사)

우라까이를 하더라도 본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가져오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보도자료 일괄 전송이 아닌 바에야 그런 정도로 똑같은 기사는, 기자마다 언어 습관이 다르므로, 사실 만들어지기도 힘들다.

그러나 ‘통신사’ 개념에 대한 무지, 그리고 오해에 대한 맹신 덕분에 위 화면 속 누리꾼은 “설마 동아일보 보고 베낀 건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두희 동아일보 소동’을 지켜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글재주가 부족해서인지 막상 글을 다 썼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밤 시간이 늦었고, 일단 이두희씨의 발언과 카드정보 유출사태라는 현 이슈에도 부합하기에 우선 글을 공개한다.

물론 내가 쓴 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리라고는 절대 기대하지 않는다. 일단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개별 글 제목으로 검색하면 구글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 네이버 다음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저 아주 몇몇 사람이라도 읽어서 ‘(뉴스)통신사’라는 존재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과 믿고 싶은 것 사이에 간극이 발생했을 때, 자기 지식도 의심할 줄 아는 풍토가 더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